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에 쓴 글씨, 주련(柱聯)
서양에서는 기둥을 조각과 무늬로 장식했다면 동양에서는 좋은 내용의 글씨를 써넣거나 새겨 놓았다. 궁궐에서는 나라의 안녕과 왕실의 융성을 위한 글귀가, 班家나 사대부 집에는 修身齊家나 면학을 독려하는 문구가, 그리고 누각이나 정자에는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쓰여저 있다. 이런 기둥글씨(柱聯)가 많기로는 사찰을 따를 곳이 없는데 대개 부처님의 법어나 고승 선사들의 명구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간혹 멋진 詩句들도 있음에 몇수를 골라 원문 글씨와 한글 새김을 함께 여기에 붙인다. 사찰의 기둥글씨는 대개 명필들이 쓴 것으로 예술성이 높은 것이 많으며, 正字체인 해서 보다는 반흘림 글씨인 행서 또는 반초서(행초서)가 주류를 이루며 예서체도 종종 눈에 띈다
기림사 매월당 영당(경주 함월산) 기둥글씨
乍晴還雨雨還晴 天道猶然況世情 사청환우우환청 천도유연황세정
譽我便應還毁我 逃名却自爲求名 예아변응환훼아 도명각자위구명
花開花謝春何管 雲去雲來山不爭 화개화사춘하관 운거운래산불쟁
寄語世人須記認 取歡無處得平生 기어세인수기인 취환무처득평생
잠깐 맑았다가 비가 오더니 다시 또 개었네. 하늘의 道도 이렇거늘 하물며 세상의 물정이랴
나를 칭찬하더니 다시 또 나를 헐뜯고, 명예를 피하는가 하더니 도로 이름을 구하구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리며, 구름이 오고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지 않네.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꼭 기억하라. 어느 곳에서나 즐겨함이 평생의 득이니라.
이 주련은 "우에서 좌"가 아닌 "좌에서 우"로 읽어야 한다(글쓴이 모름).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乍晴乍雨 : 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네)라는 詩로서 동문선에 실려 있다.
축서사 심검당(경북 봉화)
雲山說有千萬事 운산설유천만사
海天廣茫本無言 해천광망본무언
黃鶯上樹千里目 황앵상수천리목
鶴入田地心豊富 학입전지심풍부
色求有色還非實 색구유색환비실
心到無心始乃明 심도무심시내명
行李整收方丈入 행리정수방장입
天雲散盡日輪晴 천운산진일륜청
구름뫼에서 천만가지 법문을 설하였으나,
하늘과 바다는 넓디 넓어 본래 말이 없구나.
꾀꼬리 나무에 오르니 천리를 보는 눈이요,
학이 밭에 드니 마음이 풍요롭도다.
색을 구한다면 색은 있으나 실체가 없고,
마음이 무심에 이르러야 비로소 밝아진다.
행장을 거두어서 방장에 드니,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해가 밝게 빛나구다.
이 글의 원전과 글쓴이를 찾지 못했으나 시의 내용도 훌륭하고 글씨도 참으로 멋드러지다(추사체 풍의 느낌도..).
같은 글의 주련이 하동 삼신산 쌍계사 청학루에 있고, 5~6연과 같은 글이 김천 불령산 청암사 부조전 석주도에 있다고..
미황사 청운당 (해남 달마산)
첫댓글 앞으로 절에 가면 기둥에 새긴 글귀를 눈여겨 봐야.........
하긴 까막눈이 봐야 뭘 하겠냐마는~~~
박형!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 잠시 가져가서
내년 봄에 한번 사용하겠사오니 허락해 주소서...
행,초서로 멋지겠습니다...감사!
박형!
매월당 김시습의 사청사우 잠시 가져가서
내년 봄에 한번 사용하겠사오니 허락해 주소서...
행,초서로 멋지겠습니다...감사!
가져가시지요. 전박! 어차피 나도 모처에서 거져온 거니까요
하늘의 道 도 이러한져 하물며 세상무정이야... 이렇게 흠잡을데 없는 고매한 김시습샘도 이러저리 올렷다내렷다 질건질건 씹히니.. 하찮은 변이야 도마위에서 난도질로 걸레가...됩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