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2-18
2 기행紀行 18 청평산淸平山
청평산색영인의淸平山色映人衣 청평산 푸른 빛 사람 옷에 비치는데
참담연광송락휘慘淡煙光送落暉 쓸쓸한 연기 빛은 지는 해를 보내누나.
암류쇄공경작무巖溜洒空輕作霧 바위에서 떨어진 물 흩어져서 안개가 되고
춘라공목벽성위春蘿拱木碧成幃 봄 댕댕이 나무를 둘러싸서 푸른 장막 이루었네.
옥사요초인간원玉沙瑤草人間遠 옥 같은 모래 진기한 풀 사람 세상 멀리 있고
기수경화세려미琪樹瓊花世慮微 좋은 나무 옥 같은 꽃 세상 생각 없게 한다.
지호주모서절정只好誅茅棲絕頂 단지 좋은 것은 띄 베어 높은 곳에 집 짓고서
종금가둔막상위從今嘉遯莫相違 이제부터 숨어 사는 것 어기지 말 일일세.
청평산淸平山
강원도 春城郡과 화천군華川郡 경계의 산. 고찰古刹 청평사淸平寺가 있음
청평산 맑은 산 빛이 나그네 옷에 물들고
어둑한 안개에 석양빛이 젖어드네.
높은 암벽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안개가 돼 퍼지고
봄날의 댕댕이 풀은 나무를 푸른색 휘장처럼 감았네.
옥빛 모래밭에 진귀한 풀들이 자라서 저자와는 거리가 멀고
옥처럼 아름다운 나무와 진귀한 꽃에 세상근심 사그라지네.
부득이 띠 풀을 베어 산위에 살 집을 지었으니
지금부터는 은둔생활의 기꺼움을 제대로 누리려네.
►참담慘淡 어둠침침하고 쓸쓸함. 암담함
►암류巖溜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라蘿 댕댕이풀 넝쿨. 댕댕이 넌출.
►幃幃 휘장揮帳
►옥사요초玉沙瑤草 옥돌가루 모래와 구슬같이 아름다운 풀 옥지玉芝. 神仙界를 말함
►기수경화琪樹瓊花 옥처럼 아름다운 나무(琪樹)와 밤에 피는 윤기 나는 진귀한 꽃(瓊花)
►지호只好 지득只得. 부득이. 할 수 없이
►가둔嘉遯 아름답게 물러남. 기꺼운 은둔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