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산시조 특집 시조집 속의 시조 한 편
알파고
김덕남
최고만 고집하는 초읽기의 성과였어
묘수를 넘어서라 귀엣말이 쟁쟁했지
당신은 이미 알았어, 배신이 온다는 걸
당신을 빚어놓고 보기 좋다 하신 그분
선악과를 따먹어라 뱀들이 유혹할 때
그분은 모른 척했지, 당신 눈을 밝히려
알파가 가고 나면 베타가 온다는 걸
칼에 베인다고 칼에 죄를 묻겠는가
진정한 고수를 향해 당신을 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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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최도선(시조시인)
김덕남 시인의 작품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인간을 뛰어넘은 사실에서 착안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창조하신 이는 하나님이시기에 그 이상의 것이 탄생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의 기술이 언젠가는 인간을 뛰어넘으리라는 의구심을 품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던 중 알파고가 탄생되며 이세돌 대국과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인은 첫수의 종장에서 인간을 뛰어넘으리라는 것을 “배신”이라 표현했다. 그것은 즉 신을 모독함이다. 아니 하나님은 태초부터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어 놓기 위해 뱀의 유혹을 모른 척했노라고 시인은 말한다. 인간의 눈이 밝혀짐은 인간에게 죄가 들어왔음을 말함이다. 하나님은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과 끝이라고 말했다. 처음도 끝도 나인 하나님 안에서 항상 첫째 자리 알파만 오는 것은 아니요 그 다음 베타도, 그 다음도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죄는 죄를 잉태할 수도 있음이리라. 이제 경쟁이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 아닌 인간과 새로운 신기술과의 대결을 초래하는 문명사회임을 말해주는 현실에 도달했다. 시인이 말하는 진정한 고수의 세계의 끝은 어디일까? “당신을 넘는”다 했으니 인간이 만들어 놓은 만능의 세계가 인간을 위협해 오지는 않을까? 아름다운 별 안에서 바람을 노래하는 우리의 가슴이 멍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 《부산시조》 2021. 상반기호 (통권 4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