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가을비가 장마처럼 내려 걱정이 많았던 날들을 보내고....북콘서트 당일, 우리가 원하는 완벽한 가을날이 되었습니다.
맑은 하늘 사이로 언뜻언뜻 구름이 끼면서 따가운 햇살은 가려주고, 산 위에서는 소슬한 바람이 불어와 얼마나 서정적인 날이었는지요. 시작부터 맘이 설렌 하루였습니다.
공연과 강연을 한데 엮어 우리 음악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짚어보고 좋은 노래들을 함께 불러보고 싶었던 날.
아무런 지원금 없이 구멍가게 주먹구구로 치를 수 밖에 없는 행사...어쩔 수 없이 '감동 후불제'라고 하는, 자발적 후원금 통을 앞에 놓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시골잔치에 역시 빠질 수 없는 건 먹거리...아무리 무료 행사여도 먹는 건 먹여가며 한다는 게 시골책방 인심 아니겠습니까..ㅎㅎ...미루마을 부녀회장님을 비롯한 부녀회원 분들이 아침부터 김밥 100줄을 정성껏 싸주셨습니다.
김밥 재료 중 일부는 책방이 있는 칠성면 동네에 "자연드림파크"를 조성하고 있는 아이쿱 자연드림에서 유기농 재료들을 협찬해주시고, 건강한 음료수 "야채수"도 후원해주셨습니다.
거기에 백설기 한 상자, 그리고 책방 사장님이 직접 농사지어 처음 수확한 고구마까지 한 상 가득 올려놓으니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한가득이네요.
1인 1봉지 들고 자리 차지하고 앉아 공연을 기다립니다.
행사 시작을 열리는 오프닝은 괴산 토박이 남편과 결혼해 괴산살이 16년차가 된 오카리나 연주자 오윤정 님이 숲속과 딱 어울리는 맑은 오카리나 연주로 열어주었습니다.
행사 시작 6:00...원래는 토요일 오후에 북콘서트를 열곤 하였으나 초청강사인 강헌님 일정 관계로 부득이 금요일 밤에 북콘서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좀 더 많은 분이 함께 하였으면 좋았겠으나, 아쉽지만 평일 저녁 시간되는 분들끼리 알콩달콩 모여보기로 했는데요. 그래도 괴산을 비롯해 멀리 서울에서도 여러 분들이 찾아주셔서 북적이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첫번째 초대 가수는 현장 가수 최도은 님. 숙대 성악과를 졸업하시고 각종 노동현장과 집회 현장에서 삶의 노래들을 불러 오신 분입니다. 스피커를 찢고 나올 듯한 힘있는 목소리, 과연 거친 현장을 압도하며 노래하는 분이시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지난해 책방 콘서트를 열어주셨던 <착한밴드 이든> 정재영 님 기타 반주에 맞춰 "아침이슬"과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을 열창해주셨습니다.
원래는 최도은 님과 함께 조촐한 자리 가져보려 한 것인데 그만 일이 커져 청년밴드 "몽작소 프로젝트"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공연활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이 젊은 청년들이 숲속을 환한 열정으로 비춰주었습니다. 재치있게 관객들과 호흡할 줄도 알고, 본인이 직접 지은 재미난 노래들도 소개하는 유능한 젊은이들이네요.
이들의 열창으로 "걱정말아요 그대" "사랑했지만" 같은 주옥같은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공연이 무르익어가면서 저녁 하늘도 불타오르고...모여앉은 우리들 마음도 불타올랐습니다.
아아...이 가을밤의 정취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하일라이트 공연! "마담 샹송"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샹송 가수 김주연 님이 아코디언을 걸치고 나와 이 가을밤을 끝장내주었습니다....
" le ciel bleu...."
울려퍼지는 이 노래...에디트 삐아프 목소리로 우리 맘을 울렸던 <사랑의 찬가>. 그 추억을 되살려준 마담 샹송님.
이어서 파트리샤 카스의 "내 남자"까지...점차 싸늘해지는 밤공기와 소슬바람에 몸을 떨면서 우린 가슴을 함께 콩닥거렸지요. 가슴 설레는 가을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아, 이 분....!!!!
시작 한 시간 전에 오시겠다 말씀하셨었는데...불금 오후, 게다가 추석을 앞두고 성묘길로 바쁜 주말 저녁임을 깜박 잊고 너무 빠듯하게 출발하셨을까요. 서울 빠져나오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게다가 고속도로에서 길까지 잘못 드는 바람에 깜깜한 밤중, 가로등도 없는 산골 책방 찾아오려다 진이 다 빠져버린 오늘의 강연자 강 헌 님!!
원래는 강연과 공연을 적절히 섞어가며, 강헌 선생님 재미난 이야기 끝에 노래 한 자락 듣고, 이어서 또 노래 한자락 같이 불러보고..이렇게 북콘서트를 진행하려고 하였던 것이 선생님의 지각 출현으로 1부 공연, 2부 강연이 되었습니다.
정원에서 공연을 즐긴 우리들은 좋았습니다...한 시간 반 동안 명곡들과 함께 너무 좋은 시간, 음악에 취해, 가을바람에 취해 어쩔줄모르고 보냈거든요.
정원에서 선생님 이야기를 한 시간 가량 듣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파해야 하지만...이렇게 헤어지긴 너무 아쉬워서 멀리서 오신 분들은 아쉽지만 자리를 뜨고 남은 이들은 책방 안으로 들어와 저자 사인회와 함께 2부 강연을 이어갔습니다.
역시...아니나다를까...질문은 <명리>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의 재미난 입담으로 인간의 명운과 삶의 지혜를 통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시간은 이미 밤 열시를 넘어서고....
그리고 모두가 기대했던 오늘의 행운의 선물! 신해철 오르골 두 개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정하게 추첨을 했고, 그 결과 신기하게도 두 개 모두 서울에서 오늘 행사를 위해 일박이일로 방문하신 독서동아리 회원들께 돌아갔네요.
강 헌 님의<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독을 하고 있어서 책이 찢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고 공부하셨던 이 분들은 그때문에 날짜를 맞춰 오늘 동아리 모임을 나오신 건데요...어쩌면 오늘 오신 청중들 중에 이분들 만큼 강 헌 님 책을 열심히 읽으셨던 분은 없었을 거 같습니다. 그러니 선물이 바로바로 이렇게 제 임자를 찾아간 것일테지요.
바로바로 이 분들이 서울 성동구 <책읽는엄마책읽는아이> 도서관에서 독서 동아리를 하고 계신 '처음처럼' 회원들입니다. 처음부터 혹시라도 오르골이 당첨되면 개인이 갖지 말고 도서관에 놓아야겠다 생각하셨다는 회원님, 그 고운 마음씨가 또 하나의 선물까지 이들께 보내드린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즉, 오늘의 교훈...욕심내지 말고 공유하며 살자..ㅎㅎ...나누는 삶을...!!
오늘 모금한 자발적 후원금은 멀리서 교통비 약속도 없이 정말 자발적으로 함께해주신 공연단 분들께 작은 성의표시를 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오늘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과 공연단 섭외, 관리까지 도맡아 해주신 김은혜 선생님, 감사드려요.
특히 오늘 함께하지 못함을 서운해하시면서 <알자스의 맛>신이현 작가님께서 레돔 와인 "시드르" 6병을 협찬 후원해주셨어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이날 강연이 너무 늦게 끝나 와인 마시는 뒤풀이를 하기 힘들어 3병은 공연 와주신 분들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남은 3병...!! 다음주 모임 때 마셔버리는 걸로...우하하...그러니 오늘 함께 못하신 분들,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다음주 목요일 밤. 최향랑 작가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대해주세요 !!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즐거운 추억 만들어가셨지요?
다음에 또 좋은 일로 다시 만나요...
첫댓글 와!! 정말 대단한 곳이군요... 젊으신 분들도 많고...오래 오래 지속되면 좋겠어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