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틱 팝 발라드
<칸나에게 전화를 걸다>는 이미 끊어진 교신을 다시 이어보려는 한 여자의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시입니다. “안녕!”으로 시작했던 안부의 교신은 오래전에 끊겼지만, 여자는 여전히 수화기를 들고 서 있습니다. 이국의 여자가 삐뚤삐뚤 써 내려간 “안드레아씨 미안했습니다”라는 편지는 살아 있는 동안 전하지 못한 사과이자 마지막 고백입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봉안당 위로 날아가고 닿지 못한 말은 기도처럼 하늘로 향하는 모습으로 읽힙니다. 고장 난 공중전화는 이미 끊어진 인연과 소통의 단절을 상징하지만, 그 곁의 붉은 칸나에는 모시나비 한 마리가 내려앉습니다. 이 장면은 단절 속에서도 사랑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며 남은 이의 마음이 다시 이어지는 듯한 작은 위로이자 응답입니다.
칸나에게 전화를 걸다
시 엄하경
안녕!
안부를 묻던 교신은
끊긴 지 이미 오래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
여자의 어깨가 한참 동안
들먹이다 잦아든다
이국의 여자가 삐뚤삐뚤
써 내려간 편지
―안드레아 씨 미안했습니다.
끝내 전하지 못한 밀어
봉안당 회당 위로 날아오른다
고장 난 공중전화 부스 옆
붉디붉은 칸나 귓볼에
모시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 내려앉는다
―시집 『시온에서 길을 읽다』(한국문연, 2026)
첫댓글 엄미경 선생님 <시온에서 길을 잃다> 시집 출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시집이 되시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엄미경
저는 노래 만들면서 수십 번 듣는데요.
들을 수록 좋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