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 능소화
아들에게
2만 여 년의 시간을 품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터키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교회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고, 이슬람 국가이지만 그리스도교의 발원지라 하여 성지순례를 하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있는 곳이다. 3%의 유럽과 97%의 아시아가 다리로 이어져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이국적인 나라구나. 터키의 여름 날씨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습도가 낮고 일교차가 커 한국보다 덥지 않다.
터키족의 조상은 투르크족이다. 1453년 오스만제국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로마제국을 멸망시켰다. 전장에서 승리하자 슐탄마흐멧은 대교회 성소피아로 향해 절을 올리고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한다. 오스만투르크족이라면 역사에서 악랄한 민족으로 묘사되지만 문화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과 위대한 건축물에 대한 경외심은 갖고 있었나 보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며 그런 위안을 해 본다. 지금 성소피아 성당은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교회에 이슬람의 옷을 입히고 이제는 뜯는 것을 보니 건물의 운명이 기구해 보인다.
초기 교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요셉의 교회와 아브라함의 지팡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있는 곳은 이슬람의 나라이다. 우리나라에 인류 최초의 교회가 있다고 하면 관광객이 넘쳐 날텐데 그런 유산이 낙서가 돼서 버려져 있었다. 일리아드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싸웠다는 성벽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집과 카페로 이용되었다. 부모에 따라 자식의 인생도 많이 달라질 것인데 울 아들에게 엄마는 어떠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게 된다. 고 3인데도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는 말에 여기 와있으니 말이다.
로마군의 박해를 피해 지하 20층의 굴을 파고 2만여 명이 200년 동안 살았던 ‘깊은 우물’이란 뜻의 지하 동굴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이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음식과 물이 부족하고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곳이었다. 개미집이 연상되더구나. 지하를 따라 내려가며 만든 방들은 작은 사회였다. 학교, 교회, 회의장, 마구간, 물이 부족해 만든 와인 양조장 등이 있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숨이 막혔다. 누군가, 여기에서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숙연해지며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지금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더구나.
개구쟁이 스머프의 무대가 된 버섯집과 ‘목화의 성’이라 불리는 천연 야외 온천탕은 지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림 같은 경관에서 아침 일출을 맞으며 수백 개의 기구들과 함께 하늘을 나는 곳, 작은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협곡에서의 일몰은 잊을 수 없는 풍광이었다 ,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어디를 가나 함께해 실존 인물이었나 착각할 정도였다. 로마 시대의 유물을 보며 생활상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놀랐다. 역사 속에서, 자연 속에서 한없이 미약해지고 겸손해지는 엄마를 발견하며 너와 함께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구나.
보고 싶고 사랑한다. 터키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