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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보입니다
◆ 김범준> 전통적인 통계 물리학은 입자가 굉장히 많이 모여 있을 때 전체가 보여주는 어떤 특성 같은 걸 연구하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이 스튜디오에도 기체 분자들이 많잖아요. 기체 분자 하나하나로부터 출발해서 이 스튜디오의 온도와 압력 같은 것들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게 전통적인 분야고요. 요즘은 제가 관심 있게 연구하는 분야는 입자가 아니라 뭐라도 많이 모여 있을 때.
◇ 박재홍> 뭐라도 많이 모여 있을 때?
◇ 박재홍> 동기가 많으시군요. 일단 교수님 책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단순 과학 이론으로 설명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존재, 관계를 어떻게 살 것인가까지 얘기를 끌고 가셔서 재미있어서 교수님 모셨어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신 거예요?
◆ 김범준> 이 책은 한 신문사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건데요. 매번 연재의 글감을 정할 때 시작을 어떤 물리학의 개념 같은 걸로 시작해서 제 생각이 뻣어가는 걸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됐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마음이 무겁다, 가볍다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사실 마음은 질량이 없잖아요.
◆ 김범준> 그렇죠. 그래서 질량이라는 물리학의 개념으로 출발해서 마음의 무겁고 가벼움이 어떤 것인지 그런 걸 생각해 보는 그런 내용을 엮은 거죠.
◇ 박재홍> 10년 전 나와 10년 후의 나는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 같습니까? 다르죠?
◆ 김범준> 나라는 존재가 뭔지를 이제 고민해 봐야 되는데요. 우리 몸에 있는 많은 세포들이 사실 몇 달만 지나도 다 바뀌거든요. 그러니까 10년 전의 내 몸에 있던 세포 중에 혹은 세포 안에 들어 있던 원자 중에 지금도 내 몸 안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죠. 그렇게 보면. 제각각의 우리를 어떤 물질의 구성만으로 보면 구성요소가 모두 바뀐 거니까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라는 어떤 의식을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갖고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해 보면 굉장히 신기한 거죠. 구성 요소는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나라는 어떤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는 거죠.
◆ 진중권> 헤라클레이토스가 했던 말, 우리는 동일한 강에 2번 몸을 담글 수 없다. 그런데 그 동일성이라는 게 사실 물질이 아니라 뭔가 좀 다른 거잖아요, 사실은. 그렇잖아요. 물질은 다르다고 하는데.
◆ 김범준> 물리학자들은 그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신비로운 걸로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결국 물질의 모임이 내가 되는데 물질을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를 갖고 나냐, 내가 아니냐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런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 연결의 패턴이 나라는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 거죠.
◆ 진중권> 그렇죠. 그러니까 패턴인 거잖아요.
◆ 김범준> 맞습니다.
◆ 김범준> 그러시죠. 우주를 생각해 보면 많은 원자들이 있잖아요. 그 원자들이 어쩌다가 모여서 나라는 존재가 되는 건데 내가 죽고 나면 내 몸을 구성했던 원자들은 다시 우주로 흩어지겠죠. 그렇게 원자라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 박재홍> 존재하는 거죠.
◆ 김범준> 사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거죠.
◆ 김성회> 그러면 물리학적으로 접근하면 제 몸을 구성하는 손톱 이런 것들이 어디론가 날아가서 목성 일부가 되기도 하고 고등어가 되기도 하고 이럴 수 있다라고 말씀을 하셨던데.
◆ 김범준> 제 책에서 비유한 건데요. 이런 상상을 해 봤어요. 제 몸을 이제 원자들이 모여서 제 몸을 만들잖아요. 그런 상상의 동영상 같은 것로 한번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럼 제 손톱에 지금 들어 있는 원자는 제가 먹은 음식 안에 있었고 그게 어쩌면 고등어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고등어는 물속에 있었으니까 그 원자는 과거로 거슬러가면 이제 또 바다가 될 거고. 이걸 과거로 계속 거슬러올라가다 보면 사실 지구에 있는 우리 모두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모두 다 우주에서 온 것이거든요. 사실 물리학자들이 우리 모두 다 별의 후손이다라는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하는데 사실 맞아요. 우주에서 어딘가에서 초신성 폭발 때 굉장히 무거운 원자들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것들이 우주를 떠돌다가 모여서 제가 된 거죠. 아주 먼 과거로 생각하면 우주 어딘가 두 원자가 가까이 우연히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게 한 원자는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지구로 와서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고등어 몸이 됐다가 제 손톱이 될 수도 있고.
◇ 박재홍> 그러면 나라는 존재는 삶 자체가 기적인 거네요.
◆ 김범준> 기적이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진중권> 그러니까 사실 확률론적으로 굉장히 희박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모든 게 사실 엔트로피로 간다고 하는데 그러면 무질서로 가야 되는데 왜 생각이.
◆ 김범준>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다들 들어보셨잖아요. 그런데 엔트로피가 증가하려면 만족해야 되는 조건들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외부랑 완전히 단절되어서 고립되어 있을 때 그 안에서는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해야 돼요. 그런데 생명현상은 대표적인 열린계라고.
◆ 진중권> 열린계예요?
◆ 김범준> 우리 모두 다 밥도 먹고 지금 저에게 정보도 주고 대화도 하고 이런 각각의 존재를 생각하면 우리는 결코 고립계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생명현상 그리고 각각의 인간이라는 존재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고립계가 아니니까.
◇ 박재홍> 그런 질문을 하면 엔트로피 책을 잘못 읽으신 분들이군요, 그러니까.
◆ 김범준> 그 유명한 엔트로피 책 있잖아요.
◆ 김범준> 처음 빅뱅의 순간에는 사실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요. 빅뱅 이후에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성이 깨져요. 그 이후로는 그때 만들어진 입자들, 원자들은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어요. 10의 80승 개 정도로 보통 추정해요. 그 숫자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 김성회> 그 숫자는 변하지 않고 다만 조합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만들고 우주도 만들고.
◆ 김범준> 저도 되고.
◆ 김성회> 제 몸도 만들고 마이크도 만들고.
◆ 김범준> 물리학자들이 우주라고 하는 대상을 정의할 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정체 집합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 밖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과학자들 입장에서는 비과학적인 질문이 돼요. 왜냐하면 그 밖에 뭐가 있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도 넣어야 우주거든요. 만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우주 밖에 있는 어떤 대상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진술의 가치가 없죠. 그건 어쨌든 거기에 뭐가 있든 우리하고는 인과적으로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서로 상호적이게 돼요. 영향을 주고받고. 그리고 우리 모두 다 사람도 우주 안에 있으니까 사람들 사이에 서로 영향 주고받고 상호작용하는 건 전혀 신기한 일은 아니죠.
◆ 김범준> 맞습니다. 그걸 지평선, 우주의 지평선이라는 개념으로 얘기하는데요. 빛의 속도가 유한하다 보니까 우주의 나이 곱하기 빛의 속도를 하면 거리가 되잖아요. 그 거리 바깥에 있는 우주에 있는 무언가는 아직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하지만 기다리면 시간이 우주가 나이를 더 먹으면 그것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죠. 거기까지. 빛의 속도로 우주의 나이만큼 진행하는 그 거리 밖에 있는 것들은 지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갑자기 좀 조용해지는 것 같은데.
◆ 김범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고요. 우리는 늘어나는 풍선 안에 있는 거예요. 그러면 풍선이 늘어나면 우리가 보는 우주가 늘어나는 거지, 그 밖은 여전히 우주가 아닌 거죠.
◆ 김성회> 그래서 그 부분을 해결하려고 신이 등장을 하는 거고 비유를 하면 농구공에 개미가 한 마리 올라가 있으면 개미는 무한한 공 위를 왔다 갔다 하는데 밖에서 신이 보기에는 그냥 농구공에서 놀고 있는 개미로 보이는 건데 우리 존재라는 게 그 이상은 인식할 수 없다라는 전제를 두고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 김범준> 물리학자들은 밖에서 본다는 관점에 의미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 생각하지 말고 안에서 봐야 되는 거죠.
◇ 박재홍> 되게 재미있는 얘기네요. 그리고 책 내용 중에 두 사람의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는 단순한 상관관계 그 이상이다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거 풀어서 좀 설명해 주세요. 이 안에 엄청난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 김범준> 우리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과는 심리적인 거리도 가깝게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결혼할 때 제가 아는 선배님이 결혼이라는 건 평생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멋진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김성회> 아니, 온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 진중권> 이 발언은 검열을 거친 것으로.
◆ 김성회> 사모님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시면 찬 손을 녹이려고 교수님의 속옷 안에다가 손을 집어넣어서 손을 녹인다는 거예요. 아직도 그러시고 계시다는 거잖아요.
◆ 김범준> 최근에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매일 그랬어요. 안 하세요, 사모님이?
◆ 김성회> 저희는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 김범준> 근본 가설을 만들어야 돼요. 예를 들어 서울 수도권의 인구가 1000만이다 그러면 10의 7승이고요. 10의 7승인 두 사람이 만난다라고 하면 그 확률은 10의 7승분의 1의 제곱이니까 10의 14승이고요. 그러면 100조 정도네요. 그러니까 100조분의 1입니다. 물론 이건 사람들이 무작위로 만난다라고 가정하면 그런데요. 현실에서는 그 정도로 무작위로 만나지는 않으니까 그것보다는 작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둘이 만날 수 있다는 것, 우리뿐 아니라 세상에서 둘이 우연히 마주친다는 건 우연의 확률을 생각하면 정말 천문학적으로 작은 건 분명합니다.
상자를 열기 전에는 우리는 고양이의 삶과 죽음 자체를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상자를 여는 순간 살아 있는 고양이 또는 죽어 있는 고양이를 관찰을 하게 되지만 상자를 열기 전에는 삶과 죽음 자체를 이야기할 수 없다라는 게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인데요. 그런데 사실 이 커다란 고양이가 순수한 양자역학적인 상태로 상자 안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현실에서는 사실 고양이가 양자역학을 따르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느냐라고 본다면 많은 물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 박재홍> 의문이 해소되셨습니까?
◆ 김범준> 그게 양자역학적인 입자가 예를 들어 입자냐 파동이냐 그런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입자냐 파동이냐는 우리 거시적인 크기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는 익숙한 구별인데 양자역학을 따르는 작은 미시적인 입자들은 입자냐, 파동이냐 그렇게 양분되지 않아요. 그것도 비슷한 거죠. 그런데 입자도 아니고 파동도 아닌데 자꾸 우리가 둘 중의 하나 고르라고 하면 전자가 좀 황당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선택을 강요할 수 없어요. 마찬가지로 슈뢰딩거 고양이가 양자 상태에 있다면 살았느냐, 죽었느냐는 우리의 경험으로 질문하는 거지 고양이는 그 질문을 이해 못할 거예요.
◆ 김성회> 저기 화성도 가는 시대가 되고 있고 인류의 꿈 중 하나가 광속과 가까이 날아서 어딘가 다른 별에 가는 특히 인터스텔라 이후에 굉장히 유행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항상 궁금한 게 저랑 제 동생이 있으면 책에도 형제로 비유를 하셨던데 한 사람은 여기 지구에 있고 한 사람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어디론가를 여행했다가 돌아온다라고 가정하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20년 있다 만났다 이러면 둘 간에 나이 차이가 존재하는 건가요?
◆ 김범준> 그럼요. 얼마든지 존재하죠. 사실 그거는 실제 사람을 우주로 보냈다가 돌아오는 경험을 우리가 한 적은 없지만 물리학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휴대폰에서 길찾기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을 하면 지구 궤도 주변을 돌고 있는 GPS 위성을 이용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우리는 멈춰 있고 우리에 대해서 GPS 위성이 움직이잖아요. 그것 때문에 시간 지연이 꽤 있어요. 그 효과를 보정을 해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서 10m 정도의 오차잖아요. 그 오차가 그거밖에 안 되는 이유가 시간 지연 효과를 이미 반영한 거예요. 여러분이 휴대폰으로 길찾기 할 때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지금 여러분이 검증하고 있는 겁니다. 확실한 효과가 있어요.
◆ 김범준> 시간여행에 대한 건 양자역학보다는 사실 상대론으로 설명하는 게 맞는데요. 시간여행을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한 사람 쌍둥이 중의 한 사람은 여기 있고 두 번째 쌍둥이가 멀리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갔다 오면 사실 미래로 시간여행을 했다라고 볼 수 있어요. 나는 여기 있는데 갔다 온 사람은 젊고 그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100년이 지난 뒤에 자기 동생을 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그런 의미에서는 가능합니다. 우리도 지금 하고 있고요. 매 순간 미래로 가니까요.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여행은 그건 물리학의 기본 원칙을 위배해요.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물리학의 가장 근간에 뭐가 있냐고 물으면 많은 물리학자들이 인과율을 얘기해요. 그러니까 원인과 결과에 시간 순서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온갖 역설들이 발생해요.
◆ 김범준> 그게 사람들 오해하는데요. 요즘 양자통신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양자통신이 빛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해요. 이번에 금년에 노벨상 받은 것도 어떤 양자 상태를 얽히게 만들어놓고 멀리 보낸 다음에 하나를 측정하면 여기가 여기로 그 순간 알아내는 건 맞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그 방법을 이용해서 이 사람이 자기의 어떤 정보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기에 보낼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빛보다 빠른 통신은 아무리 양자통신이라도 뭐라도 불가능합니다.
짧은 시간에 똑같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일률이 커지거든요. 그래서 충분히 쉬시고 일에 집중할 때 짧은 시간에 집중하시면 일의 능력도 높이면서 에너지 소비는 차이가 없게 하는 방법 아닐까 생각해서 에너지보존 법칙 잠깐 떠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