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낯선 경전 용어가 많기는 하지만, '아하라'의 번역어 자양분 또는 음식은 그중 최강 낯선 번역인 듯하다. 어제 선원에서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카페의 검색 기능을 사용하여 찾아보니 그중 자세하게 설명한 포스팅을 발견했다.(메뉴 중 빠알리 용어 4번, 11번 참고)
그에 의하면 아하라의 번역어 자양분 또는 음식은 성장 조건이라는 뜻인 듯하다. 여기서 무엇을 성장시킨다는 것인지, 무엇을 데려온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보니, 뭇삶이다. 생명과 생존을 합한 개념인가 보다.
올바른 견해를 갖기 위해서는 (뭇삶의) 네 가지 성장 조건의 실상을 분명하게 알고, 그것이 어떻게 일어나며 그 소멸 상태가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소멸시키는 방법을 꿰뚫어 알아야 한다고 이해하면 맞을까?
그런데 이 설명은 어찌보면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질, 접촉, 의도, 의식이라는 (업의) 성장 조건을 꿰뚫어 아는 것 자체가 올바른 견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생 조건 네 가지가 어떻게 일어나고 소멸하는지 아는 것은 현상을 아는 것이고, 올바른 견해를 갖는 것은 현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입장을 정하는 것이라서 충분히 구분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인간이 물질과 접촉과 의도와 인식이라는 네 가지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네 가지 조건을 없애는 것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아하라 설명 항목에 지각을 벗어난 신에게도 자양분이 필요한가라는 대목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정이라고 한다. (신은 뭇삶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존재이므로 이런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신들은 선정이라는 자양분(성장조건)에 의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이 누군가의 눈에 보이는 존재라면 물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물질 접촉 의도 인식을 소멸했다는 것은 그것을 완전히 초월했다는 뜻이 아니라 선정의 상태에서 그것을 경험한다는 뜻인 것 같다.
번역에 대하여
경전 읽기가 어려운 것은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번역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영어 번역은 좋은 참고가 된다. 빠알리성전협회나 초기불전연구회의 번역이 너무나 귀한 성과이기는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 지나친 의역은 본질에서 벗어날 위험이 있지만, 이해하지 못할 번역은 아예 오해할 여지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