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길 영평 팔경길(포천 명승지의 중심. 영평팔경을 찾아가는길).
경흥길 7길은 영평 팔경을 찾아가는길이다. 영평은 오늘날 일동면, 이동면 등 포천시 북부지역의 옛 이름이다. 경기 옛길 안내 책자에는 영평 팔경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명명했지만 영평땅을 걸으며 그 아름다움 풍치를 만나는 길이 아닐까 ?
들머리는 영중농협이다. 경흥길은 예전의 경흥대로를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옛길은 오랜 세월속에 멸실되었고 43번 국도가 경흥대로의 원형노선에 가깝지만 생활의 중심이된 자동차 전용도로가 되었기에 걸을 수없어 자연 친화적인 길로 새로이 조성한 길인 경흥길을 걸어가는것이다.
영중 농협을 우측에 두고 먹자 골목으로 진입하여 은현교에 이르니 개천이 흐르고 있다. 도란도란 속삭이듯 흐르는 물소리는 정답게 나를 부르는 소리 같고 넓게 펼쳐진 광장같은 냇가는 보기만 하여도 시원하였다.
영평천이었다. 이곳 어딘가에 영평 8경중 제4경인 낙귀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폐허가되어 주춧돌만이 남아 있는 탓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아쉽게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하지만 아쉬움은 잠시, 영평천은 그 서운한 찌꺼기를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천변의 나무 가지에는 잔설이 덮혀 눈꽃 세상을 만들고 얼어 붙은 얼음장 밑으로는 세차게 물이 흐르고 있다.
고개를 들면 불무산이 어서 오라며 반갑게 손짓을 한다. 산과 물이 정답게 맞이하는 산과 물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되는 영평천의 아름다운 풍광에 가슴을 적시는 차가운 바람도 오히려 시원하게 다가왔다.
사우교를 건너며 둑길을 따라 영평천변을 걸어가는 길에는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걸어가기 편하였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처음듣는 것 마냥 정답기만 한 사랑하는 사람이 은근하게 부르는 소리 같이 들려온다.
물소리를 벗으로 삼아 걸어가는 길에 또 하나의 친구는 산이다. 비록 조그마한 동산이 좌, 우에 솟아 있고 동산 너머의 보다 높은 산들이 서로서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살아 숨쉬는 동양화를 감상하며 천변을 걸어갈 때 38선 역사 문화 체험길임을 알리는 표지목이 세워져 있었다. 민족분열의 비극의 상징인 38선이 바로 이곳이리면 더이상 갈 수 없었던 땅이 아니었던가? 분단의 비극의 현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띵에 있었다.
경흥길은 고가도로 다리 밑을 지나면서 잠시 천변을 떠났다가 다시 천변에 진입하였는데 한폭의 동양화를 한순간에 망가트리고 있었다. 맑고 깨끗하여할 천변에 생활 쓰레기를 무단투기하여 여기저기 쓰레기 더미가 흩어져 있었다.
산천을 걸어가는 것은 바로 자연의 향기속에 나 자신이 참여하는 보다 수준 높은 동양화를 꽃피우는 것이라면 쓰레기 무단 투기는 너와 나를 망치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 유산을 파괴하는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
국토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우리가 후손에 물려줄 자연을 우리가 훼손해서 되겠는가를 외치며 진행할 때 바로 이곳이 포천 염송리 선사 유적지임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 포천 염송리 선사 유적지는 영평천 북안을 따라 형성된 원삼국시대 주거지 유적이다. 1992년 골재 채취를 하던 중 발견되었으며 1994년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원삼국시대의 집터 5기가 확인되었고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적지 주변에는 구석기시대의 뗀석기와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뉘 토기 조각들이 많이 출토되었다.”<안내문에서>
선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곳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는 우리 스스로의 문화수준을 자인하는 행위이니 하루 빨리 깨끗하게 정리되기를 바라며 걸어갔다.
오리의 울음소리, 이를 모를 새들의 노래가 물소리와 어우러져 허공에 가득한 영평천에서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걸어가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고 즐거움으로 다가 온다.
청정지역이라 외칠 때 물가에는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도 눈에 띠었다. 어린시절 냇가에 나가 파리통에 된장을 넣고 물속에 담그고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물돌이를 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벌써 50년 전의 행위가 이곳에서 아직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평천의 물은 어린 시절 당시의 맑고 깨끗한 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고기잡이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진행할 때 아이콘이란 공장이 있는 곳을 지나갈 때 둑길이 패이고 길이 유실되어 진행할 수없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주저하고 있을 때 공장 사람이 나와서 천변으로 내려가서 가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포천 야구장에 이르러 창옥교를 건너 안동 김씨 고택 입구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계단에 올라서니 영평 8경중 2경인 금수정이었다. 정자에 올라 영평천을 바라보니 영평천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금수정은 조선 초에 건립되어 현재까지 유지되는 오랜된 정자의 하나로 수 많은 시인 묵객들이 방문하여 시를 짓고 기록 남긴 곳이다. 금수정의 본래 이름은 우두정牛頭亭이다.
금수정이 있는 자리가 소의 머리를 닮아다 하여 그리 불렀는데 조선 4대 서예가의 한분이신 봉래 양사언 선생이 안동 김씨의 외손으로 안동 김씨의 김金과 정자가 있는 창수면의 수水자를 따서 금수정이라고 이름했다고 전해진다.” <안내문에서>
시인 묵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담소를 나누며 금수정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시를 짓고 노닐었던 묵객 가운데 한분이신 평소 관심있게 지켜 보는 조선의 선비 서계 박세당 선생의 한시를 음미해 본다.
금수정 金水亭
우두연은 예부터 이름났는데 / 牛頭自昔亦聞名
오늘 다시 와서 물가를 거니네 / 今日還來水上行
일찍이 인사 나누었던 주인을 찾을 곳 없으매 / 曾識主人無處問
가련하다 속절없는 세상이 마음을 상하게 하네 / 可憐浮世足傷情
정자 앞의 바위 기슭에 쪽배가 비껴 있어 / 亭前巖畔小舟橫
언제나 행인이 건너다닐 수 있네 / 常有游人得渡行
맑고 빼어난 강산을 이제 누가 맡으려나 / 淸絶江山誰管領
물새만 속절없이 사람 마음 위로하네 / 水禽空自向人情
울퉁불퉁 쌓인 돌이 자라 등 같은데 / 纍纍疊石曝黿鼉
반쯤은 기슭에 반쯤은 물속에 있네 / 半倚溪頭半入波
바위에 새겨진 양봉래의 글씨를 보니 / 見有楊家題刻在
몇 행의 글씨가 한 무리의 거위와 바꿀 만하네 / 數行堪換一群鵝
< 한국고전번역원 | 강여진 (역)>
금수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영평천과 헤어진다.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보여준 다정한 벗, 영평천을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까? 아쉬운 작별을 하고 87번 국도에 이르렀다.
오가 교차로에 이르러 철원 방향으로 진행하여 오가 2리에 이르니 보도, 차도가 구분이 없는 도로의 가장 자리로 걸어가야 했다. 지금까지 영평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기 때문일까 ?
그 아름다움이 다하여 국도를 걸어가는 길로 맞이하였으니 이것 또한 흥진비래라고 이를까 ? 그렇다면 더욱 아름다운 풍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걸어 가는데 계속되는 자동차 도로의 지루한길이 끝날줄 모른다.
오가 3리를 지나며 다소 짜증이 날 때 길가에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엄숙하게 일을 대하고, 성실하여 속이지 않으며.... 성인 공자孔子의 말씀이다.
敬과 信은 사람이 가슴깊이 지니며 실천하여할 항목이다. 일을 행함에 敬하고 하는 일마다 信한 사람 바로 그러한 사람을 우리는 지도자로 갈망하고 있지 않은가 ?
성인의 말씀을 새기며 걸어가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자연과 함께 하는 창수면 운산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도변이라 표지석에 새겨진 자연과 함께란 말을 실감할 수없었지만 주변의 산의 기세는 매우 힘이 넘쳐있어 다소 지친 몸에 생기를 불어주었다.
자동차 길을 따라 지루하게 걸어온 경흥길은 87번 국도에서 운산리 자연 생태 공원으로 향하였다. 봉은사 임구를 지나 양지마을을 지나니 지금까지 국도변을 걸어온 것에 대한 보상을 하려 함인지 생태공원으로 진입하였다.
눈이 하얗게 쌓인 공원의 전경이 평화스러웠다. 공원길을 걸어가니 구라이골 캠프장이 있고 구라이골 둘레길 표식과 한탄강에 대한 설명문이 있었다.
한탄강 전먕대에서 흐르는 한탄강을 바라보고 출렁다리인 제2 하늘다리를 건느면서 유리 아래로 바라보는 강바닥과 협곡을 이룬 한탄강의 풍광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만을 연발하였다.
출렁다리를 건너 가야할길을 살펴보니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확인하니 출렁 다리를 건느지 않고 한탄강을 좌측에 두고 강변따라 진행하여 하는데 강을 건너던 것이다.
길을 이탈하였음을 깨닫고 되돌아 오면서도 마음이 뿌듯했던 것은 길을 이탈하지 않았으면 볼 수없었던 풍광을 길을 잘못들어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오히려 기분이 상쾌하였다.
제2하늘다리 입구로 되돌아오니 경흥길은 하늘 다리에 진입하는 왼쪽 방향에 강변으로 진행하는 길이 놓여 있었다. 길을 잘못들고도 오히려 통쾌한 기분에 젖게 하였던 웃음꽃을 피워준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 현내면 상원리에서 발원하여 강원도 철원군, 경기도 포천시, 연천군을 지나 임진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전설로는 ‘궁예(弓裔)가 왕건에 쫓겨 도망치다 이곳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고 해서 한탄강이 되었다는 설과 6·25 전쟁 때 피난을 가다가 한탄강을 만나 건너지 못하고 한탄했다고 해서 한탄강이라고 불렀다는 구전이 있다.
그러나 문헌상 유래를 찾아보면 한탄강의 옛 지명은 대탄(大灘)으로 ‘큰 여울’이라는 뜻을 가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한탄강을 “양쪽 언덕에 모두 섬돌 같은 석벽(石壁)이 있으므로 체천[섬돌이 겹쳐 있는 하천]”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한탄강 하류의 사람들은 한탄강을 ‘한여울[큰여울]’이라고 부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탄강)
한탄강을 좌측에 두고 진행하는 길은 임도가 되어 길은 넓었지만 산속의 아늑한 길이 되어 정적에 쌓여있는 길을 눈밟는 소리가 깨웠지만 눈을 밟을 때 마다 듣려오는 소리에 신바람이 일었다.
지질공원 3.65km를 알려주는 팻말을 보고 1시간이면 도착횔 수 있을 것같아 힘차게 걸어가는데 언뜻언뜻 한탄강이 속살을 보여준다.
영평천이 도심속에서 우리 모두를 포용하며 기쁨을 안겨준다면 한탄강은 깊은 산골에 파묻혀 애써 찾아오지 않으면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신비에 쌓여 있는 강으로 느껴졌다.
영로대교를 지나도 계속되는 눈길을 사각사각 밟으며 걸어가는 걸음속에 어느덧 홍진의 찌꺼기를 하얗게 씻어내니 내 마음도 하얗게 변하여 새로운 생기가 돋아나는 것 같았다.
한탄강과 눈길이 조화를 이룬 산길에서 마음이 창공을 날아갈 때 행운은 겹쳐서 온다는 말처럼 한탄강 가람 누리 문화공원에 이르니 오늘의 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피날레를 알리는 빵빠레를 울려준다.
선문禪門에 입을 열면 그르친다開口卽錯는 말이 있다. 가람 누리 문화공원에 전망대에 올라 바라본 들녘의 풍광은 정녕코 입을 열어 설명할 수없다. 푸른 하늘, 드넓은 광장같은 벌판, 협곡을 이루어 흐르는 한탄강이 한 덩어리로 어우러진 풍광에서 우러 나오는 것은 아, 아! 아름답다는 감탄사뿐이다.
사진을 찍어도 그 모습을 담아 내지 못하는데 어떠한 형용사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 하지만 보았다. 우리 국토, 산천의 참모습, 그리고 그 풍광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진경은 진한 감동이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의 지극함이 아니라 활발발한 생기가 감돌고 있었고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요 우리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우리의 산하의 맑은 기운이 몸속에 스며드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서 지질 공원에 이르었다.
지질공원에는 유명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이름이 난 비둘기낭 폭포가 있었다. 폭포 뒤의 동굴에서 백비둘기들이 집을 짓고 살았는데, 비둘기 둥지와 같이 움푹 파인 낭떠러지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움푹페인 굴에 가득히 고인 물을 바라보니 하늘나라의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한 선녀탕이 떠오르고,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한 머물던 용소가 아른 거린다. 맑은 용소의 물을 내 마음에 뿌리니 거듭난 내 마음이 이제는 창공을 날아간다.
그러기에 우리땅을 걸어가는 것은 벅찬 감동을 주지만 언제나 그 순간에 그치고 일상생활에 들어오면 종전과 다름없는 소인의 습성을 남발하고 있으니 이 못난 짓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
성인께서 말씀하셔다. “안회는 그의 마음이 오래도록 인덕으로부터 떠나 있지 않고, 다른 학생은 잠시 동안 우연히 생각할 뿐이다.” 하였으니 두려울 뿐이다. 경외심을 가지고 경기 옛길 스태프함에 이르러 경흥길 7길 걷기를 마친다.
● 일 시 : 2023년 1월5일 목요일 맑음
● 동 행 ; 나홀로
● 동 선
- 11시32분 : 영중농협
- 13시24분 ; 금수정
- 14시59분 : 운산리 자연 생태 공원
- 15시19분 : 제 2 하늘 다리
- 16시24분 : 한탄강 가람 문화공원
- 16시46분 : 한탄강 세계지질 공원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18.2km
◆ 소요시간 : 5시간1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