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간의 유럽여행 마치고 9월12일 돌아와서 벌허 한달반이 넘게 지났는데 그동안 트레킹을 단 한차례도 못했다. 의도치 않은 집콕 생활이 너무 길어지니 컨디션이 저하되거니와 이러다가 단풍 다 지나가겠다 싶어서 갑자기 쏠라에게 "내일은 설악산 갑시다" 하고 나선 걸음이다. 이제 이 나이 되니 부부라는게 뭐 엄청난 의미라기 보다는 동지로 동반자로 마음 편안하게 바라봐주는 관계면 충분하지 싶다. 게다가 취미가 비슷하고 한쪽이 '이거 합시다' 할 때 군말 없이 그냥 함께 해주면 더 바랄게 없다 싶은 생각.
그래 그렇게 김밥 싸고, 간식 보이는 대로 몇개 집어넣고, 커피 한통 내려서 출발하여 장수대분소에 주차하니 10시30분.
아주 천천히 오르막을 올라 대승폭포에 이른다. 참 아름답다! 나의 최애 설악산은 어느계절 어느코스든 다 아름답다. 단풍도 이쁘게 들었고, 폭포도 멋지고, 장수대도 늠름하고 게다가 평일이고 트레깅 시점 도착도 맗이 늦은 시각이라 등산객이 거의 없다. 대승령까지 2.7km이지만 3시간이나 걸렸다. 점심 먹고, 사진 찍고 쉬멍쉬멍 여유를 만끽했기에.
하산하면서 또 폭포 앞천망대에서 푹 쉬며 멍 때리기 하고 주차장 돌아온 시간이 4시.
올 가을은 이렇게 설악산 여기저기 번개산행으로 보내자 하며 홍천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