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 안종희 옮김. 서울: IVP, 2016. 335쪽. 16,000원
좋은 책은 단지 좋고 신뢰할 만하고 많은 정보를 얻게 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진정 양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고 고민하여 스스로 길을 찾아가게 하는 책이다. 그간 많은 책을 읽고 학문을 연마하며 가르치기도 많이 했던 나로서 오늘 소개한 책을 읽고 양서가 무엇인지 퍼뜩 들었던 단상이다.
한국어로 번역한 톰 라이트의 책을 거의 다 읽은 내가 독서 목록에서 빠뜨린, 그래서 이 책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던 이 책을 최근에야 읽고 이 책의 가치를 알게 되어 늦게나마 여러분들에게 소개한다.
톰 아저씨(?)로 불리는 라이트는 한국의 신학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성경학자와 교회, 목회자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많은 영향을 끼친 이 시대의 손꼽히는 성경학자이다. 1세기 유대교, 예수, 그리스도인들의 사고방식에서부터 복음서, 바울 등 신약과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주제를 다뤘고, 그렇게 해서 쓴 그의 책들은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톰 라이트의 [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는 총 12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미국과 영국 등 여러 곳에서 초청을 받아 행한 강연들의 주제들을 모은 것이다. 각각의 장은 그가 책 한 권으로 설명한 주제들을 요약한 것이든지, 그 주제들을 쓰기 전에 가졌던 문제의식과 그의 관점이 반영한 것들이다. 과학과 종교, 역사적 아담에 대한 문제, 과학자와 부활, 여성 성직자 안수 문제,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의 현재적 삶, 악의 문제, 우상숭배, 종말에 대한 기대와 환상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다. 아마도 라이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린 바울에 대한 그만의 관점과 율법 이해 문제가 빠져서 독자들 중에는 조금은 실망할 사람도 있겠지만, 위의 주제들 속에 율법에 대한 그의 이해가 녹아 있으니, 독서를 하는 중에 얼마든지 쉽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요지는 이렇다. 지금까지 톰 라이트의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여러 책들을 통해 제시하려는 그의 성경관, 구원 역사에 대한 이해, 성경과 과학 사이의 고민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톰 라이트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각각의 책에서 그가 말하려는 핵심이 무엇인지 저자가 직접 고민하고 요약한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가위 라이트의 저서들의 다이제스트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제시했듯이, 좋은 책은 내가 얻고 싶은 정보를 많이 제시하여 그 생각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간 내 생각에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고, 나의 눈을 열어 성경 이해의 관점을 넓혀주어 더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이에 딱 들어맞는 그런 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