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놀러간다. 처음 미국아이비리그 탐방여행이 결정되고나 서 들었던 생각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어를 현지에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여행에 임했다. 많은 짐들을 준비할 때도, 비행기를 탈 때도, 심지어는 미국에 도착해서 여행하는 도중에도 이 여행을 다녀와서 나에게 일어나게 될 변화들을 알지 못했다. 특히나 내가 먼저 느끼게 될 내안의 내면적인 변화를 준 것 같다.
처음 여행일정표를 받고 실망을 했다. 미국에는 유명한 대학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일정표에는 온통 대학탐방뿐이었다. 그것도 아이비리그에 속해있는 세계적인 대학들이. 대학교 내부를 탐방하고 가이드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겉은 로는 끄떡끄떡했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내 앞을 지나가는 세계적인 수재들을 보면서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고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고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드, 예일, MIT, 브라운, 콜롬비아, 프린스턴, 조지타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탐방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다른 한편으로는 체념을 했던 것 같다. ' 어차피 나는 못 오는 곳 인데 뭐...'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지금까지의 여행을 돌이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한 장의 사진이 생각났다. 하버드대학교도서관의 새벽4시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MIT대학교에 갔을 때 가이드 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이 학교의 도서관은 365일 24시간 개방을 한다고. '내가 봤던 모든 사람들이 그냥 똑똑한 머리를 타고나서가 아니라 그중의 누군가는 정말 평범하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그곳에 있을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당장 대학교가 아니더라도 6, 7년쯤 뒤에는 나도 지금의 그 사람들처럼 새벽을 도서관에서 맞이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다녔던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중에서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5년 만에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재정치로 인해 안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학생으로서의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굉장히 뛰어나고 훌륭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가려지고 오직 안 좋은 면만 부각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안타까웠다. 지금까지 교사라는 직업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지 교육계에 종사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적인 문제점 등을 개선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되었던 사람의 뛰어난 면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사실을 꼭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한 사람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그 사람에게서 단 하나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인정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면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교육계에 종사해서 우리나라 국사 교과서에 이러한 이야기들을 싣고 싶다. 무조건 잘못한 것들만 나열해서 마치 마녀 사냥을 하듯이 모두가 그 사람을 비난하게 만드는 또는 잘한 것들만 나열해서 모두가 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작은 잘못은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해버리는, 그런 교과서가 아닌 진짜 중립을 지키는 교과서를 만들어 보고 싶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 다음세대의 아이들은 흑백의 논리에 갇히지 않았으면, 그리고 잘한 부분들의 인정할 줄 알고 또 필요하다면 잘못한 부분을 신랄하게 비판, 비난이 아닌 ,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미국에 가서 대학교들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보고 왔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곳이 한국전쟁기념관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는 국가의 전쟁에 참여해서 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실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책인 교과서에는 이러한 희생들을 언급하지 않는다. 만약 미군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번영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을 다시생각하면서 또다시 교육계에 종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고마운 일들을 다음세대의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기억에 남는 곳은 여러 대통령들의 기념관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프랭클린 딜라노 루즈벨트 대통령의 기념관이었다. 이분의 미국의 유일한 4선대통령이자 대공황의 위기에 빠진 미국경제를 되살리셨던 분이다.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미국은 지금처럼 세계대강국이 되지못했을 것 이다. 그래서 나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의 두 번째 건국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기념관 곳곳에 새겨 져 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언들에도 크게 감동을 받았다. 진정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을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신기하고 즐거웠던 곳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자유의 여신상,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였던 것 같다. 모두 TV에서만 봤던 것들이 직접 내 눈앞에 펼쳐지니까 너무 신기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페리를 타고 멀리서 봤기 때문에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신기했다. 타임스퀘어는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다양한 크기의 대형 스크린들이 화려하게 빛나면서 엄청난 양의 빛을 냈다. 밤에 갔는데도 마치 낮인 것처럼 밝았다. 또 하나의 경험은 브로드웨이의 최장수작품인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 것이었다. 비록 뒤쪽에서 봤지만 왜 이 작품이 25년 동안이나 브로드웨이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무대였다.
정말 운이 좋게 우리가 백악관을 관광하지 며칠 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그래서 백악관을 가는 길에 그 당시에 관중들이 앉아있던 좌석들을 볼 수 있었다. 또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가게된 것도 기억이 난다. 국회의사당 내부로 들어가서 관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곳이 박물관이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인 Hope Diamond를 봤다. 생각했던 것 보다 아름다웠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너무나 기대를 많이 했던 곳인데 시간이 촉박해서 거의 뛰다시피 했는데도 다 둘러보지 못했다. 미술박물관역시 촉박한 시간이 아쉬웠다.
다양한 볼거리들도 좋았지만 미국의 문화를 체험한 것도 좋았다. 욕실도 낯설었고 호텔의 구조도 너무나 달랐다. 욕실에는 욕조에만 배수구가 있어서 샤워도 바닥에 물이 세지 않게 샤워 커튼을 치고 했다. 하루마다 매일 객실에 팁을 두고 나가는 것도 어색했다. 특히 호텔 객실에 형광등이 없고 세 개 정도의 전등만 있어서 방이 조금 어두웠다. 특히 호텔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문화이기 때문에 신발장이 없다. 첫날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샤워하고 나와서 다시 신발을 신는 것이 찝찝해서 친구들과 이야기해서 다음날부터는 들어가자마자 바로 신발을 벗었다. 미국 호텔의 조식에는 감자, 에그 스크램블과 소시지 또는 베이컨이 항상, 어떤 호텔에서든지 나온다. 처음에는 잘 먹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지겨워져서 많이 먹지는 못 했다. 이렇게 미국문화를 체험했던 것도 이번여행에서 배운 것들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나의 꿈은 영어통역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여행은 나한테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여름에 BTA를 할 때도 그랬지만 친구들이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할 때 대신해서 말을 전하면서 직업을 작게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현지에서 직접 원어민과 대화도 해보고, 영어를 사용해서 물건도 구입해보면서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고 채워야할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너무 아쉬웠다. 시간이 촉박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웠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가. 같다. 빡빡한 여행일정 탓에 여행 중에 여유롭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이 나를 또다시 미국으로 이끄는 것 같다. 만약 다음에 또 한 번 미국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배낭여행을 가서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싶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지금 갔던 곳들을 다시 간다면 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