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무수한 쓰레기들, 작게는 이런 저런 봉투에서부터 크게는 한철 지난 옷들까지
오늘도 우리는 큰 고민 없이 수많은 쓰레기를 버린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런 쓸모 없어 보이는 쓰레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그것도 새로운 명품 패션의 소재로 말이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일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창조적인 디자이너들의 눈에는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패션 무드를 뽐낼 색다른 아이템으로 비추어
진다. 버려진 것들에 대한 부활이자, 진정한 생활의 발견이다.
트럭 덮개, 메신저백으로
재탄생
우리는 이러한 디자인들을 일컬어 리디자인(Redesign)이라 부른다. 요즘에는 이러한 리디자인 제품들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리디자인(Redesign)이란 버려진 소재를 활용해 전문 디자이너들이
그 안에 아름답고 예쁜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들의 손에서 버려진
청바지와 현수막은 가방이 되고 소파 가죽은 지갑이 된다. 이러한 에코 아이디어 상품들은 신선함과 독특한
감성을 제공하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패션 마니아들이라면 특히 메신저백을 즐겨 메는 이들이라면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마커스 프라이탁(Markus Freitag)과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의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버려지는 트럭 덮개를 활용해 가방을
제작해 왔다. 비가 자주 내리는 스위스 취리히에는 비가 와도 젖지 않으면서 튼튼한 가방이 필요하다.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메신저백과 백팩은 비가와도 쉽게 젖지 않는 방수성이 탁월한 타폴린 소재의
트럭용 천막을 활용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특히 자전거를 즐겨 타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들이 만든 메신저 백이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빈티지한 감성이 뛰어나면서도 유니크한
분위기의 디자인컷은 도저히 트럭 덮개를 활용한 가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2010년도에
들어서는 전세계에 불어 닥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인기를 업고 스마트폰 케이스와 태블릿 PC 케이스 제작을 시작했다. 이 또한 많은 얼리어답터들에게
독특하고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 까다롭다는 애플 스토어에도 당당히 입성했다. 또 헐리우드 영화에서 상위 노출 브랜드에도 애플, 나이키와 함께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 프라이스 스위스 2011’
에서도 대상을 차지하며 리디자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작년(2011년) 한 해에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도 프라이탁 형제가 제작한 가방이 트럭 덮개를 재활용한 제품이라는 것을
모른다. 제품력이 기존 패션 상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아 신소재로 제작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을 쏟았음을 엿볼 수 있다.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가방은 한해 평균 20만점 정도가 팔려 나간다. 그것도
여느 명품 가방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말이다. 재활용이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버려지는 트럭 덮개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탕봉지가 가방이 된다고?
버려진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에코 디자이너들을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조나단 마르코쉐이머(Jonathan Marcoschamer)와 예일 마르코쉐이머(Yair Marcoschamer) 그리고 헬렌 마르코쉐이머(Helen Marcoschamer)이다. 이들 또한 모두 한 가족이다. 이들이 제작한 가방의 주요 소재는
더욱 놀랍게도 버려진 식음료 포장지이다. 사탕 포장지, 식품
패키지, 음료수 라벨, 지하철 지도, 비즈니스 카드 신문, 캔 뚜껑 등을 재활용한다. 이들이 이러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 것은 우연히 떠난 멕시코 여행 때문이다.
멕시코 거리시장을 방문한 이들은 그곳에서 재활용된 가방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들은 이런 방식을 도입해 직접 제품을 제작할 생각에까지 이른다.
이러한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이들은 코카콜라, M&M등
여러 식음료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산업 폐기물을 모으는데 주력했다. 사탕봉지와 초콜릿봉지 등은 팝아트적인
개성이 넘치는 손가방으로 탄생했고 애나멜 소재의 봉지는 마치 보석처럼 은은하게 빛나 핸드백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높여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독특한 손지갑과 핸드백은 어느새 뉴욕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미국의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여주인공이 이들이 제작한 핸드백을 메고 나와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할리우드 스타인
카메론 디아즈도 이들의 핸드백을 즐겨 멘다. 리디자인된 핸드백이 새로운 셀러브리티 패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단지 패션 아이템으로서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여한 친환경적, 사회적 변화도 주목할 만 하다. 지난 4년간 이들이 재활용한 식음료 포장지가 1500만개 이상이다. 또한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제조 과정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발생률을 최소화 시켰다. 생산
인력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들을 고용했다. 일종에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또한 수익금 일부는 제3세계 산림 보호를 위해 쓰인다. 이들은 "우리 모두는 환경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화려함을 꿈꾸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되 건강하고 평화로운 지구와 함께하는 에코이스트(ecoist)를 지향하는 것이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쓴다
더욱 다양한 소재의 리디자인 패션을 알고 싶다면 그녀를 주목하자 바로 핀란드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세이아 루깔라(Seija Lukkala)이다. 그녀는 반환경적이고 물질만능적인
문화에 대한 회의와 패스트 패션으로 대표되는 소비 지향적인 패션 시장에 새로운 시각을 던졌다. 그녀가
만든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은 모두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리디자인 제품들이다. 그녀는 광고현수막, 군복, 안전벨트, 공장작업복, 병원 이불, 심지어 보트의 돛까지 재활용해 옷에서부터 가방, 핸드백, 파우치 등 다양한 제품들을 창조해 낸다. 특히 군용품으로 만들어진 가방과 파우치는 색다른 밀리터리 패션을 창조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창립 이후 매년 정기 컬렉션을 선보인 세이아 루깔라는 지난 2005년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생태, 윤리, 미학이라는 3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첫 번째,
생태적이며 지속가능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제품은 가능한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실용성에서도 튼튼하고 좋아야 한다. 두 번째는 과정도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작 과정에서 정당한 거래를 취해야 하고 작업량을 최소화해 작업 과정에서도 탄소량을 줄여 나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충분히 미학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녀는 세계 시장을 향한 야심 찬 목표도 가지고 있다. 북유럽을 넘어 서유럽 동유럽 국가에도
제품을 선보이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핸드폰 회사
노키아와 협력하여 금속소재로 된 제품도 기획 중이며 자동차 회사와 연계한 타이어 재활용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녀 앞에서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것이다.
아름다운 패션을 추구하면서도 지구 환경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도전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이다. ‘미’란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적 화려함도 중요하지만 안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내면의 우아함이 담길 때 진정한 ‘미’를 완성한다. 리디자인 패션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 이제부터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오늘 쌓인 쓰레기 더미 속, 버려진 보석이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2&contents_id=12893)
첫댓글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