발기부전
발기(勃起ㆍerection)란 남성이 성적 충동을 느끼면 음경(陰莖) 해면체 내의 동맥(動脈)으로부터 혈액이 충만 되고 평활근의 이완과 정맥(靜脈)의 압박으로 혈류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해면체 내압이 상승되는 현상으로 정상적인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 남성의 성기(性器)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발기부전(勃起不全)이란 여러 원인에 의해서 혈류의 공급이 안 되거나 충분하지 못하여, 혹은 혈류의 공급이 되더라도 정맥으로 혈류 차단이 되지 않고 유출이 되어서 해면체 내압이 상승되지 않아서 발기가 일어나지 않거나 만족할만한 성관계를 할 만큼의 충분한 발기의 시간이 유지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발기부전이 생기면 여성과 성관계시 남성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게 되므로 당혹감과 두려움 등을 느끼게 된다.
대한남성과학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약 8%, 50대 남성의 약 15%가 치료가 필요한 병적인 발기부전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의 급증과 과도한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이 원인이 되어 발기부전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만성질환이 있으면 발기부전 유병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최고 4배까지 높아진다. 발기부전이 뇌ㆍ심혈관질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일부 남성들은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에 의해서 발기부전이 나타났다고 판단하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신체적인 문제의 발기부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남성들도 혈관질환 등의 신체적인 원인에 의한 발기부전이 생긴다.
‘발기부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놓으면 증상이 악화되어 ‘발기불능’ 상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발기부전이 나타날 경우 조기에 적극적으로 검진하고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용량, 복용 빈도 등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템플대 의대 비뇨기과 잭 미들로 교수는 “부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성기와 동맥 혈관에 찌거기가 발생해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남성은 수치가 낮은 남성에 비해 발기부전 증상을 보일 확률이 거의 2배나 높다. 클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선 저지방 식사로 바꿔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처방할 수도 있다.
‘케겔 운동’은 1940년대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 아놀드 케겔이 여성의 요실금 치료를 위해 개발한 것인데, 이 운동이 성감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성기능 향상을 위한 근육 운동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남자도 방광과 성기에 자극을 주는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노화에 따른 발기부전이나 요실금을 막을 수 있다. 즉 골반하부근육과 괄약근 운동은 발기부전과 요실금 치료에 효과가 있다.
골반하부근육 강화 운동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1)양 무릎을 벌리고 의자에 앉아 발은 바닥에 평평하게 둔다. 앞으로 몸을 기울인 다음 양쪽 팔뚝을 허벅지 위에 올린다.
(2)마치 바람이 새는 것을 막는 것처럼 항문의 괄약근을 좁혀 짜내듯 힘을 준다. 한참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시 풀어주는 것을 반복한다. 요도 주변의 근육도 같은 방법으로 조여 준다.
(3)처음엔 2초 정도 유지했다가 점점 근육이 강화되면 10초까지 긴장 시간을 늘린다. 이것을 하루 네 번씩 한번에 5회 반복한다.
발기부전 환자들이 증가하는 만큼 치료제(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다. 1998년 처음 국내에서 발기부전 치료제가 소개된 이후 시장 규모가 약 850억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정품(精品) 치료제 시장이 커지는 만큼 가짜 치료제를 구입하여 복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중국 등에서 유입되어 세관에 적발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금액이 약 4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국내에 밀수되는 가짜 의약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마약류 및 남용약물에 관한 사용경험’에 대하여 설문조사(2009년)한 결과 ‘발기부전치료제 등 성기능 개선제’를 본인이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30.2%로 오ㆍ남용약물(誤濫用藥物)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전이 없는 남성들이 시장과 노점상 등에서 중국에서 만든 23원짜리 가짜 발기부전치료약 한 알을 원가의 600배가 넘는 1만5000원을 주고 구입하고 있다. 가짜 약은 발기촉진 물질의 함유량이 일정하지 않아 의약품으로 쓸 수 없다. 즉,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의 가짜 의약품에는 최대 허용치 이상의 관련 성분이 포함됐거나 치매ㆍ우울증ㆍ행동장애 등을 유발시키는 수은과 납이 발견돼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싱가포르에서 혈당저하제가 포함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약을 먹고 45명이 병원에 입원하였으며 이중 4명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 비아그라를 먹고 부작용으로 음경(陰莖) 조직이 괴사돼 치료불능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되는 등 가짜 약의 피해가 심각하다.
글/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