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공견삭관음(不空絹索觀音)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은 밧줄을 지닌 보살이므로 불공견삭관음보살이라 부른다.
(범어로 아모가 파샤Amoghapāśa, 불공견삭이라고 번역한다.
아모가Amogha는 불공이란 말이다.
‘헛되지 않음’, ‘확실한’이라는 뜻이다.
파샤pāśa는 올무 형식의 동아줄을 말한다.
견羂은 ‘올무 견’, ‘그물 견’의 한자어,
삭索자는 ‘동아줄 삭’이다.
견삭은 그물이나 밧줄을 의미한다.)
그 자비의 올가미로 한 사람이라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그물을 던지고 밧줄을 잡아당긴다.
생과 사로 이어지는 고난의 수렁 속에서 불공견삭관음은 묘법연화를 피게 하며 불공견삭을 얽어
모든 중생어衆生魚를 낚는다. 중생을 고기에 비유하여 대자비의 낚싯줄로 중생인 고기를 낚아 열반의
언덕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다. 이 보살을 믿으면 그 믿음이 헛되지 않아 반드시 바람을 이루게 된다.
불공견삭관음의 상호는 이러한 뜻에서 신격화되어 있다.
몸에는 사슴가죽과 같은 가사를 둘렀으므로 녹피관음鹿皮觀音이라고도 부른다.
그의 밀호는 등인금강等引金剛이다. 태장계 만다라에서 관음원의 셋째 줄 넷째 자리에 위치한다.
얼굴이 셋,
팔이 넷이다.
각각 눈이 셋이며
정면은 살색이고
오른쪽의 얼굴은 청색,
왼쪽은 까만색이다.
이는 세 가지 덕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왼쪽의 첫 번째 손은 활짝 핀 연꽃을 꺾어 들고 있으며,
두 번째 손에는 견삭이 있고,
오른쪽 첫 번째 손은 염주를 잡고 있으며,
두 번째 손에는 군지軍持가 있다.
『불공견삭경』(『불공견삭신변진언경不空索神變眞言經』의 약칭.
당나라 때 보리유지菩提流支가 번역)에는
얼굴 하나에 눈이 셋이고
팔을 열여덟 가지고
피부는 진금색이며 결가부좌하고 있다고 했다.
얼굴은 평화롭고 다정하게 미소를 띠며 머리에 화불이 있는 보관을 썼다.
두 손은 가슴에 대어 합장하고,
다른 두 손은 배꼽에 대고 합장한 손을 배꼽 아래로 내렸을 때의 모습(倒散合掌)을 했다.
두 엄지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구부리고,
두 손을 가슴 아래에 팔목을 붙이되 왼손의 다섯 손가락은 편 상태에서
약간 구부린 모양을 한다.
배꼽 아래에 있는
두 손은 밧줄을 지닌 견삭인羂索印이다.
한 손은 삼차극三叉戟을 잡고,
한 손은 보당寶幢를 잡고,
한 손은 활짝 핀 연꽃을 가지고,
한 손은 불공不空의 범협梵篋을 들고, 한 손은 보번寶幡을 잡고,
한 손은 시무외인을 결하고, 한 손은 군지를 잡고, 한 손은 보병을 들고,
한 손은 소반인 보화반寶華盤을 들고 있다. 사슴 가죽옷을 두르고,
여기에 7보와 영락과 천의, 보옥과 가락지와 팔찌로 장엄했고,
몸에서는 광명의 불꽃을 비춘다.
(범협은 산스크리트 원전인 범본을 가리키는 말이다. 범협은 패엽貝葉을 중첩하여 판목을
두 끝에 끼어서 노끈으로 맺은 모양이 마치 상자에 넣은 것과 흡사하므로 그렇게 말한다.)
이 보살의 상호는 여러 보살 가운데서 제일 변화가 많고 다양하다.
1면 4비, 3면 2비, 3면 4비, 3면 6비, 3면 10비, 3면 18비, 4면 8비, 11면 32비 등이 있다.
경궤에 따라 그 상호도 다르게 나타나고 다양하다. 태장계 만다라 연화부원에서의 상호는 3면 4비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1면 3목 8비의 상이다.
불보살이 지닌 지물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그 불보살의 특성과 역할, 공덕력을 알 수 있다.
연꽃은 깨달음의 완성을 의미한다.
금강저는 굳센 믿음과 불퇴전,
약병은 치유의 공덕력을 나타낸다.
이러한 지물 가운데 특이하게 밧줄을 지닌 보살이 불공견삭관음이다.
대비로써 번뇌와 고통에 빠져 있는 중생을 구제한다.
그 도구가 그물과 밧줄이다. 관세음보살의 대비는 그물과 밧줄로 비유되고,
구제받아야 할 무명 중생은 새에 비유된다.
중생인 새를 자비의 그물로 포획하는 보살이 바로 불공견삭보살이다.
새나 고기를 잡으려면 단단한 그물과 밧줄이 필요한 것처럼
중생 구제를 위한 대자비의 밧줄은 없어서는 안 되는 지물이다.
단단하고 튼튼한 대자비의 그물과 밧줄이다.
대자비는 모든 변화관음보살에게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는 키워드다.
관세음보살이 근원적으로 자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다.
육관음보살이 제각기 다른 지물을 지니고 있지만 중생 구제를 위한 마음은 한결같다.
단지 다른 지물과 방편을 쓰고 있을 뿐이다. 불공견삭관음은 중생을 낚으려는
굳센 신념에다 사섭법四攝法의 방편을 적절히 구사하여 중생을 구제한다.
보시,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의 네 가지 방편으로 중생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구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