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목요일
지난 밤, 공연장에서 숙소로 돌아오며 즐겼던 별들..
그 아름다웠던 밤을 따스하게 보내고 나흘 째 아침이 밝는다. 숙소 주변의 버베나 꽃은 여전히 아름다운 보랏빛으로 펼쳐져 있다.
차를 타고 이동하여 검문소에 멈췄다. 미리 보낸 공문서는 어이하고 명단을 내놔란다. 속이 타들어가는 대장님은 표정관리로 상황을 조율하고, 바람불면 날라갈 듯 여리여리한 신입실장님은 또 주차장까지 달려간다. 진부령을 올라야하는데, 저 여린 몸으로 저러다 미리 힘이 다 빠지지 않을지 걱정된다. 부대를 드나드는 차량에 한꼍을 여러번 내어주며 기다리고서야 허가가 떨어진다. 그제서야 검문소를 지나 DMZ 트레일 진부령 구간을 오른다.
걸으며 만났던 꽃들. 보랏빛 자주빛 꽃이 대세인 시절. 예뻐라~ 예쁘다~만 연발하고 지나칠 수 밖에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예쁘게 담으셨을까?
경사가 가팔라질 때마다 어김없이 대장님의 힘찬 목소리, 동요 부르기에 대원들은 지칠 틈이 없이 적계삼거리에 이른다.
백두대간 향로봉 가는 길은 통제구간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막내는 거쳐가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하여 인증샷을 남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단다. 명당잡기의 진수인 막내와 내가 맡았던 자리는 아뿔싸~ 어렷한 밥느님과 반찬느님의 자리란다. 물러서야지 별 수 있나!
명당에 산채뷔페가 차려지고, 밥느님을 영접할 순서를 기다린다. 갖가지 건나물들의 향연, 열무김치, 북엇국... 어찌나 맛있는지 과식은 당연지사. 열무김치국물까지 원샷! 여장부 서화리 마포식당의 사장님이 싣고 손수 운전해서 거친 길을 올라오셨단다. 멋진 분!
올라왔으면 내려가는 때도 있는 게 인생사. 거친 내리막길도 그와 같다. 돌멩이 밟으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시작으로 거친 길을 내려온다.
평소에 스틱을 번거롭게 여기는 나도 스틱 두 개로 안전을 기한다.
구부러진 길을 몇 차례 지났을까
완만하게 굽어진 길 아래 물이 흘러 지나가고 계곡이 넓은 공간을 내어주고 있다.
이리와서 좀 찍어 봐~
조장님이 간식을 받으러 간 사이, 발을 담그고 있자니 맏형님이 재촉을 한다.
어느 새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하나씩 맡았나 보다. 어째 모두 뿔뿔이 흩어졌나? 못내 아쉬워하며 사진에 담아본다.
물을 만나서일까? 표정에 물이 오른다.
맏언니는 어째 맏형이 아닌 둘째형이랑 커플룩?
왁자지껄한 소리에 돌아보니 젊은 혈기 뿜뿜!
조장은 입수해야한다는 열화와 같은 성원? 아닌 우격다짐에 젊은 친구가 한 명 더 입수를 하고야 말았는데, 그 사진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아쉽기만하다.
이 마을의 이벤트, 손수건에 천연물감 들이기. 각자의 솜씨를 햇살에 말린다.
이 길의 추억을 머지 않은 날 또렷하게 다시 떠올릴 줄은 어찌 알았으랴.
https://m.cafe.daum.net/DMZTRAIL/ZIiA/11?svc=cafeapp
그렇게 땀을 식히고 피로를 풀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가득 담고 길을 내려온다.
하늘이 참 예쁘다.
그 길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애쓴 스텝도 멋지고 고맙다.
숙소인 피스빌리지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마을 길을 걸어 저녁을 먹는다. 전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 없어 아침 저녁 남녀 두개의 식당을 번갈아 이용한다.
여성대원은 오동동식당, 남성은 점심을 마련했던 마포식당. 저녁식사 후 군물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얼룩무늬 티셔츠를 한 장 샀다.
오늘 둘째형이 한턱 쏜단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날이 쌀쌀하다. 배회를 하다가 편의점 내부 탁자를 점령한다. 알콜금지 규정을 한 번도 어길 생각조차 않는 바른생활 대원들. 그치만 이 날 분명 둘째형 카드는 얇아졌을 거다. 저녁 음료 뿐 아니라 며칠 치 간식을 긁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 올린다고 화들짝 놀랄 대원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두 손가락을 유연하게 움직여 사진을 쫙쫙 늘여 보라! 분명 알콜 제로. 편의점 내 주류 섭취 금지 규정이 있다. 알콜이 없기에 음료로 분류, 그래서 편의점 실내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술을 못하는 나도 두 캔이나 마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일탈 아닌 일탈로 대동단결! 아마도 우리 사이의 거리는 이 날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적계삼거리를 기준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뉘듯이.
< 3기 통일걷기에 공유되었던 사진을 일부 사용했어요.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
첫댓글 추억이 방울방울
방울방울 그 추억도 궁금해지네요
저희 1조는 무알콜 음료수를 계기로 원팀으로 단합되었습 니다^^
영우형님이 통 크게 쏴주신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고요.
주경야독 하시던, 시험은 잘 치루셨는지요?
같은 생각이었나 봅니다
말 없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적절한 순간포착의 힘!
@마지막황제 앗!
우리 조장님과 동침하신 사이신가 봅니다 ㅎ
@마지막황제 다행히 합격하였습니다. 짬짬히 봐둔 덕분에 간신히 턱걸이 하였습니다^^
워낙 노출된 공간에서 뭔가를 쓰고 있어서 부끄럽기도 했었고요~~~
@김광우 조원들은 모르는,
동침한 사이만 아는 비밀이었다니 ㅋ
합격한 후에 말하셔서 깜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