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스 헬리웰은 명상에 들어가서
우연찮게 타니스의 몸에 깃들어 있는 몸의 정령과 텔레파시적 대화를 나누게 된다.
제 15 장
몸의 엘리멘탈
레프리콘은 그 다음날 아침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홀로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 일요일은 역시 쉬는 날이지 ` 나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가며 생각했다.
이 날 저녁에는 촛불을 켜놓고 명상했다.
집중력을 높이고 ,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기 위한 훈련이었다.
똑같은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하나의 사념체로 굳어진다.
사념체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데 ,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다.
매우 강한 사념체 같은 경우는 타인에게 달라붙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생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는 가부좌로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곧게 편 다음 ,
일곱 가지의 대죄에 관한 명상에 들어갔다.
내가 그것과 관련하여 어떤 사념체들을 창조해왔는지 살펴 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내가 그 사념체들을 만들었을 때 갖고 있었던 본래의 선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자 색욕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
인색함은 원대한 지식과 경험에 대한 목마름에서 ,
질투는 창조자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나태함은 내게 필요한 것을 창조자가 마땅히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명상을 하면서 나의 부정적 사념체들을 불러 냈고 ,
원래의 긍정적 의도만 남을 때까지 그것들을 에테르체 안에서 녹여 냈다.
그런 다음 , 나는 강력한 감정을 동반하여 내 몸에 사랑 , 수용 , 풍요 , 믿음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이 선물들을 받지 않으려는 몸의 저항이 느껴졌다.
몸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하지만 나와 완전히 분리된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존재는 내 마음 , 내 의식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 하지만 내 몸과 연결된 또 다른 의식인 것 같았다.
" 당신은 누구인가요 ? " 내가 그 존재에게 물었다.
정적만이 흘렀다.
하지만 나의 내면 그림자 속에서 서성이고 있는 어떤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요. "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나의 의식은 밝은 손전등이 되어 그림자를 비추면서 그 곳에 사는 존재를 수색했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한 존재가 나를 지켜 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존재에게서 불신 , 분노 , 냉소의 감정과 동시에 호기심과 희망이 느껴졌다.
"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예요.
정말 당신이 알고 싶어요. "
나는 그 존재에게 사랑을 보내며 텔레파시로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그 존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난 당신을 믿지 않아요. 저리 가세요. 그리고 내 할 일을 하도록 나를 내버려 둬요. "
할 일 이라는 단어를 들은 나는 그가 내 몸 안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직감으로 , 그것은 긍정적인 일이었다.
" 당신은 어떤 일을 하나요 ? " 내가 물었다.
다시 한 번 침묵이 이어졌고 , 절망과 희망이라는 모순된 두 감정이 느껴졌다.
" 제발 나를 믿어줘요. "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 만약 내가 당신에게 어떤 행동을 했었다면 , 그것은 당신이 그 곳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이제 알게 되었으니 달라질 거예요.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
그 존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응답했다.
" 좋아요. 당신이 나를 알게 된다고 해서 더 큰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군요.
그렇다면 말해주겠어요.
나는 당신 몸의 엘리멘탈이랍니다. "
" 나의 ... 뭐라고요 ? " 나는 혼란스러웠다.
" 몸의 엘리멘탈이라는 게 뭐죠 ? "
" 몸의 엘리멘탈이 누구 냐고 물어야죠 ! "
그 존재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 존재가 다시 절망감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 사과를 전하며 말했다.
" 이 모든 것이 너무 낯설어요.
부디 나의 무지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작업에 대해 알려 주세요. "
" 수백 만 년 동안 해왔던 작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란 쉽지 않아요. "
그가 나를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 밤새 이야기를 나눠도 돼요. "
나는 약간의 유머로 긴장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 당신 매력이 다른 엘리멘탈에게는 먹혔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
몸의 엘리멘탈은 내 친구 레프리콘의 이미지를 투사하면서 짜증을 부렸다.
나는 그에게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지 몰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나는 당신이 억지로 말하게끔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당신의 존재를 내가 이해하는 것이 좋을지 , 아닐지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에요.
당신이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신뢰해요. "
이런 내 말이 열려라 참깨 같은 마법의 말이었는지,
몸의 엘리멘탈은 즉시 오랜 세월 담아뒀던 원망의 말을 마구 쏟아냈다.
" 나는 당신이 이 행성에서 처음 몸을 받아 내려왔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죠. "
몸의 엘리멘탈이 화를 냈다.
" 나는 당신이 환생할 때마다 당신의 몸을 지었던 건축가고 ,
각각의 생에서 당신이 습득한 모든 힘과 상처들을
죽을때 까지 당신 몸에 머물면서 모든 것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죠.
그리고 ... "
몸의 엘리멘탈은 잠시 숨을 돌리다 말을 이어 나갔다.
" 당신이 죽으면 비로소 나에게 쉴 시간이 생겨요.
당신이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 말이에요. "
몸의 엘리멘탈의 말이 진실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 이를 감사해하지 않았던 것이 부끄러웠고
더 이상 나의 무지를 변명 삼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내 딜레마를 느낄 수 있도록 한 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