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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광조(향기) 교류분석상담연구소(구-희소 대화훈련 상담연구원) 원문보기 글쓴이: 들국화
Ⅰ.게슈탈트 상담의 기법
1. 치료 기법
게슈탈트 상담 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법을 개발하여 치료에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료를 위한 부수적인 도구이지 기법 그 자체만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말 좋은 상담이란 인위적인 기법이나 트릭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대화와 만남으로써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의 여러 가지 기법들은 어디까지나 상담을 돕기 위한 보조수단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게슈탈트상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법 자체보다도 기법들이 사용되는 배경이나 목적을 잘 이해해야 한다.
1) 욕구와 감정자각
게슈탈트 상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 중에 하나는 지금 여기에서 체험되는 욕구와 감정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개체가 지금 여기의 욕구와 감정을 자각함으로써 자기 자신 및 환경과 잘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게 되어 성장과 변화가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많은 종류의 게슈탈트 상담 기법이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기법들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좀더 잘 자각하도록 도와주는 기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체에게 미해결 과제가 있는 경우 이는 대개 억압된 감정이나 욕구의 형태로 존재하므로 이들 감정이나 욕구를 자각하고 전경으로 떠올림으로써 미해결 과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미해결 과제가 없는 경우 지금 여기의 중요한 욕구와 감정을 자각함으로써 현재 순간의 유기체 현실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지금 어떤 느낌이시죠? 생각을 멈추고 현재 느낌에 집중해보세요. 지금 그 말씀을 왜 하시는지 자각해보세요. 지금 당신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2) 신체자각
우리의 정신작용과 신체작용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감각에 대해 자각하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 무의식적인 생각을 자각하게 할 수 있다.
당신의 호흡을 자각해보세요. 당신의 신체감각을 한번 느껴보세요. 당신의 신체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아 차려보세요.
3) 환경자각
내담자로 하여금 주위사물과 환경에 대해 자각하도록 해줌으로써 환경과의 접촉을 증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환경자각은 내담자들의 공상과 현실에 대한 분별 자각력을 높여준다.
지금 무엇이 보입니까? 방안에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있습니까4) 언어자각
내담자가 사용하는 언어에서 행동의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경우,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동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식의 문장으로 바꾸어 말하도록 시킴으로써 내담자의 책임의식을 높여줄 수 있다.
'나는'이라고 말 대신'우리', '당신', '그것' 등의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 '나는'이라고 바꾸어 말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이라는 말 대신 '그리고'로 바꾸어 모순된 행동을 자각하게 한다.
5) 과장하기
내담자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체험하지만 아직 그 정도와 깊이가 미약하여 그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치료자는 내담자의 행동이나 언어를 과장하여 표현하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감정자각을 도와줄 수 있다.
6) 반대로 하기
내담자가 보이는 행동은 근저에 있는 억압된 충동의 반대적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에, 평소행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보도록 요구함으로써 내담자가 억압하고 통제해온 자신의 다른 측면을 접촉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7) 직면
내담자가 자신의 미해결 욕구나 감정을 직면하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것을 직면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잘못된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문제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다. 내담자가 회피하는 것은 어떤 감정이나 욕구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상황이나 특정한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함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미해결 과제들을 직면하면 오히려 유기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즉 억압되었던 에너지들이 전경으로 떠올라 접촉되고, 그 결과 미해결 과제는 해소되어 개체를 자유롭게 해주며, 유기체는 성장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통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기보다는 체험에 의해 가능해 진다. 통찰은 단지 체험을 다져주는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8) 머물러 있기(staying with)
머물러 있기는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미해결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견뎌냄으로써 이를 해소하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이 기법의 장점은 내담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늘어놓는 자신의 말속에 스스로 매몰되는 것을 막아 현재로 돌아오게 해주면, 또한 인지적인 해석이나 설명 대신에 현재의 존재 체험으로 이끌어주는 데 있다.
어떤 감정이 있지만 이를 표현하지 않고 누르고 있으면 마치 수도관이 막힌 것처럼 감정을 해소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정서까지도 형성되지 못하도록 막아버린다. 따라서 내담자의 막힌 에너지가 발견되면 그것이 어떤 종류이건 내담자로 하여금 거기에 머무름으로써 그 에너지와 접촉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 때 개념적 차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그 감정과 접촉하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의 흐름은 연속적이다. 감정의 흐름을 중간에 차단하고 방해하면 깊은 차원으로 진전하지 못하고 만다. 반대로 어떤 고통스런 감정도 이를 차단시키지 않고 그대로 현재 의식을 따라 머물러 있으면, 마침내 끝이 보이고 새로운 감정이 떠오르게 된다.
9) 빈 의자 기법
상담 장면에 없는 사람과 상호작용 할 필요가 있을 때, 내담자로 하여금 그 인물이 맞은 편 빈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고 대화하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 이러한 대화는 그 인물에 대해서(about) 말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빈 의자 기법을 통해서 내담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명료화시킬 수 있고, 또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 볼 수 있다.
10) 자기 부분들 간의 대화
내담자의 인격에서 분열된 부분들을 찾아내어 그것들 간에 서로 대화를 시킴으로써 분열된 자기부분들을 통합시킬 수 있다. 내담자의 대표적인 내적 분열은 상전과 하인의 대립이다. 전자는 정신분석 이론의 초자아와 비슷한데, 주로 하인에게 명령과 도덕적인 요구를 한다.
치료자는 이러한 내담자의 분열된 자기들을 빈 의자에 바꾸어가며 앉히고, 서로 간에 대화를 시킴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11) 꿈 작업(dream work)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꿈을 내담자의 욕구나 충동 혹은 감정이 외부로 투사된 것으로 본다. 즉, 꿈에 등장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나 집, 산이나 들, 모든 것들이 다 우리 자신의 투사물 이라고 본다. 따라서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꿈을 우리의 투사를 되찾아오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소재로 취급한다. 이때 이러한 투사된 것들을 다시 찾는 방법은 꿈의 각 부분들과 동일시 해보는 것이다. 즉,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꿈에 등장하는 각 부분들을 차례로 동일시하여 그것들이 되어 보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꿈 작업을 할 때 주의할 점은 꿈 내용들이 마치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상상하며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내담자는 그냥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고, 감정들을 더 생동감 있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 실험
넓은 의미에서 실험이란 게슈탈트 상담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법을 총칭한다. 즉, 실험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행하는 모든 탐색적 활동을 지칭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실험을 다른 기법과 동등한 하나의 기법으로서 좁은 의미로 사용한다. 즉, 실험이란 내담자의 문제를 밝히고 이해하여 해결하는 데 있어 치료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여, 내담자와 함께 하나의 상황을 연출해냄으로써 문제해결을 돕는 기법을 뜻한다.
실험이란 어떤 현상을 관념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실제 행위를 통하여 전개하고 탐색해봄으로써, 문제를 명확히 드러내고 나아가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보는 창의적인 노력을 뜻한다. 실험은 많은 다른 기법들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 예컨대, 실험의 테두리 내에서 빈 의자 기법, 양극성의 통합, 반대로 하기, 과장하기 등을 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실험기법은 특정한 기법이라기보다는 창의적인 치료 작업을 해나가는 하나의 독특한 양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외에도 책임자각, 현재화 기법, 실현, 현실검증, 알아차림 연속, 양극성의 통합, 창조적 투사, 통찰과 의미 발견, 숙제 등의 기법이 있다.
Ⅱ. 사례 분석
1. 게슈탈트 치료의 관점에서 본 영화 「굿 윌 헌팅」
1) 영화 소개
원제 : GOOD WILL HUNTING
감독 : Gus Van Sant
출연 : Matt Damon, Robin Williams, Ben Affleck
초반부 줄거리
보스톤 남쪽의 빈민가에 살고 있는 윌(Will)은 MIT 공대에서 청소일을 할 때 말고는, 대학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청년이지만 어떤 분야든 혼자서 책을 읽고 깨우치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청년이다. 어느 날 MIT의 수학교수 램보(Lambeau)가 학생들에게 노벨상을 수상한 교수들도 어려워하는 문제를 내는데 윌은 이 문제를 단숨에 풀어낸다.
그러나 그토록 머리가 비상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윌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폭행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수감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그의 뛰어난 머리를 아깝게 여긴 램보가 자신의 책임 하에 그의 연구를 돕고 심리치료를 시키겠다는 조건으로 윌을 구해준다.
하지만 고아였으며 수차례 입양의 경험이 있으나 그 중 세 번은 양부의 학대로 인하여 강제파양 된 경험이 있는 윌은 심리치료사를 만나는 족족 두 손 들고 포기할 정도로 그들을 질리게 만들고 이에 다급해진 램보는 대학시절 룸메이트였으며 정신과 의사인 숀(Sean)에게 윌을 부탁하게 된다.
2) 게슈탈트 상담 이론에 따른 영화 분석
먼저 게슈탈트 상담 이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의 주인공 윌이 숀을 만나 상담을 하면서 다시 적응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을 게슈탈트 치료의 입장에서 분석한다. [ ] 안의 숫자는 동영상 번호
접촉경계 혼란 : 윌의 현재 모습과 그 원인
- 내사 : 양부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와 폭행이 윌에게 내사되었음 [3, 9, 11]
- 융합 : 친구들(특히 Chuckie)과 한 운명공동체로 인식함 [2]
- 반전 :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여(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스카일라를 떠나보냄 [9]
- 편향 : ① 여러 심리치료사들과의 상담을 거부함[4], ② 자신의 문제를 회피함[10]
미해결 과제 : 윌의 해결되지 않은 게슈탈트
- 양부에 대한 분노감, 그로 인한 무력감[11]
-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직업)[10]
- 진심으로 서로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랑[10]
치료자의 태도 : 숀의 태도
- 존재 허용적 태도 : 윌로 하여금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게 하려고 함[8]
- 현상학적 태도 : 윌이 말하려 하지 않을 때 더 이상 요구하지 않음으로 '저항'을 수용함[7]
- 창조적 대응 : 윌의 날카로운 지적과 공격에 대하여 '좌절'이란 방법으로 대응함[6]
치료자의 과제 : 숀의 과제
- 알아차림과 접촉의 증진 : 윌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함[10]
- 좌절 : ① 창조적 대응[6], ② 윌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편향시킬 때 사용[10]
- 지지 : 과거의 경험이 윌의 잘못이 아니라고 함[11]
- 저항의 수용 : 현상학적 태도[7]
치료 기법 : 숀이 사용한 기법
- 욕구와 감정자각 : 윌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함[10]
- 직면 : ① 윌의 미해결 과제를 직면시킴[10], ② 양부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와 폭행으로 인한 분노감과 무력감을 직면하게 함[11]
- 머물러 있기 : 직면한 감정에 머물러 있게 함[11]
성격변화 - 윌의 변화 과정
- 피상층 : 윌은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방법으로(누구에게나 그랬음) 숀과 만남[5]
- 교착층 내파층 폭발층 : 윌은 양부의 학대와 폭행으로 인한 무력감을 직면하고 그 감정에 머물러 있으면서, 처음에는 막다른 골목에서 저항하고 그 다음에는 얼굴을 감싸고 울며, 마지막으로 숀을 껴안게 됨[11]
미해결 과제의 해결과 적응적인 삶
윌은 자신의 양부에 대한 분노감과 그로 인한 무력감이라는 미해결 과제를 해결한 후,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사랑 스카일라를 찾아 떠나게 된다.
3) 영화를 보면서 게슈탈트 치료 이론 적용하기
[1] : 부적응적인 삶 [2] : 융합 [3] : 부적응적인 삶, 내사
[4] : 편향 [5] : 피상층 [6] : 창조적 대응, 좌절①
[7] : 현상학적 태도, 저항의 수용 [8] : 존재 허용적 태도 [9] : 내사, 반전
[10] : 편향, 미해결 과제, 알아차림과 접촉의 증진, 좌절②, 욕구와 감정자각, 직면①
[11] : 내사, 미해결 과제, 지지, 직면②, 머물러 있기, 교착층~폭발층
4) 평가
이 영화의 원작자가 윌과 숀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담과정을 게슈탈트 상담이론에 근거해서 쓴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곳곳에서 나오는 장면들과 배우들의 대사들은 이 영화가 감히 게슈탈트 상담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윌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하려고 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게 하려는 숀의 노력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이런 숀의 태도는 그의 대사 중에서 "What do you wanna do?[10]"와 "It's not your fault.'[11]"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숀은 한번도 윌의 과거를 직접 캐묻거나 분석하려고 하지 않았다. 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윌의 "지금 여기에서(here and now)"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과 욕구였다.
2..실제 사례
둥지: 상담자의 예명
방울: 내담자의 예명
둥 지 : 마주 대하는 느낌이 편안하군요.
방 울: 사람들은 저를 보면 매우 훌륭한 집에서 교육을 잘 받고 자랐을 것 같고, 별 어려움이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을 해요. 그런 말을 들으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허전하 기도 해요.
둥 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거든요.
방 울: 글쎄요. 가끔 그저 막연히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둥 지: 최근에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방 울: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엊그제 있었던 일이 생각나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방에 누워 계셨어요.(눈 가장자리가 붉 어진다. 어머니가 저를 보더니 우시는 거예요. 동네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듣고 무서워서 그냥 집에 와서 누워 울고 계 시다가 제가 오니까 하소연을 하시는 거예요. 저도 눈물이 나면서 목이 메였어 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정말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거예요.(표정이 굳어지며 침묵)
둥 지: 정말일까? 라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뜻이죠?
방 울:(질문을 회피하면서) 제가 참 나쁜 아이 같아요. 어머니 마음을 순수하게 이해 하지 못하고, 그런 생각이 드는 제가 이해가 안돼요.
둥 지: 아직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안되네요.
방 울: 저희 어머니는 아주 특별한 어머니예요. 너무나 여성적이고 상냥하고 저에게 너무 잘해주세요. 도시락 반찬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여섯, 일곱 가지를 넣어 주시고(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저에게 너무 잘 해주세요. 그런데…
둥 지: 그런데?
방 울: 그런데 저는 가끔 어머니에 대한 막연한 불편함 같은 것이 있어요(다시 표정 이 굳어진다)
둥 지: 표정이 좀 어두워졌네요?
방 울: 제가 나쁜 사람 같아요.
둥 지: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방 울: 어머니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것이…
둥 지: 어머니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지만,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아무리 어머니지만 안 좋게 생각할 수 도 있는 것 아니 예요?
방을: 저한테 아직 어머니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국민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자주 집을 비웠거든요.
둥 지: 그 떄 이야기를 좀 해주실 수 있겠어요?
방울:(갑자기 당황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안돼요! 국민학교 때는 생각하기도 싫어요. 길을 다니다가도 국민학교 때 동창들을 만날까 가장 두려워요. 저의 그 때 모습은 생각하기도 싫어요. 그때 생각하면 창피해요.
둥 지: 좋아요. 그러면 왜 그때 모습이 창피하게 느껴지시는지는 말씀 해주실 수 있 겠어요?
방 울 : (머뭇거리며) 국민학교 때 저는 아주 못된 아이였어요.
둥 지: 어떻게 못된 아이였어요.?
방 울: 우연히 길에서 국민학교 때 친구를 한 번 만났는데, 국민학교 때 제가 깡패 같았데요.
둥 지:(따뜻하게 쳐다보며) 어떤 깡패였을까 궁금해지네요.
방 울:담배도 피우고 어머니에게 욕도 했어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흘린 다)
둥 지: 어머니에게 욕할만한 일이 있었나요?
방 울: 그 땐 어머니가 집을 자주 비우곤 했어요. 학교 갔다오면 벨을 눌러도 아무 도 없고, 그래서 담을 뛰어 넘어 들어가 “엄마 나쁜 년!”이라고 욕하면서 현관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어요…(얼굴을 가리고 운다)
둥 지: 나를 한번 쳐다보세요. (내담자와 눈 접촉을 하면서) 내가 지금 방울님을 어 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방 을: 둥지님 눈을 쳐다보니 저를 나쁘게 생각하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다 른 사람들이 좀 의식이 돼요.
둥 지: 그럼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세요.
방 울: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람들을 죽 둘러본다) 표정들을 보니 저를 욕하는 것 같지는 않네요(모두 와 같이 웃는다)
둥 지: (미소를 띠며) 동감입니다. 사람들이 방울님을 욕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나 도 욕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아이가 무척 좋아 보여요. 활기 차고 생동감 있는 꼬마 깡패, 어쩌면 지금의 모습보다 더 사랑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향 기:저는 꼬마 방울이 이해돼요. 집에 돌아왔을 때, 늘 엄마가 안 계시면 무척 외 롭고 허전했을 것 같아요. 엄마에게 화가 났을 것 같아요!
호 수:저는 꼬마 방울이 멋있게 보여요. 그리고 부러워요. 여자아이지만 골목에 울 고 서있지 않고 담을 넘을 수 있었잖아요. 또 엄마를 욕하며 현관 유리를 깨 뜨릴 수 있었던 것도 대담하고 멋있어 보여요. 저는 어릴 때 너무 소심하게 자라서 그런 행동은 상상도 못했어요.
소 리: 놀랐어요. 방울이와 늘 같이 다녔는데, 이런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어요. 방 울이한테 그런 면이 있었다는 걸 정말 몰랐어요. 왜 그런 면을 다 없애버렸나 싶어 좀 안쓰런 생각이 들어요.
둥 지: 여러 사람들 말을 듣고 어떤 느낌이 들어요?
방 울: 조금 안심이 돼요(살짝 웃는다)
둥 지: 표정이 밝아 지신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 그날 유리를 깨고 집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하셨어요?
방 울: 깨진 유리조각을 다 치웠어요. 그리고 저녁때쯤 어머니가 친구집에서 전화했 어요. 그때 저는 엄마에게 나는 잘 있으니까 내 걱정말고 놀다 나중에 오시 라고 말했어요.
둥 지:무척 착한 딸이었군요. 그때도?
방 울: 그랬던 것 같네요!(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둥 지: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치 어린 딸이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군요?
방 울: 네, 맞아요. 어릴 때부터 늘 그랬어요. 어머니는 항상 몸이 약하셨고… 제가 없으면 어머니는 어떻게 될 것 같았어요 ….
둥 지: 그러셨군요. 무척 힘들었을 것 같네요.
방 울: 무언지 모르지만 늘 막연히 ‘이게 아닌데’하는 느낌이 있었죠.(잠시 침묵)
둥 지: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방 울: 어쩌면 제가 제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둥 지: 그게 무슨 뜻이죠?
방 울: 어릴 때부터 항상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어머 니께 신경 쓰며 살았던 것 같아요. 때로는 짜증이 나서 혼자 욕을 하거나 담 배를 피워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항상 다시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태도로 돌 아 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둥 지: 동감입니다. 어른이라도 그런 일은 쉽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마음껏 뛰놀지도 못했을 어린 방을을 상상해보니 안쓰 런 마음이 드네요.
방 울: 아직도 저는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불쌍하고, 애처럽게 느껴지고… 그래서 보살펴주어야 할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론 어머 니가 부담스럽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죄스럽고…(다시 표정이 굳어진 다)
둥 지: 자유롭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사실이 죄스럽다는 뜻인가요?
방 울: 그런 것 같아요(어머니와의 융합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둥 지: 어머니와 독립적인 존재에서 따로 나의 욕구를 가지는 것이 죄책감이 드는 모양이지요?
방 울: 나 혼자만의 욕구를 가진다는 것이 나쁜 일인 것 같아요…
둥 지: 마치 자신의 욕구가 있다는 것을 저주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방 울:(굳은 표정으로) 그런 것 같아요.
둥 지:나는 방울님이 아직도 자신의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저주라기보다는 오히 려 축복이라 생각해요. 자신의 욕구를 못 느낀다면 그것이 오히려 저주받은 상태가 아닐까요. 그때는 타인의 욕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노예의 삶이 될 테니까요.
방 울: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밝아져요. 저는 자유롭고 싶어요. 아무에게도 구속 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둥 지: 얼마나 다행이에요. 아직 그런 욕구가 살아 있다니!
방 울: 무척 흥분돼요. 기분이 좋아졌어요….(밝게 웃는다)
둥 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쁩니다.
방 울: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어머니에게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둥 지: 하시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방 울: 하고 나면 시원해질 것 같아요.
둥 지: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방 울: 쉽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둥 지: 용기를 내시라고 격려해드리고 싶어요.
방 울: 감사합니다. 마음이 편해졌어요.
둥 지: 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도 될까요?
방 울: 네
Ⅲ. 마치면서
1. 게슈탈트 상담의 문제점
게슈탈트 상담은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서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상담 기법 가운데 하나로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게슈탈트 상담은 이론이나 실제에 있어서 미비한 점이 많다.
우선 성격이론이 충분히 정교화 되지 않았으며, 상담기제에 대해서도 이론화가 덜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통합적인 이론체계가 아직 정립되지 못한 것이 흠이다. 하지만 현재 여러 심리치료 이론들과 활발한 대화를 통해 계속 발전하고 있다.
게슈탈트 상담라고 하면 먼저 수많은 기법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게슈탈트 상담에서 기법은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기법사용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를 소외시켜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게슈탈트 상담은 그 동안 집단상담이나 워크샾, 상담시범, 상담자 훈련 등의 활동에 많이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고, 개인상담에 있어서도 비교적 단기간의 상담에 역점을 두었으므로 장기상담 부분에서는 다소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여러 가지 상담효과 검증이나 새로운 이론의 개발 등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필수적이다.
2. 게슈탈트 상담의 적용대상
게슈탈트 상담은 전통적으로 감정을 억압하고 복잡하게 생각이 많은 사람들, 의사결정을 미루고 우유부단한 사람들, 대인관계를 회피하고 소극적인 사람들, 막연한 불안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과사회화된 집단, 신체화 경향을 보이는 신경증 환자들, 공포증 환자들 등에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또한 신경성 무식욕증이나 신체통증, 그리고 류마티스 등 정신신체 장애 그리고 가족치료, 각종 성격장애에 활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계선환자, 정신분열증 환자나 우울증 환자, 강박증 환자, 약물중독자, 에이즈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게슈탈트 상담이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게슈탈트 상담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엄밀히 말해서 게슈탈트 상담의 한계는 기법 자체의 한계라기보다 이를 시행하는 상담가들의 한계라고 보아야 옳다. 따라서 게슈탈트 상담자는 좀더 엄격하고 통제된 교육훈련과 치료실습을 거쳐 양성되어야 한다.
게슈탈트 상담은 현상학적인 이론배경을 갖고 있어서 환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자기실현과 성장에도 매우 유용한 기법이다. 실제 많은 상담기관, 공공 복지시설, 종교단체, 직장, 학교장면에서 게슈탈트 기법이 활용되고 있으며, 일반인들을 위한 워크샾도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 참고문헌 ]]
Fritz Perls. 노안영 역. 『펄스의 게슈탈트적 자기치료』. 서울 : 학지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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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광조(향기) 교류분석상담연구소(구-희소 대화훈련 상담연구원) 원문보기 글쓴이: 들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