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 [숲 생태학 강의] /차윤정, 전승훈 지음 / 지성사 작성자:별꽃
생태학은 이제 현대인의 필수 교양과목이 되었다. 자연 혹은 생태에 관심이 있다면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생태적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뿌리 주변으로는 가는 뿌리 분비대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것을 근권(rhizosphere)이라고 한다. 많은 미생물들, 특히 박테리아나 곰팡이균의 포자는 이 뿌리 분비물을 영양배지로 삼아 발아하거나 번식하는데, 이 미생물들은 식물과 공생하여 영양분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루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초원의 풀들은 지상부에 생장점을 가지고 있어 초식동물이 풀을 제거하거나 들불이 풀의 지상부를 제거하여 생장점이 드러나면 빛에 자극을 받는 것은 생장점뿐만이 아니다. 이때 뿌리 역시 자극을 받게 되는데, 뿌리는 주변으로 내보내는 뿌리 분비물의 양을 급속하게 증가시킨다. 새로운 생장을 하려면 많은 양의 토양양분이 필요하다. 토양양분은 토양 내 미생물들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만들어 내고 일부는 뿌리와 공생해서 흡수력을 키운다. 바로 이 점이 식물이 노리는 점이다. 즉, 식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당의 20%정도를 지하로 투자해서 뿌리를 통해 토양 중으로 분비한다. 영양물질을 소비하기 위해 토양미생물들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주변의 유기물질들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토양 내 양분 수준은 급속하게 올라간다. 즉 뿌리로의 투자는 일꾼을 부리기 위한 품삯이었던 것이다. 식물뿌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근권은 숲의 시너지(synergy)효과를 설명해 주는 좋은 예가 된다. 숲이나 초원의 경우 식물의 뿌리는 사실상 토양 속에 서로 얽혀 거대한 그물을 형성하고 있다. 아무리 미약한 근권이라 할지라도 뿌리가 가득 들어차 있다면 토양 전체가 하나의 근권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토양은 거대한 미생물 배양소 아니 양분 생산 공장을 갖는 셈이다. 흔히 식물의 종자가 숲 바닥에 떨어지면 숲이라는 공통체의 보살핌 속에서 어린 시절을 풍족하게 보내게 된다. 놀라운 생물망이다.
낙엽의 분해
낙엽이 바람에 찢기든 지렁이에게 먹히든 혹은 미생물에게 녹아내리든 그 과정은 순전히 임의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정해진 규칙이 없이 일단 일어나고 보는 일, 그래서 생태계는 휠씬 흥미롭고 또한 안정적이다. 그러나 분해의 정도나 순서, 속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각 생물마다 선호하는 먹잇감의 성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낙엽의 질이다. 맛있는 낙엽이 빨리 소비된다. 맛의 기준을 질소 비율이다. 낙엽 내 질소의 비율이 높을수록 토양동물에게 빨리 선택된다.
일반적인 생물 사체 내 탄소/질소 비율은 동물조직>열매>꽃>잎>가는줄기>줄기>뿌리 순이다. 같은 잎이라 하더라도 수종에 따라 질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침엽수들은 낙엽활엽수들에 비해 엽질이 떨어진다. 소나무 낙엽은 참나무 낙엽보다 훨씬 느리게 분해된다. 또한 싸리나무 잎이나 오리나무잎은 참나무 잎에 비해 훨씬 맛나, 살아서도 곤충들에게 선호되지만 죽어소도 미생물들에게 선호된다. 줄기나 뿌리와 같은 목질부는 리그닌과 셀룰로오스와 같은 견고한 목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쪼개개 위해서는 특수한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수한 분해자가 요구되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다. 낙엽은 숲 속 계곡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속의 조류나 분해미생물, 심지어 곤충의 유층들도 물속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먹고 사는데, 낙엽의 종류에 따라 봄에 남아 있는 조직의 양이 차이가 난다. 어떤 나무가 가장 늦도록 남아 있을까, 진달래 잎이라고 한다.
산림토양은 수목으로부터 씻겨져 나오는 수소이온과 낙엽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유기산이나 부식산에 의해 기본적으로 산성을 띠게 된다. 이런 산성 환경은 박테리아의 활동을 억제한다. 왜 분해가 필요한가. 분해는 생산자인 식물이 양분을 공급받는 과정이다. 생산자인 식물이 토양으로부터 필요한 양분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야 하는데, 바로 분해 과정이 지속적인 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