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저널에 기사 제공>
[독자기고] 옥구공원에서 활을 만나다
작년 지인의 소개로 옥구공원 궁도장 시흥정(사두 문기주)에 회원 가입하고 전통활쏘기 국궁을 배우게 되었다.
활과의 인연...기적이다.
모든 것이 선택이지만
스스로 활을 선택하는 기회를 갖거나누구의 안내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2001년 옥구공원에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국궁장 시흥정이 완공되었지만,
2015년 현재 활터의 회원이 불과 30여명에 불과한 것만 봐도활과 만난다는 것은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활이라는 것이 불과 얼마 전 까지오랜 세월 인류가 사용한 유용한 삶의 도구이자
전쟁의 주요 무기로서 누구나 익혀야 할 필수 과목이었지만,
그 가치를 상실하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역사로서 기억할 뿐이었다.
황학정을 세우고 심신수련의 스포츠로서 활쏘기를 다시 부활시킨 고종황제는
사라져가는 인류의 문화유산을 다시 살려낸 엄청난 업적을 세운 분이 아닐까...
사법비전공하, 조선의 궁술, 정사론, 무비지...아직 이해도 제대로 못하지만,
활쏘기에 대한 정교한 이론서인 것 같다.
현대의 어느 스포츠 종목의 이론서가 이만한 것이 있을까...
오랜 세월 일상 생활과 전쟁에서 꼭 필요한 무기였기에저만큼 탄탄한 이론서가 나왔을 것이며
수천년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양궁 종목에 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생각된다.
바로 국궁의 정신과 기술들이 양궁에 접목되었기 때문일 터이다.
양궁은 엘리트 체육으로 자리잡아 전문 선수들 위주로 대회가 열리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국궁은 남녀노소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선수등록을 하고 전국의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가 있다.
같은 활터 사람들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대회에 참가하여 상금도 챙기고
그 지역의 풍물을 맛볼 수 있는 멋진 취미로 삶의 활력소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뜻 보아서는 두 다리는 움직이지 않은 채 팔만 놀리니 무슨 운동이 될까 싶겠지만
시위를 놓을 때 조금의 움직임도 없으려면 온 몸의 근육이 팽팽히 긴장하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스포츠 보다 뛰어난 전신 운동이다.
또한 집중력이 길러지고, 멀리 있는 과녁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력도 좋아진다.
활은 동중구정(動中求靜), 정중구동(靜中求動)의 미학이라고 한다.
고요함의 극치 속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내재되어 있다.
고요했던 음의 기운이 폭발적 힘을 지닌 양의 기운으로 바뀌는데,
그 靜의 極을 動의 極으로 온전히 만들어 내는 힘과 기와 마음의 움직임은
정과 동을 넘어 스포츠라기 보다는 구도의 길로 삼기에도 손색이 없다.
좀더 활을 일찍 만났더라면 하는 강한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라도 활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얼이 담긴 활쏘기!
수천년의 역사속에 녹아 있는 활의 정신, 활의 바다!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활터 회원들의 진지한 모습들!
나 역시 기쁨과 감사, 설렘과 경건함으로...
현대에 무용한 것이라고 결론 내려진 그곳에서비록 아무 것도 건져 올리지 못할지라도
알 수 없는 희망이 늘 나를 설레게 하고 오늘도 활터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 시흥정 홍보이사 이상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