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온통 설국이 되었다. 지금은 집 주변에서 흡사 솔잎이 떨어지듯 얼음눈이 바스락 거린다.
어제 저녁은 동생네 가서 얼큰한 부대찌개에 소주를 한 잔 하며 NFL championship을 보았다. NC에 유일한 팀인 Panthers가 13년만에 올라가 애리조나에 Cardinals를 일방적으로 이겼다.
동생은 원래 삶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 하도 공부를 안해 나에게 심하게 맞은 적이 있다. 공부해서 뭐하냐는 녀석에게 나는 물었다. "너는 잘 살고싶은 마음도 없니?" 녀석은 살고싶은 마음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러던 녀석이 나이 오십에 아들을 낳더니 이제는 아버지 된 책임을 느끼는 모양인지 집을 장만했다.
어릴 적 나는 녀석을 데리고 동네를 다니길 좋아했다. 한 번은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 둘이 축구를 하다가 약 열 명이 넘는 다른 동네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되었다. 주먹다짐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심각한 열세를 느끼고 도망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동생이 잡힌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녀석들에게 돌아가 사과를 하고 동생을 데려왔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동생에게 미안하다. 잠시나마 혼자 발뺌을 했던 것이 부끄럽다.
동생은 무엇이든 잘 고친다. 가전제품, 가구, 기계등 가릴 것 없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원리를 깨달아 고장난 부분을 교정한다.
녀석은 무엇이든 버리지를 않는다. 특히 입었던 옷들과 신발들 그리고 고장난 컴퓨터나 전선들을 정리를 해서 보관을 한다. 한 때 편집광적인 병을 의심했는데 어쩌다가 대대적으로 버리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집에 가면 요즘 메주를 띄우는 중인데 너무 비가 자주 오고 날씨가 따뜻해서 메주들이 썩을까봐 걱정이 많다.
병아리 몇 마리로 시작한 닭 키우기는 이제 약 열 댓 마리가 되고 유정란을 나누어 먹는다.
동생의 아이가 이제 네 살인데 그 모습이 동생의 어릴 적 모습을 빼서 닮았다. 명랑하고 예쁘고 똑똑한 것이 눈이 초롱하고 영리하기까지 하다.
요즘은 저녁마다 녀석과 담배를 한 대씩 나눈다. 주로 하는 이야기는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식당의 매상이다. 주로 삼 사백 불 하던 것이 오늘은 오백 불이 넘었다고 했다.
오늘은 동생네와 떡국을 먹고 저녁시간을 함께 보냈다. 늦둥이 아이는 저녁 내내 춤을 추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동생이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에 따르면 동생이 갓난아이였을 때도 울지를 않고 생글거리며 웃기만 했다고 한다.
동생이 중학생일 때 저녁에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동생의 친구였는데 병원 응급실로 빨리 오라는 것이다. 병원에를 가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패싸움이 붙었다가 친구들은 다 도망가고 떨어진 안경을 찾으려다가 몰매을 맞았단다.
그 때의 후유증인지 지금도 가끔 허리를 아파한다. 그 고통이 심할 때는 온 몸을 구부리고 옆으로 누워 끙끙 앓는다. 녀석의 입술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모습이 뇌리에 박혀 있다.
동생과 장사를 약 육 년을 했는데 단 한 번도 동생은 돈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부탁을 하신 말씀이 있다. 가능하면 남의 밑에서 일하게 하지 말라고. 주인을 위해 죽기까지 충성을 하다가 자기를 해칠 놈이라고...
놈은 나에게 하나의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