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한국교회의 공인 성경 역본은 구역(1911)-개역(1938)-개역개정(1998) 순으로 출판되었다. 개역성경은 이후 한글맞춤법에 따른 개정 출판본(1952)-결정판(1961)이 나왔고, 개역개정판이 나오기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 왔었다.
항간에는 구역과 개역이 원전 성경에서 직접 번역하지 않고, 영어 성경이나 중국어 성경 등 2차 자료에서 번역한 것이라는 견해들이 지배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기에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장신대 구약학 교수를 역임한 김중은 교수는 우리말 성경 번역 연구를 많이 한 분으로서 구역도 원전 성경을 많이 의식한 번역을 하였고, 개역은 더더욱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하려고 했던 우수한 번역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아래의 논문은 “한국어 성경 번역의 역사” 중의 일부분이다.
출처: 김중은, “한국어 성경 번역의 역사”,『구약의 말씀과 현실』(서울: 도서출판 한국성서학, 1996), pp.411-413.
국역 성경과 원전 성경
초기의 국역 성경은 한문 성경과 때로는 일어 성서를 참조하고, 선교사들의 영어 성경을 그 대본으로 사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번역위원회가 정식으로 조직된 후부터 구역 국역 작업 과정에서 이미 원전 성경을 의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실제로는 영어 개역성경(Revised Version=RV)과 미국 표준역 성경(American Standard Version= ASV)이 한국 조력자들의 한문 성경, 일어 성서 참조와 함께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본다. 비로소 개역 시대에 들어와서 구체적으로 참고한 원전 성경의 이름과 원어 사전을 언급했으며, 또 번역자들의 원전어 실력이 논란되었을 뿐 아니라, 원전 실력이 있는 한국인 번역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었다. 개역 시대를 거치면서 신약은 주로 웨스트콧트-호르트(B. F. Westcott –F. J. A. Hort. The New Testament in Greek. 1881)나 네슬레(Eberhard Nestle, Novum Testamenum Graece. 1898)편 희랍어 원전 성경을 사용했고(각주 10), 구약은 긴스버그(Christian D. Ginsburg. The Old Testament, diligently revised according to the Massorah and the early Editions, with the various readings from Manuscripts and the Ancient Versions, 4 vols, 1908ff., 1925)편 히브리어 원전 성경을 사용했다(각주 11).
국역 개역성경은 그 번역자들이 복음적 신앙의 열정과 함께 영국 성서공회의 분명한 규칙서를 가지고 일관성 있는 작업을 하였으며,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위해 힘썼고, 기타 여러 역본들은 물론 주석까지 참고하는 학문적 노력이 결집된 우수한 번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 12). 근래에 민중신학을 표방하는 일부 운동권 신학자들 중에 한국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성장이 초기의 이류나 삼류 정도의 서양 선교사들이 그들의 근본주의적 타계 신앙과 제국주의 서구신학을 심어 준 결과라고 폄론하는 시각이 있으나, 그것은 대체로 잘못된 견해이며, 한국교회와 그 복음적 신앙의 성장은 무엇보다 우리말로 번역된 하나님의 말씀이 옥토에 떨어져 자라나고 열매 맺은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국역 성경이야말로 토착화 신학의 한 전형적인 본보기이다.
* 각주
10) Kurt Aland and Bartera Aland. The Text of the New Testament, E.T. by Erroll F. Rhodes(Eerdmans / E. J. Brill, 1987), 19쪽 이하 참조.
11) E. Wüthwein, Der Text des Alten Testaments(1973), 45쪽 참조.
12) 기록에 나오는 주석은 Delitzsch 주석과 The International Critical Commentary(ICC)였다. 구역시대 번역위원회의 작업 과정에 관해 레이놀즈는 다음과 같이 기록을 남겼다. “서기가 번역문을 한 절씩 크게 읽으면 보통 이의가 제기되었고 그럴 경우 토론에 들어가 사전과 주석들을 참고하였고, 일본어, 중국어, 라틴어, 불어, 독어 성경과 얼마 동안은 러시아어 역본을 비교하였고 마침내 투표로 공식 번역문을 확정했다.” 또한, 개인역의 서문에 나타나는 글이기는 하지만 게일도 개역시대 당시 국역 성경 작업에 관해 “본 성경을 번역할 때에도 히브리어 구약과 희랍어 칠십인역과 독일 루터 선생의 역본과 영국 야고보 1세의 영어역본과 1811년에 개정한 역본과 한문 문리역본과... 기타 일어 성서까지 참고하여 서로 비교하고 히브리어와 희랍어 사전에 대조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유루하거나 모호함이 없도록 노력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번역자들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이었다고 생각된다. 언더우드, 게일, 피터스는 한국어 문법 또는 사전에 관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첫댓글 좋은 포스팅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과, 초기 내한 선교사와 한국교회사를 보면... 한글 성경에 원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는 작지만 기독교인구 비율이 높은 한국에 하나님께서 적합한 모국어 성경을 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렸을적 부터 접해온 개역한글판이 익숙한 면이 많습니다. 개역성경도 훌륭한 면이 많군요~ 몰랐던 사실을 배워서 유익합니다!
네, 개역은 훌륭한 성경입니다.
사실 아시아에서 기독교에 관심 있는 나라 한국 외에 거의 없고요. 유럽 선지국에서 제대로 기독교를 믿는 나라 찾기가 어렵습니다.
기독교 신자와 성도들이 많음 것에서 성경 번역과 편찬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이지요.
아파르님 말씀대로 개역한글판도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개역한글판 때 외운 것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장코뱅 맞는 말씀입니다. 공감합니다.
여기서 개역성경이 개역한글판과 같은 거랍니다.^^ 한글맞춤법이 변화하면서 성경도 맞춤법에 따라 수정하여 낸 것이 61년도 결정판이고 이후로는 인쇄만 거듭했죠.
@코람데오 https://m.cafe.daum.net/1107/Y4PR/26?svc=cafeapp
이 글도 참 감동적이었는데요... 코람데오님 덕분에 많이 배우게 되어 감사합니다.
@아파르 덕분에 저도 다시 글을 읽어 보니 웬만큼 필요한 내용들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추후 더 필요한 내용들을 또 올려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우리말 성경에 영국성서공회의 규칙도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아닌 영국의 성서공회는 영어 모국어 본국으로서 다른 나라 성경 번역에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국 성서공회는 미국 성서공회 못지 않게 한국어 성경번역의 역사와 한국 교회사(church history)에서 중요합니다.
단적인 사례는 존 로스 선교사가 최초의 한국어 성경 번역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로스 목사는 미국인이 아니고 영국 스코틀랜드 사람이고요. 영국 성서교회의 지침과 영향과 지침 하에서 번역 사업을 전개한 분이었습니다.
"로스는 그리스어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에 적합한 절대적인 직역을 하기 위해 당시 가용한 여러 외국어 역본들(영어 KJV와 ERV, 중국어 『대표자 역본』 , 『브리지만 컬버슨 역본』 , 『북경관화역본』 ) 등을 참고하면서 새롭고 참신한 한국어 번역을 시도하는 등 우리말 어풍에 어울리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
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코뱅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영국 성서공회가 한국 교회사와 연관을 맺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영국성서공회가 초기부터 계속 한국 교회의 성서번역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전에 제가 썼던 글에도 유대인 출신의 피터스 선교사가 미국성서공회에서 영국성서공회로 자리를 옮겨 일을 했을 정도로 그들의 번역사역이 활발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성경 번역 사역에 관한 모든 기록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어서 연구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막상 국내 보관 자료들은 불에 타 없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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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람데오 그렇군요. 찾아서 잘 읽어 보겠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이 포스팅과 연관하여 아래 글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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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데이비드 레이놀즈, 한국어 聖經 완역한 한국판 마르틴 루터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412100061
정말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고요. 레이놀즈 선교사가 한국판 마르틴 루터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느낍니다.
잘읽었습니다. 정말 유익한 글입니다!
아주 좋은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정말 흥미롭고 감동적이며 입체적으로 글을 잘 썼군요. 레이놀즈에 대해선 저도 관심이 많았던 차에 전 생애를 다룬 글을 접하게 되어 더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은 나라에 신실한 선교사들과 성도들을 동원하셔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게 만드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합니다.
아멘~~
저도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