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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 수필 릴레이>(26)
안전은 행복의 초석(礎石)
해담 조남승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환자가 급격히 확산되어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두려움과 공포 속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의료 활동과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다수국민들의 철저한 자율적 생활방역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감염환자의 확산이 다소 주춤해지는 추세에 이르러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중국에서 처음 발생되었을 때부터 조기에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한 단호한 입국금지나 철저한 방역체계가 이루어졌더라면, 대구와 같은 광범위한 지역감염도 막을 수 있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 달 만에 국내의 코로나19 감염상황이 크게 호전되면서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이 주말을 끼고 겹친 황금연휴를 앞두고 방역규제를 다소 완화시켜 국민들이 바깥나들이를 좀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각 급 학교와 유치원의 등교나 등원이 중지되면서 어린이들이 있는 집에선 매일같이 아이들과 입씨름을 하느라 지쳐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집도 열 살과 다섯 살짜리 두 손녀를 아내와 내가 돌보고 있는지라,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지루함을 느끼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이 고생스럽다한들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교육적 피해와 답답하고 따분함에 미칠 수 있겠는가? 아무튼 이러한 실정을 잘 아는 여식(女息)이 직장에서 부처님오신 날의 앞뒤로 연차휴가를 받아 내리 5일 동안 아내와 함께 여행이라도 하면서 푹 쉬고 오라고 배려를 해주었다.
아내와 난 1박2일로 편히 쉴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한 끝에, 크게 편안하다는 태안군(泰安郡)에서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안면도(安眠島)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아내와 난 새벽이라 할 정도로 이른 아침부터 휴가 길을 재촉하였다. 우린 안면도를 가기 전에 우선 당진군 면천면의 면천향교 뒷마을에 살고계신 우리 문중의 전 대종회장이셨던 조숙연(趙璹衍)회장님을 찾아뵙기로 하였다. 종종 서로 안부전화를 하며 지내왔는데 한번 놀러오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나 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에게 따뜻한 종친애(宗親愛)를 아낌없이 베풀어주셨기에 문안인사차 겸사겸사 심방(尋訪)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법무사협회 회장과 금융 사업을 하셨던 어른은 서울에서 생활하시다가 만년(晩年)에 이르러 부모님의 유택(幽宅)을 돌보면서 치산(治山)이나 하겠다는 마음으로 귀촌을 하셨다. 어른은 주로 정원도 가꾸고 골프를 즐기면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을 하고 계신다. 출발한지 채 두 시간도 못미처 면천향교마을에 도착하여 회장님 댁으로 향하니, 댁은 아직도 한참전인데 집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검문이라도 하는 듯,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올라와 양쪽에 떡 버티고 서있는 커다란 돌하루방이 눈을 부릅뜨고 서 있다. 제주산 곰보장승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아준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울긋불긋 꽃 대궐이란 말 그대로 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에 갖가지 꽃들이 한창이었다. 그리고 집 뒤의 산자락에 이어진 주변의 정원과 집 앞의 뜰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들이 날로 창창(蒼蒼)해지는 신록의 향기를 한껏 내 품고 있어 시골마을의 청량감을 더해주었다.
점심때가 되자 회장님께서는 홍성군 금마면에 흑염소고기를 아주 잘하는 집이 있다면서 그곳으로 안내하셨다. 맛 집을 찾아 살고 있는 지역을 벗어나 식사를 하러 다니시면서 생활하시는 게 퍽이나 여유로워보였다. ‘한올채’라는 음식점에 도착해보니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고 식당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염소고기의 특유한 냄새가 전혀 나질 않고 맛이 담백하여 점심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린 다시 회장님 댁으로 가서 벽에 걸려있는 서예액자와 동양화들을 감상하면서 다과를 즐겼다. 회장님께선 그동안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국민훈장모란장까지 수상하셨으며 춘추(春秋)가 구십이나 되셨음에도 아주 강녕하시다. 지금도 종종 골프를 치시며 부모님의 산소와 회장님의 신후지지(身後之地)가 있는 뒷산을 산책하시면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생활하시는 모습이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집을 호위하고 있는 진돗개들이 그만 일어나라는 듯 두어 번 컹컹 짖어댄다. 아내와 난 서로 눈빛말로 그만 일어서자면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올리고 회장님 댁을 나왔다. 숙소로 바로가기엔 이른 시간이어서 일제 강점기의 군인이자 독립 운동가였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시대 정치인이었던 백야(白冶)김좌진(金佐鎭)장군의 생가를 방문하였다. 장군의 생가에 가보니 안내표지판에 장군의 행적에 대한 대강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청산리전투의 맹장(猛將)으로 불리는 백야장군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셨다. 백야장군이야 말로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그 시대에 국가를 위하여 더 큰 활동을 하셨어야함에도, 한창 일하실수 있는 불혹(不惑)의 41세 때 안타깝게도 공산주의자 박상실에 의해 암살되고 말았다. 어찌 공산주의자들은 국가의 위인을 암살까지 해야 하는가? 정말 공산주의자들은 조직의 강령(綱領)이 어떠하기에 독립투사의 장군에게 불의(不義)의 총구를 겨눌 수 있었던 것인지...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백야장군의 생애에 대하여 좀 더 생생하게 느껴보고자 기념관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출입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코로나19의 방역정책에 의해 임시로 휴관을 한다는 안내표지문이 붙어있었다. 우린 기념관엘 들어가 보지 못한 채 사당에만 참배를 하고 돌아서야 했다. 주차장을 향해 걸으면서 아내가 ‘정부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보니 통제를 아주 안전하게 잘하고 있네요. 이런 곳이야 사람도 그렇게 많질 않을 뿐만 아니라 공기순환도 잘되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번 연휴기간동안 더 위험한 곳은 주로 지하층의 밀폐된 공간에 있는 찜질방이나 콜라텍 같은 곳과,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클럽 등에 대한 통제를 철저히 해야 할 텐데 큰 걱정이네요. 제발 이대로 조용해져야 아이들이 학교를 갈수 있을 텐데...’라며 푸념 반 걱정 반의 말을 하였다.
나는 ‘생활안전업무를 평생해온 사람의 아내다운 말을 하는군! 그래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야.’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우린 평소에도 지하층에 있는 음식점등을 가게 되면 비상구를 먼저 살펴보고 들어갈 정도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편이다. 평생 안전업무를 해온 직업의식이 습관화된 게 아닌가 싶다. 우린 인근에 있는 한용운선생의 생가에도 잠간 들려보기로 하였다. 역시 기념관은 개방되어있지 않았다. 독립 운동가이며 승려시인이셨던 만해선생의 기념관 안에서 선생의 주옥같은 시들을 낭송하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난 환청처럼 들려오는 낭송소리를 따라 멀리 내다보이는 조산(祖山)을 바라보면서 선생의 대표시라 할 수 있는 ‘님의 침묵’을 낭송하여 보았다. 어디선가 진한꽃향기가 훈풍에 실려 안겨왔다. 그윽한 꽃향기에 취해 ‘나룻배와 행인’이란 또 한편의 시를 읊조리면서 천천히 주차장을 향하여 걸었다. 난 차량에 오르자마자 양쪽의 차창을 열어 제치고 드넓은 내포평야로부터 밀려오는 생기 넘치는 풋풋한 풀냄새를 만끽하면서 안면도의 자연휴양림으로 직행하였다.
안면도에 도착하여 솔향기 그윽한 자연휴양림의 오솔길을 좀 걷고 나서 바로 숙소를 찾았다. 숙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황토온돌방이었다. 숙소에 가방등 짐 보따리를 풀어놓은 다음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고 나서 다시 숙소에 와보니 방바닥 전체가 따끈따끈하고 황토의 특유한 냄새가 온몸에 안겨왔다. 아내와 난 밤새껏 등과 허리를 한껏 지지며 어릴 적 초가집에서 살았던 향수에 흠뻑 젖어든 채 안면도(安眠島)에서의 하룻밤을 글자그대로 아주편안하게 잘 지냈다. 아침에 샤워와 세수를 간단히 하고 잠깐 TV를 켜니 경기도 이천의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속보가 자막으로 나왔다. 채널을 돌려보니 화재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방송되고 있었다. 내용인즉 2020년 4월 29일 13시 32분쯤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에 있는 냉동냉장 물류센터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건물 전체를 뒤덮은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화재현장의 화면과 함께 이 사고로 38명이 사망하였으며,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하였다. 안면도(安眠島)의 글자가 지니고 있는 뜻과 같이 편안하게 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 부처님오신 날 아침에 대형화재에 대한 사고소식을 접하고 보니 마음이 착잡하고 아프기만 하였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 5월을 단 하루 남겨놓고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현장에서 일해 온 근로자들 모두가 자신만의 삶에 대한 남모를 촉촉한 사연을 가슴에 간직하고 가족들만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하여 왔을 것이다. 그렇게 성실한 근로자들이 졸지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분들의 유족들 모두가 겪고 있는 애통함이 얼마나 클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특히 외국인 사망자들은 멀리 타국에까지 와서 돈을 벌겠다고 고생을 하였을 텐데 불의지변을 당하였으니,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그분들과 그분들의 가족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한량없다. 내가 소방공무원으로 현직에 있을 때인 12년 전의 2008. 1. 7에도 이번 화재와 꼭 닮은 이천 물류창고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지하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근로자 4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어찌하다가 꼭 판박이 같은 사고가 이천에서 또 일어났단 말인가.
이러한 공사현장에서의 사고들은 대부분 용접작업을 하면서 발생되는 불티에 의해 발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급속한 연소 확대에 의한 다수의 인명피해발생의 원인들은 언제나 샌드위치패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샌드위치패널은 양쪽철판중간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채워 만드는데 단열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많이들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에 아주 취약할 뿐만 아니라 급속한 연소 확대와 맹독성가스를 분출시킨다는데 큰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소방당국에선 불연성이나 난연성 재료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용접공사 등 화기취급이나 불티가 나는 작업을 할 때는 옆에 꼭 소화기를 비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안전대책을 강구하도록 철저한 지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뒤섞이어 작업을 하고 있는 복잡한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수칙에 대한 자체적인 관리감독과 이행이 쉽질 않고 보니, 공사장의 안전 확보 또한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또 역설적으로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고 하겠지만, 이번 화재와 같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되는 수많은 대형 사고들에 의해 혹독한 아픔을 겪어왔으면서도, 유사한 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반복되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평생 동안 안전에 대하여 몸바쳐온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7년 12월 21일에도 충북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사우나건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가 발생되었다. 건물의 외장재를 드라이비트 재질로 하여 화재가 외벽의 스티로폼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게 된 것이다. 또 2018년 1월 26일에도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세종병원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화재사고로 의료인을 포함하여 47명이 사망하고 112명이 부상당하였다. 이렇게 다수의 인명피해가 수반되는 화재는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인명구조에 손을 쓸 틈도 없을 정도로, 화재초기에 급격한 연소 확대와 유독성가스가 포함된 다량의 연기가 실내전체로 순식간에 확산됨으로서, 실내에 있는 사람들이 대피할 겨를도 없이 단숨에 질식되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소방당국에선 화재의 예방은 물론, 화재 시 인명피해와 연소 확대방지를 위한 갖가지 안전대책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소방시설의 설치유지의무를 포함한 소방안전관계규정의 준수와 자체적인 자율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적극적인 홍보와 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주나 사업장의 경영주들이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겪어온 대형인명피해를 발생시킨 화재사례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스스로 화재와 인명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어찌되겠는가? 물론 전통적으로 경영의 기본은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최소의 비용을 투자하여 최대의 이익을 산출(産出)해 내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 경영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투자와 이익산출이라는 금전적 대차대조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여 돈을 벌 수 있는 모델을 잘 만들어서, 남과 다른 우위의 특별한 경영전략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어느 분야의 사업이든 대부분 경영주의 철학에 따라 각사업체마다 자기들만의 특별한 경영문화를 가지게 된다. 일반대중들 또한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영문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갖게 되기 마련이다.
나는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때면 사고자 하는 물품의 생산기업에 대하여 내가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따라 선호도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기업의 총수가 매년 영업이익을 공개하여 사원들과 이익을 공평하게 공유한다든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세상을 뜨게 될 때 자녀에게 기업과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 기업에서 생산된 것은 무조건 신뢰하고 구입해버린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존경받을만한 경영을 우리는 윤리경영이나 인권경영이라고 말한다. 또 건물을 지을 때 상대적으로 기초예산과 고정자금이 많이 투자되더라도 그것을 매몰비용으로 착각하지 않고, 화재안전을 위하여 모든 건축자재를 불연재로나 난연재료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경영을 함에 있어서도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안전모범기업’을 더러 볼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모든 사업주들이 ‘우리사업장의 최우선가치는 바로 안전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사업장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안전을 바탕으로 사업을 운영한다면, 기업의 안전이미지제고에 따른 홍보효과와 경쟁력 또한 강화되어 자연스럽게 수익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건물의 신축현장에 가보면, 사업장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안전이미지의 실추에 의한 고객의 기피현상에 따른 장기적 경영손실이 뒤따르게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한 채, 어떻게 해서라도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서 법과 규정의 가이드라인 끝자락에 매달려 갖가지 편법을 다 이용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사람의 안전에 대한 가치보다 재화(財貨)의 가치를 상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이 황금만능주의(黃金萬能主義)에 의한 물질적 소유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면,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자하는 욕구를 쉬지 않고 항상 가슴에 품고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욕구가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을 동원하는데 골몰하게 될 것이고, 욕구충족을 위해 자신이 해왔던 갖가지수단들을 정당화시키고자할 것이다. 만약 그 수단이 탈법적이고 위법적이거나 보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정당화
된다면, 그에 따른 희생과 물질적 손해는 결국 일반대중이나 타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안전 분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자신은 물론 자녀나 친인척의 학점 높이기나 각종 스팩 쌓기와 편법의 구직활동을 비롯한 무분별한 재산불리기 등에서 정도(正道)를 벗어난 수단들이 정당화된다면, 그 또한 공정한 경쟁력에서 자신의 실력과 무관하게 맥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것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서 사회전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을 절실히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속담에 ‘꿩 잡는 게 매’ 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누가 뭐라고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만 모으면 된다는 물질만능주의에 인생의 가치를 두느냐? 아니면 꿩을 놓쳐버리고 서울에도 가지 못하거나 아주 뒤늦게나 도착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바른 길로 올바로 가겠다는 식으로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의(義)로운 삶에 인생의 가치를 둘 것이냐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후자와 같이 올바른 인생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행복을 찾으려면, 무엇보다도 항상 평생의 정신적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만족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익숙해야만 가능한일이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현실에 대하여 항상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는 논리는 기독교나, 유가(儒家)나, 도가(道家)나, 불가(佛家)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극락에 있어도 그것을 모른 채 부족하다는 푸념만을 할 것이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즐겁다는 생각에 늘 행복할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오직 스스로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오유지족(吾唯知足)과 모든 것은 곧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한 것이다. 또한 불교경전인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엔 ‘삼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三日修心千載寶/삼일수심천재보), 백년을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라(百年貪物一朝塵/백년탐물일조진)’는 구절이 있다.
법구경(法句經)에도 ‘사람은 첫째 병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로움이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부유함이며, 남에게 후하게 대하면 남이 나를 따르게 되는 것이니 후덕함을 가장 좋은 벗으로 삼아야한다.(無病最利 知足最富 厚爲最友/무병최리 지족최부 후위최우)’는 법구(法句)가 있다. 또한 ‘근심은 애욕에서 생기고. 재앙은 물욕에서 생기며, 허물은 경망에서 생기고, 화는 참지 못하는데서 생긴다.’고 하였다.
도가(道家)의 노자(老子)도 도덕경에서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 것이 바로 부유한 것이라는 지족자부(知足者富)론을 강조하였다. 또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머무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길이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으리라(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고 하였다. 그리고 ‘재앙은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얻으려고 욕심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만족할 줄 아는 족함이라야만 항상 풍족하다(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 故 知足知足 常足矣/화막대어부지족 구막대어욕득 고 지족지족 상족의)’고 하였다.
기독교의 성경에도 ‘욕심은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욕심을 낸다는 것은 곧 죄를 짓는 것이며, 욕심이 지나쳐 죄를 키우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엄중한 말이다.
또 유가(儒家)의 명심보감(明心寶鑑) 안분편(安分篇)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빈천해도 또한 즐거울 것이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부귀해도 또한 걱정뿐일 것이다(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지족자 빈천역락 부지족자 부귀역우)’라고 하였다. 그리고 ‘만족할 줄을 알아 항상 만족해하면 평생 동안 욕됨이 없을 것이요, 그칠 줄을 알아 항상 적당한 선에서 멈추면 한 평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知足常足 終身不辱 知止常止 終身無恥/지족상족 종신불욕 지지상지 종신무치)’라고 하였다.
누구나 한 평생 부끄러움이 없고 남에게 치욕스럽지 않은 종신무치( 終身無恥)의 당당한 삶을 살기 위해선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분별하여 정도(程度)의 한계점을 지나치지 말고 자제력을 발휘할 줄 알아야한다. 또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하여 다행스러움과 만족스러움을 항상 느끼면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야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여 걱정스러움을 한가득 안고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또 안전은 주거의 안전, 직업의 안전, 생활경제의 안전, 신체의 안전, 생명의 안전등 분야별로 여러 형태의 안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진정한 행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여러 분야의 안전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고 절박한 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안전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재물의 풍요로움에서만 행복을 찾으려고 끝없는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데 정신이 팔려 생명의 안전까지 뒤로한 채 갖가지 편법이나 궁리하면서 자율적 생활안전대책에 소홀해서야 되겠는가? 매사에 만족할 줄 아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눈앞의 재물에 대한 가치를 뒤로하고, ‘안전은 행복의 초석(礎石)’이란 정신으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생명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자율적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행복을 지키는 길이요, 행복의 꽃을 활짝 피우는 일이란 걸 잊지 말아야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은 현대사회를 위험한 사회(risk society)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위험한 사회에 대하여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고 말하면서, 현대사회는 부자나 권력자등 그 누구도 안전치 못한 ‘위험의 평등화’를 이루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처럼 ‘위험의 전 지구화’란 특징을 가진다고 하였다. 또 그는 전 근대적 산업사회가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사회적 화두였다면, 현대의 위험한 사회에서는 ‘해악(害惡)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렇게 위험한 현대사회에서 국민 개개인의 고귀한 생명에 대한 안전은 바로 공공의 안전일 것인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 보온과 단열이 잘되면서도 값이 비싸지 않아 샌드위치패널을 대신할 수 있는 불연성의 대체재를 개발 생산하도록 지원함은 물론, 우선적으로 건축공사장에서 폭발적으로 급속하게 연소 확대되는 가연성건축자재인 샌드위치패널이나 드라이비트 등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시켜야 한다. 그것이 곤란하다면 건물주들에게 스스로 불연재나 난연재를 사용하고자하는 의욕을 제고(提高)시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야한다. 예를 들어 안전건축 시공자에 대한 설치비의 적정한 지원이나 세제감면 등을 통하여 보상을 해주는 등, 안전건축에 대한 인센티브(incentive)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렇게 언론과 정부에서 ‘안전모범사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을 통하여 기업과 사업장의 안전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데 힘써야한다. 우리는 세계를 점령한 코로나19로부터 신체의 안전을 성공적으로 지켜내고자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되어 힘을 다해온 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젠 언론과 정부와 기업과 사업체를 비롯한 전 국민이 모든 분야의 안전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함께 노력하여 생활안전문화를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생활안전문화’가 정착될 때 안전한국이 이룩될 것이고 국민모두가 진정한 행복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안전은 행복의 초석(礎石)’이니까...
*사진은 여름호 13쪽 참조
조남승: <국제문예>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국제문단문인협회]자문위원
시집:『매화 향에 취해서』, 수필집:『만남 뒤엔 헤어짐이 올 수밖에』外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