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시의 사립 발도로프 학교와 유치원(Waldorf school)은 1~12학년까지있으며 1~8학년까지는 같은 교사가 담임을 계속 맡으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또한 일반 유치원과 달리 학급을 편성할 때 반마다 인원을 다르게 하고 교실의 크기도 다르게 하며, 수시로 반을 바꿔 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교사는 자체 양성 기관에서 배출한다.
특이한 것은 일반 학교에 비해 한 반의 학생 수가 많다. 사립학교 경우 학생수 15명, 공립학교는 25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발도로프 학교는 35~38명의 학생을 한 반으로 편성한다.
이는 슈타이너의 인간학에 기초하고 있는 발도로프 교육의 특징적 단면을 드러내 준다. 어릴 때 얻은 경험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과 다양하게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워가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 발도로프 학교와 교실 환경 무심코 학교 내부를 둘러본 연수단은 일행을 안내해준 교사 볼프강 로이히텐베르그씨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붕도 교실도 복도도 모두 구조가 곡선입니다. 자연에는 모난 것이 없고 다양한 어울림으로 질서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순수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학문과 놀이, 예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교재는 물론 건물 구조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예술활동과 정신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하여, 자연의 형상에 따른 모가 나지 않은 원형의 특징을 가진 슈타이너의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건물 내부에서 사용하는 나무의자는 교과목에 따라 책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곳 교실 환경은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꾸민다.
★ 발도르프 교육 철학 독일정부는 지난해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지교육에 힘쓸 것을 지시하고 있지만 이 학교는 전인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도 이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할 때는 그것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밝힌 로이히텐베르그씨는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교육부 방침을 못마땅해 했다.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성적이 나쁜 학생들에게 유급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발도로프 학교는 유급제를 시행하지 않으며 성적표가 없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건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건 누구나 차등없이 똑같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간다. 로이히텐베르그씨는 "이곳은 학생들에게 경쟁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성숙한 인간 관계를 구성해 나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품성과 규범들을 가르친다" 면서 인생에는 F학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슈타이너의 7∼14세까지 아동기에는 예술을 통해 풍부한 감성을 키워주어야 하며 그 이후에는 사고발달에 중점을 두어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 이념에 따라 발도르프학교는 모든 수업에 그림•음악•율동 등을 섞어 수업 전체를 예술적으로 구성한다. 매일 리듬놀이와 극(劇)놀이가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간 예술 특별활동 시간표'를 짜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 율동, 점토로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입학 전에는 교사가 가정방문을 할 만큼 학부모들과의 교류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부모와 교사가 가깝게 지낼 때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항상 학교를 개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부모-교사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 학생들의 상당수는 발도로프 유치원 출신이다. 유치원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과정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유치원 졸업생들이 발도로프 학교로 취학한다고 한다.
★ 발도로프 유치원의 특징 뮌헨의 발도로프 유치원은 이태리 몬테소리 어린이집처럼 연령혼합교육을 실시한다. 연령 혼합교육은 3~6세 아동이 서로 어울려 자연스럽게 형제자매 관계를 이루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발도로프 유치원은 몬테소리 어린이집과 달리 교사의 역할을 강조한다. 몬테소리가 교사에게 관찰자와 안내자의 역할을 강조한다면 발도로프는 교사가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아기에는 의지가 강하게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사고를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의 본질적인 발달단계에 어긋나므로, 어른(교육자)은 행위로 보여주어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슈타이너의 이론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도로프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항상 아이들 앞에 서서 지도한다. 교사가 먼저 본보기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따라 하게 한다. 그래서 발도로프 교육은 '반복'을 중요시한다.
발도로프 유치원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교회 전례력에 따라 환경을 구성하고 놀이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연수단이 방문했을 때 마침 '주님봉헌축일(2월2일)'이어서 유치원 안은 초와 주님봉헌축일의 의미를 알리는 그림과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전례력이란 성탄절, 부활절, 추수감사절과 같은 교회의 전례에 따른 달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 일정 맞추어 각종 예식과 성가, 행사 등을 치루게 된다.)
또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이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가전제품들을 비치해 놓고 '좋은 시설'이라고 홍보해대지만 이곳은 컴퓨터조차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없다며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 대신 원형 그대로 다양하게 잘라놓은 나무토막과 나뭇잎, 호도, 밤 등 견과류, 호박씨와 봉숭아씨 같은 각종 씨앗, 조개껍데기, 돌, 자연 채색한 양털,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인형들이 놀잇감으로 제공된다.
특히 이곳의 모든 인형들은 한결같이 눈, 코, 입이 없다. 아이들의 환상과 창의력을 촉진시켜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발도로프 유치원은 또 독특한 수채화 그리기 수업을 한다.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물감은 빨간색, 파란색, 노랑색 단 3가지. 이 3원색으로 도화지가 흠뻑 젖도록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리고 3원색이 혼합돼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한다.
폴라 원장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있어 추상적 접근 방법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아이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는 직관적 교육을 중요시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교육 관계자의 견해 김미숙(로사리아, 대구금별유치원 원장)씨는 “자연물 그대로를 놀잇감으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유아를 위한 교구, 교재를 자연 그대로의 것을 스스로 제작해 활용한다 고 할 때 학부모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통상적으로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미현(제노베파, 왜관순심유치원 교사)씨는 "학부모들이 유치원과 학교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는 것이 무척 부럽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동교육을 교사에게 모두 맡기는 풍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교사와 부모가 아동교육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가는 다양한 활동들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