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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봇(bot), 육아AI |
강 명 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둘째의 임신이 확인되자 우리 부부는 ‘엄마봇(bot)’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할부대금을 갚아나갈 것이 적잖이 걱정되었지만, 그만한 값은 충분히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내는 천신만고 끝에 얻은 직장을 그만두었다(사실은 쫓겨난 것이다!). 좁은 아파트에 갇혀 24시간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몸과 마음은 피폐해진 아내는 입에 ‘엄마봇’을 달고 살았다. 다른 사람 다 있는 엄마봇을 왜 사지 않고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느냐고 나를 나무랐다. 정말이지 첫째가 유치원에 들어갈 때까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나날이 전쟁터의 뻘구덩이 참호에서 뒹구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둘째의 임신이 확인되자 엄마봇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육아문제는 해결되었는데 출산을 한 달 쯤 남기고 아내와 나는 서둘러 서울에서 가장 큰 엄마봇 제작회사를 찾아갔다. 엄마봇은 남성과 여성의 형태로, 또는 중성의 형태로 만들 수 있는데, 우리 부부는 30대 초반 중성의 모습을 주문했다. 거의 일주일이 걸린 조사와 검사 끝에 우리 두 사람의 유전자 정보와 체형과 음성, 행동의 특징, 개인사(個人史)가 남김없이 엄마봇에 입력되었다. 이런 까닭에 엄마봇은 생김새도, 말도, 행동도 우리 부부와 거의 같다. 엄마봇이 남긴 문제는 엄마봇을 구입한 뒤로 첫째를 키울 때 육아로 인한 부부 사이의 갈등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할부로 구입한 엄마봇의 대금 상환 문제다. 엄마봇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돈도 적지 않다(정기적으로 업그레드 해 줘야 한다). 사실 엄마봇의 할부대금만이 아니다. 집도 자동자도 모두 할부로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나 역시 비정규직이다. 아내는 얼마 전 전에 다니던 직장에 파트타임 자리를 얻었다. 주위를 돌아보면 다들 그렇게 산다. 실업수당을 받거나 아니면 파트타임이거나, 좀 괜찮다는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알아보면 임시직이다. 모두들 정규직을 찾으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얼마 전 아내와 돈 문제로 약간의 다툼이 있었는데, 확실한 정규직을 얻기 전에는 해결 방법이 막연하다. 이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다산학당_겨울학기 안내]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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