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전부터 가보자고 노래 부르던 전북 완주에 있는 아원고택으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30분, 꽤나 먼 거리다.
가는 길, 점심을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정보없이 온 터라 애매하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우리 앞을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다.
점심먹기에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하다.
우리도 덩달아 따라 들어 간다.
전주본가 설렁탕집이라는 현수막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평일인데도 손님이 북적북적하다.
설렁탕과 갈비탕을 시켰는데 만삼천원, 만오천원으로 비교적 착한 가격이다.
뽀얗고 진한 설렁탕, 시원하고 감칠맛나는 갈비탕이 막담은 갓김치와 딱맞춤이다.
국물도 고기도 맛있다.
손님이 많은 곳은 분명 이유가 있다.
아원고택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키오스크에서 1인 만원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아원 갤러리와 고택을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고택에서는 2천원을 주면 음료를 마실 수 있단다.
갤러리 입구에는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 작품이 연출되고 있다.
갤러리 안에 이수종님의 도예 작품 달항아리가 전시되어 있어서인지 미디어 작품 역시 달항아리가 주제이다.
콜라보라도 한 걸까.
갤러리는 현대식 건축물이다.
마치 안도 타다오의 건물을 보는 듯하다.
이수종님의 인터뷰 내용이 TV화면에서 흘러 나온다.
최근 달항아리에 한문 서체를 추상적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욕심과 번뇌를 비워내기 위함이란다.
갤러리에는 달항아리가 은은한 빛 속에 놓여져 있다.
커다란 스크린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에는 달항아리에 어울리는 미디어 아트가 흐르고 있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맘이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한참을 바라보다 고택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대나무 숲길이 산책로가 되어 이어지더니 고택이 나타난다.
오른편에 있는 서당은 전라남도 함평에서 조선시대 말기에 서당으로 사용했던 한옥을 이축해 놓은 거란다.
숙소로 대여되는데 퍽이나 넓다.
대청 마루 앞으로는 파란 하늘과 뭉게 구름을 이고 있는 종남산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사각형의 인공연못에는 작은 황새 조형물 한 마리가 물을 먹는 듯 서 있다.
전통미 품은 문살, 매끈한 대청마루, 바람을 맞아들이기 위해 위로 매달아 놓은 방문, 산들거리는 바람결에 슬쩍 휘날리는 광목 커튼.
모든 게 너무 아름답다
인공연못의 현대미와 고택의 전통미가 만나 새로운 멋을 창출하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걸터앉아 자연이 주는 위로를 온 몸으로 느낀다.
안내판을 따라 건너편으로 가니 안채 설화당이 보이고, 문이 잠겨 있는 별채 천목마루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사랑채 연하당이 있다.
안채, 사랑채는 경상남도 진주 지수면에 있던 250년 된 고택을 이축한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아원고택의 하이라이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실 수 있고 널찍한 정원을 만 날 수 있는 곳 천지인.
이곳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일정시대 말기에 옮겨 왔단다.
다실이랑 대청마루에서 한담을 나누거나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우리도 오미자차와 드립커피를 들고 대청 마루에 걸터 앉는다.
이곳에는 서당에서 보았던 것보다 휠씬 널찍한 사각 인공연못이 종남산과 하늘을 담고 우리를 맞이한다.
연못 한 켠으로 달항아리가 고즈넉하니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풍경을 원했던 거다.
하얀 구름 떠있는 맑은 하늘, 초록으로 울창한 산자락, 어린시절 뭉클뭉클 떠올리게 하는 대청마루, 멋스런 한옥의 문풍지와 서까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결.
모든 게 완벽했다.
아원고택이 추구하고 있는 <오로지 몰입하여 비우고 내려 놓고 몸소 느끼며. 자신만의 휴식을 갖게 하는 사유의 정원>
딱 그런 시간을 한참동안 누릴 수 있었던 행운의 여정이었다.
첫댓글 몇해 전 친구들과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농암종택에 가서 하루 밤 잔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100칸 짜리라서 난생 처음으로 그런 집 처음 봤습니다.
보물도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도 있고요.
종손이 집 지키면서 숙박업을 하고 있었어요.
조선조 농암 이현보라는 분이 75세 참판까지 지내고 낙향해 작은 대궐을 짓고 89살까지 산 집이랍니다.
첫 느낌은 얼마나 치부를 했으면 이런 대궐 같은 집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암종택
http://www.nongam.com/
한옥이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참 좋았겠다 싶어요.
예나 지금이나 극한의 빈부의 차는 마음을 고달프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