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컬포인트 (빌2:1-5) 475장
포컬포인트(Focal point)란?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탄 토마스 셸링(Thomas Schelling)이 그의 저서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에서 사용한 말로, 상대편의 대처 행동을 고려하면서 자기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무의식적으로 공통으로 생각하는 합의점을 이르는 말입니다. 포컬포인트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생기는 심리에 기인하며, 교섭 이론이나 전략이론에서 복수의 사람들의 의사나 행동이 저절로 조정되어 갈 가능성을 논하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개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신전심이나 텔레파시가 통했다라는 말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다음 문제를 풀어보면 그 의미를 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1. A와 B는 소통이 불가능하고, A와 B는 동전의 앞뒷면을 골라야 합니다. 둘 다 앞면을 고르면 A는 3달러를 받고 B는 2달러를 받습니다. 둘 다 뒷면을 고르면 A는 2달러를 받고 B는 3달러를 받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고르면 둘 다 한 푼도 못 받습니다. 당신이 A이거나 B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는가?
문2. A와 B가 100달러를 나눕니다. 각자 종이에 자신이 원하는 금액을 적습니다. 두 종이에 적힌 금액의 합이 100달러를 넘지 않으면 각자 자신이 적은 금액을 받을 수 있고 100달러를 넘으면 둘 다 돈을 못 받습니다. 당신이라면 얼마를 적겠는가?
문3. 서로 싸우기 싫지만 대치하고 있는 두 군대가 있습니다. 서로 충돌을 원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며, 각 군은 싸우지 않고 많은 지역을 점령하려 합니다. 각 군대가 지역을 넓히다 경계선이 겹치면 싸움은 불가피하지만 두 군대의 사령관이 지정한 경계선이 정확히 일치하면 두 군대는 싸우지 않게 됩니다. 각 사령관이 선택한 경계선은 어떤 것이 될까요?
4. 당신은 어느 날 뉴욕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장소나 시간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상대가 누군지도 몰라 연락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만났을 때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은 알고 있으며, 상대방도 같은 상황입니다. 당신은 상대방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위의 문제는 토머스 셸링의 <갈등의 전략>에 나온 문제입니다. 처음 문제를 보게 되면 당사자가 서로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지 못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위의 모든 사례에서 대부분의 당사자가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포컬포인트에 있습니다. 실험 결과 1번에서 22명의 A가운데 16명이, 22명의 B가운데 15명이 앞면을 선택했고, 2번에서는 40명 중 26명이 50달러라 적었습니다. 1번의 경우 어느 한쪽이불리하지만 앞뒷면에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은 앞면을 더 우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B는 자신이 손해를 보지만 앞면을 선택하게 됩니다, 2번의 경우 50달러가 명백한 포컬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이해당사자가 서로 50달러를 합의점으로 생각하고 적게 됩니다. 3번의 문제 또한 포컬포인트가 이용되어, 두 군대는 정확히 강을 따라 지역을 나누게 됩니다. 강은 명백한 암묵적 합의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확하게 말해 북한의 국경선이 압록강을 따라 중국과 구분되는 것도 이 때문이고, 현재 휴전선 또한 포컬포인트가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번 문제는 애비너시 딕시트와 배리 네일버프가 쓴 <전략의 탄생>에 따르면 네일버프 박사가 ABC 방송국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인 <라이프:더게임>에서 이 실험을 하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 12명을 둘씩 짝을 지어 각각 따로 떨어지게 하여 다른 팀을 찾게 했습니다. 6쌍의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짝과 의논한 내용은 셸링이 말한 포컬포인트와 정확하게 일치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만날 시간이 정오라고 생각하였으며, 그들은 이정표가 될 지점을 타임스퀘어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쌍은 타임스퀘어로 가고, 3쌍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갔습니다. 포컬포인트는 정오인 12시와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과 타임스퀘어였던 것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포컬포인트입니다. 뒷면보다는 앞면을 선호하고, 49보다는 50을 선호하고,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선호합니다. 흔히 서로 의견이 다를 때 협상을 하는 것은 이 포컬포인트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협상에서 상대방과 소통이 가능하면 이 포컬포인트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려고 때로는 위협을 하고, 때로는 약속을 하고, 3자에게 위임을 하거나 중재를 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포컬포인트는 힘과 법이 아닌 순리에서 상생의 길을 찾는 암묵적 합의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대로 같은 뜻, 같은 마음, 같은 생각, 같은 사랑으로 서로 알아주는 공동체, 공감이 되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합니다. 물론 우리에겐 직감과 지성이 있어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위의 포컬포인트처럼 통하는 그것은 무엇일까요? 본문은 겸손한 마음과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합니다만, 우리의 진정한 포컬포인트는 예수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젊은 연인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톡톡 튀는 젊음과 활기찬 사랑이 너무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모든 이벤트들이 자신들의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거리를 걸어다녔고,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 있다는 환상적인 착각을 즐겼습니다. 그런 그들이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한 노부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는 아무 대화도 없이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연인은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이에도 할 말이 없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약간 가여워 보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젊다는 것과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다 식사를 마친 그들이 식탁을 떠나면서 노부부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아무런 대화도, 관심도 없는 것처럼 묵묵히 앉아 있다고 여겼던 두 사람이 식탁 밑으로 손을 꼭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손을 마주 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왔기에 아무 대화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연인은 뒤늦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한 자신들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사랑은 젊고 열정적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화려하고 상큼한 사랑은 물론 보기 좋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서로를 지켜준 사랑만큼 빛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사랑은 한순간에 불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상대방을 말없이 비추어주는 은은한 등불일 때 더욱 아름답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화려하고 멋있는 말이 아니라 정이 듬뿍 담긴 일상의 언어들에 행복이 담깁니다.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심어린 말을 건넬 때 우리는 사랑과 행복을 느낍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더욱 아름답듯이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우리 정명동산도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아도 민들레 홀씨처럼 서로에게 살포시 다가가 작은 앉은뱅이 꽃피어 미소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왜냐구요? 우리에게는 예수그리스도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사이에 애써 팔 벌려 손잡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서로 사랑으로, 잔잔한 기도로 내일을 가꾸어 가는 정겹고 감사하는 사이이길 소망합니다. (목포정명여자중학교 2014년 교직원예배 설교:윤삼열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