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해방 이후의 소설"
4. 해방 이후의 소설
1945년에 맞게 된 우리 민족은 해방은 거대한 파도와 같은 힘을 가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해방의 기쁨을 문학적으로 형상화될 정도의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한 채 6.25가 발발하였다.
이 두 사건은 우리 민족에게 반대의 감정을 안겨 주었는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고 역사 속의 일로 묻혀 가고 있다.
김내성은 이 시기에 추리소설을 써서 독특한 경향을 유지하였다. <비밀의 문>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되는데 이는 민족 이념이 삭제된 흥미 위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
6.25는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기도 했으나, 이 작품들은 6.25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있지는 못하다.
전광용의 <꺼삐딴 리>는 어두운 현실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변절적으로 순응하여 가는 의사 이인국의 생활을 추적하고 있다.
손창섭은 <비 오는 날>에서 원구를 주인공으로 하여 동욱 남매의 불행한 삶을 관찰하고 있다.
이범선은 <오발탄>에서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소리 지르는 어머니와 출산해야 하는 아내, 양공주 노릇을 하는 여동생 사이에서 헤쳐 나가기 어려운 현실을 묘파하고 있다. 그의 <학마을 사람들>은 백의민족과 고결한 학을 대비시켜 학의 죽음이 불러 오는 마을 사람들의 비극을 6.25에 연결한 작품이다.
김성한은 <오분간>에서 신과 프로메테우스의 눈을 통해 무질서와 악으로 썩어 가는 지구를 바라보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60년대의 소설 중에서 일제시대에 있었던 징용과 6.25의 참혹함은 아버지와 아들이 세대를 건너면서 맞는 불행임을 깨우친 하근찬의 <수난 이대>가 돋보인다.
'잘 살아 보자'는 기치 아래에 공업화를 부르짖기 시작한 1960년대는 산업의 발달과 인간성 상실이라는 양면성을 불러온 시기이기도 하다. 자본의 축적과 개인화의 경향은 빼놓을 수 없는 풍조였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이러한 경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화재와 죽음 등의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등장 인물들은 돈 계산하는 데에도 개별화하고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 주고 있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에서는 산업화 . 도시화의 경향을 따라 도시로 갔던 누이의 고독을 보고하고 있다.
홍성원의 <폭군>은 힘 있는 자, 가진 오만함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960년대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남북분단의 상황을 명준이라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결말 지은 최인훈의 장편 <광장>은 새롭게 음미되어야 할 작품이다.
남한과 북한에서 동시에 살아 본 명준이 전쟁 포로가 되고 포로 교환시에 우리 땅이 아닌 제 삼국에서 이데올로기에 의한 남북분단의 평가에서 나아가 새로운 시각이 필요함을 독자는 알게 된다.
1970년대에는 선진국가에로의 도약이라는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인간성 . 도덕성의 결핍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시기이다. 소설에서는 이에 맞추어 리얼리즘의 세계관이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객지> <분례기> <영자의 전성시대> 등의 작품이 이에 속하는 것들이다. 한편 이와는 다르게 대중소설도 널리 읽혔는데 <별들의 고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