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다섯돌머리님의 펌글을 보고 원본출처를 찾아가서, [펌]해온 내용입니다. 원본이 "예술경영"이라는 잡지라서 글씨체도 작고 읽기도 어렵게 되어 있어서, 제가 읽기 수월하게 새로 편집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박물관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원본출처 http://webzine.gokams.or.kr/01_issue/01_01_veiw.asp?idx=763&c_idx=38
--> 다음카페 “사라의 열쇠” 촛불이 카페게시글로 읽기 편하게 편집을 새로 했습니다.
--------------------------------------------------------------------------------------------------
예술경영 (No.134, 2011. 07. 07.)
네덜란드 정신병리학 박물관 돌하우스
“정상이라는 게 뭡니까?”
호경윤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자신의 귀를 자른 일화로 잘 알려진 고흐의 병명에 대해서는 백 가지 이상의 설이 있다.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기도 했던 고흐를 두고 학자들은 괴팍한 성격과 불안정한 정서로 미루어 조울증이라고 보는 시각이 가장 많다. 고흐 특유의 구불구불한 그림은 편두통의 전조에 의한 시각장애에서 온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고흐 생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꼽히는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검푸른 하늘과 누런 밀밭의 색채 대비는 조증과 울증이 교차되어 나타난 어둠과 밝음의 대비로 보는 견해도 있다. 1926년 해브록 엘리스(Havelock Ellis, 영국의 심리학자 겸 작가)는 유명인사 1,030명의 전기를 연구한 결과, 천재들은 일반인에 비해 정신질환의 빈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유명한 예술가 중에서 조울증, 우울증, 알코올 중독이 많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 자살 관련 뉴스가 보도되는 요즘, 우울증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과 질환에 대해서는 다른 질병과 달리 환자 스스로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을 피하게 된다. 그 이유는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마저도 이미 정신병을 앓고 있을 경우가 높다. 네덜란드에서는 경미하게나마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네 명 중에 한 명이라고 수치를 낸 가운데, 정신병리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 격리도시에 자리한 정신병리학 박물관
[돌하우스 전경]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5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하렘(Haarem)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돌하우스(Het Dolhuys) 뮤지엄. 네덜란드에서 박물관학을 공부하는 유학생의 추천으로 돌하우스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스펠링은 다르지만 발음 때문에 '할렘가'의 어두운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막상 하렘에 도착하고 보니 운하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중세 유럽에 온 것처럼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정취로 가득했다. 지금의 돌하우스가 들어선 단지는 과거 성 라자루스 교단의 수도원이 있던 자리로, 그 중 1319년 건립된 성 야고보 예배당은 하렘에 남아 있는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사실 하렘은 역사적으로 1413년 네덜란드의 전 지역으로부터 이송된 나병환자를 확진해 주는 기관이 들어서면서부터, 그 이후 줄곧 나병과 흑사병을 비롯, 시의회에서 '전염병'이라고 판정한 환자들을 격리시켜 모여 살게 하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1841년 네덜란드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는 대형 시설이 되었고, 그 이후에는 알츠하이머 질환자를 위한 보호소로 쓰였다. 그러다가 멘트럼(Mentrum) 등 네덜란드 내 분산되어 있는 일곱 군데의 정신병원으로부터 모은 컬렉션을 발판으로 정신병리학 전문 박물관을 설립하기로 했고, 2005년 1월에 이르러 마침내 돌하우스가 개관하게 된 것이다.
아픔을 들여다보고, 드러내고, 치유하는 방법들
[돌하우스 아카이브 전시]
[돌하우스 아카이브 전시]
관람객은 건물에 얽혀 있는 유서 깊은 이야기들과 함께 2만점 이상의 이미지와 750개 이상의 영상에 이르는 방대한 컬렉션과 네덜란드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온 정신질환 치료방법부터 다양한 질병 사례들, 정신질환자의 예술작품까지 방대한 아카이브를 견학하게 된다. 돌하우스 측은 꺼리기 쉬운 '정신병'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람객의 흥미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 인터랙티브적 요소가 강한 전시방식을 취하고 있다.
연간 3만 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이곳 돌하우스는 150만 유로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돌하우스의 운영방식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정식 직원은 15명 남짓 밖에 되지 않지만, 약 10배에 해당하는 14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원봉사자 중에서 절반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과거에 앓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호기심을 안고 박물관에 입장하려 하는데, 입장료를 받는 사람이 심하지는 않으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니, "정상이라는 게 뭡니까?"(What is Normal?)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정상인과 정신질환자의 얼굴 사진이 구분 없이 교차되는 미디어 작업이 재생되고 있어, 방금 전 입장료를 받던 노인을 보고 느낀 묘한 거부감에 대해 반성하게 했다.
과거 정신병원이었던 탓에 박물관 내부는 작은 병실 여러 개가 이어진 구조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니 여러 개의 벽장들이 놓여 있다. 각 벽장에는 환자들의 수집품으로 가득 차 있고, 벽장을 열면 그 수집품의 주인인 환자의 목소리로 녹음된 내레이션이 자동으로 나왔다. 어떤 사람은 종교광이었는지 각종 불상과 예수상으로만 채워져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마론인형과 드레스를 잔뜩 모아 놓았다. 어느 환자는 이곳의 전시에 동의해서 소장품까지 내놓고도 정신병 때문에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항의한 적이 있다는 안타까운 에피소드도 들었다.
[돌하우스 전시장 내부]
[돌하우스 전시장 내부]
박물관의 여러 전시실 중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행해졌던 정신질환 치료법과 그에 쓰인 도구들이었다. 아주 오래 전, 정신질환을 '악마가 씌웠다'고 잘못 생각한 나머지 종교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제의식을 치르던 모습부터 물이 가득 찬 욕조 안에서 이루어지는 근대의 치료법, 전기 경련 의자 등이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치료법은 격리실로,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람객도 체험이 가능하다. '들어오면 문을 닫으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격리실은 빛을 일절 차단한 채 혼자서 깜깜한 방에서 지내도록 하는 곳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격리실에서 환자들이 겪었을 공포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정신질환을 앓은 뇌의 모양을 의학적으로 연구한 자료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연구 자료 등을 전시해 놓은 방도 여럿 있었다. 그 밖에 여러 전시실을 거치는 통로 중간 중간에는 관람객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신과 심리 상태를 테스트할 수 있는 게임기 같은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전화나 청진기를 통해 '듣는' 장치도 있었는데 이는 관객에게 관찰자 혹은 의사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예술을 가교로 이분법을 허물다
특별전시실에서는 영국 작가 바비 베이커(1950년 생)의 개인전 《나와 나의 광기》가 열리고 있었다. 베이커 역시 정실질환을 앓았던 미술가로서 그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1997년에서 2008년 사이에 그렸던 그림일기 중에서 711점을 골라 전시했다. 그녀 자신은 물론, 주치의, 다른 환자, 가족 등을 그린 초상화부터 다양한 심리요법과 투약을 통해 서서히 회복되는 과정이 드러나는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캐리커처와 초현실주의를 오가는 다양한 형식적 특징을 갖고 있는 베이커의 그림은 입원 당시 그녀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미술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미술치료는 인간이 타고난 조형욕구를 통해 내적인 갈등을 조정하는 동시에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특히 미술치료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미지 표출 과정에서 상실, 왜곡, 방어, 억제 등으로 야기된 정서적 불안을 보다 명확하게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돌하우스는 정신병리학 연구자료나 학술서 등, 텍스트로는 좀처럼 이해시키기 어려웠던 것들을 그림, 미디어아트 아카이브 등 다양한 전시방법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미술치료워크숍]
[심리테스트를 하는 관람객]
[카페테리아]
돌하우스는 전시 외에도 강의와 이벤트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 커뮤니티와의 워크숍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학생을 위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뮤지엄 내의 카페테리아, 회의실, 리젠트룸 등을 정신병리학 관련 전공자나 학회를 대상으로 대여함으로써 보다 심도 있는 연구도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결국 돌하우스의 미션은 일반인에게 보다 다각적인 접근과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여 정신질환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아주 복잡한 원인과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들을 두고 쉽게 '미쳤다'고 해버린다. 그러나 돌하우스는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일반인과 환자에 대한 이분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제 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정신병리학을 정의하고, 사회와의 건강한 만남을 주선해야 할 차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술은 훌륭한 가교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호경윤은 동덕여대 큐레이터과를 졸업하고, 현재 미술전문지 월간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의 수석기자로 재직 중이다. [ASIANA]에 고정으로 기고하고 있으며,《출판_기념회》(2008, 갤러리팩토리) 등의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블로그 트위터 @sayho11
첫댓글 부럽네요....
그렇죠? 저도 부러워서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그런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