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21-2 (2012. 03. 10)
17.5km (775.8km)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 - 영호리 - 청용리 - 장춘리 - 문내면 무고리 - 난대리)
마산리 마을 안쪽에서 오늘의 장정이 시작된다.
마산리 바닷가의 호젓한 마을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안으로 들어서 고개를 넘어간다.
고개 위에서 바라보는 안쪽 마산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평온하다.
조그만 교회당을 지나니 마을 입구까지 길 양쪽 옆으로 동백나무가 가지런히 두 줄로 서있다.
아직 아쉽게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지는 않았지만 서둘러 몇몇 꽃봉오리는 입을 열고
여린 주홍색 꽃잎을 맞선 나온 시골 처녀 모양 부끄럽게 고개 돌려 보여주고 있다.
꽃잎이 너무 예~~뻐.
길 건너 마을도 평온하기는 마찬가지고 조용히 마을로 들어선다.
지난겨울에 태어난 듯한 백구들이 소리치지 않았으면 사람도 살지 않는 마을인양 조용한 곳이다.
번듯하게 지어진 마을 회관 앞을 지나는데 위령비가 있어 그 내용을 보니 바로 이곳이
아시아나 항공이 추락한 곳이라고 한다.
19년 전 1993년 7월 26일 오후 2시 27분 김포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 733편 보잉 737기는
강풍과 안개로 인하여 3차례나 어렵게 착륙을 시도하다가 3시 50분경 이 마을을 뒷산에 추락해 버렸다.
승객과 승무원 110명을 태운 이 비행기는 68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참사의 주인공인 되었다.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에 이런 참사가 있었다는 것이 지금은 믿어지지가 않지만
마을 회관에 계신 할머니의 손끝이 가리키는 산 중턱에는 아직도 나무가 자라지 않고 있다.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도 갑자기 빨리 오는 것이라 하늘로 가는 사람도 남아 있는 사람도 너무도 황망함에
큰 눈물 속에 지나지만 세월이 약인 것인지 아님 병인 것인지 위령비 뒤편 글씨의 색 바램처럼 그렇게 또 잊혀 간다.
고개 위로 올라와 어제 밤에 남은 홍어와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 지원을 맡은 총무님의 의견을 따라
해남군의 가장 북쪽인 매월리로 가지 않고 남쪽 영호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아마도 오늘의 장정은 바다를 보기는 글러버린 것 같다.
영호리로 내려오니 어제 넘어온 금호 방조제가 보이고 금호호가 멀리 보인다.
한창 77번 도로 확장과 직선화 작업 중이다.
길은 확장되고 직선화되어서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데 화원면 소재지로 들어서니 어수선하다.
화력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사람들은 “1,000억 원이 날아간다.”라고 외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악마의 검은돈 화원인심 절단난다.” 라고 소리 지르며 소통부재의 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어디 화원면, 아니 해남군만의 일이겠는가!
나라 전체가 소통 부재의 진상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인데 특히 선거가 있는 올 해는 더 할 것이다.
자기가 만든 정책을 남들이 한다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자기가 반대한 정책을 지금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야 할지
특히 작은 선거, 큰 선거 이놈의 선거 때만 되면 심판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누가 선수고 누가 심판이고 누가 관중인지 난 요즘 운동장 밖에서 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이런 선수가 필요한 것 같다.
상대방에 말을 무릎 꿇고 끝까지 들어주고 자기의 말을 천천히 공손하게 말하며
그 곳에서 50년 후, 100년 후 이 땅의 주인이 될 우리의 아이들과 자손들에게 빌려 쓰는 이 땅을
어떻게 돌려주면 될지 결정이 조금 늦더라도 신중히 판단해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점심으로 삼겹살을 먹고 다시 장정을 시작한다. 도로를 확포장 직선화하며 남겨진 옛 도로를 따라 무덤덤하게 걸어간다. 차가 없어서 그래도 편안하다.
장춘리를 지나며 신기한 모양을 본다. 멀리서 보면 흡사 스님들이 땅에 묻혀 머리만 나와 있는 모양인데 작년 가을 배추를 수확하지 않아 그냥 밭에 있어 겨울을 나니 겉에 잎이 쪼그라져 붙어버려서 사람 모양으로 보인다. 아깝다. 열심히 키운 배추를 수확하지도 못하는 농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물론 수확 전에 밭떼기로 팔려 나가고 배추값 하락으로 뽑지도 않았다고는 하지만 중간상이나 농부나 가슴 아프기는 같을 텐데. 한 해 열심히 키운 배추가 겨울동안 얼어 죽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해남군의 안쪽을 질러가는 77번 도로를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니 바로 개초저수지가 나온다. 규모가 꽤나 큰 저수지에는 강태공들이 겨우내 살을 찌운 고기를 잡아 올리고 있다.
“많이 잡으셨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냥 몇 마리......” 라고 말끝을 흘리기에 살림망을 들어 보니 가물치와 잉어가 가득이다. 그 아저씨 표정은 뿌듯하게 자랑스러워 보이는데 말은 겸손하게 하신다.
조금 더 똑같은 길을 걸어 문내면 무고리를 지나 난대리에서 장정을 멈춘다
첫댓글 출장 때문에 글이 좀 늦었네 ㅎㅎㅎ
이제 우리의 길은 남해입니다. 가슴이 설레입니다. ㅋㅋ
ㅋㅋ............
남해는 아직도....................앞으로 넷째날에 걷게 되겠군여.............ㅋㅋ
점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커지기 시작하는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