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43ㅡ 추모 파티 준비 (사소)
형제들은 독채 펜션을 사나흘을 간절하게 검색했다. 1월은 엄마가 돌아가신지 2년이 되는 달, 가톨릭 신자셨던 엄마를 위해 미사와 기일 봉헌을 하고, 계신 곳을 찾아 추모하기로 했다. 자매들은 기일 전날엔 추억을 나누며 함께 하룻밤을 새고 싶어 했다. 게다기 형부가 환갑이고, 퇴임도 곧 앞두셨으니 형제들은 우리 대장님께 감사패도 드리고 축하도 해드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20명 넘는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알아봐도 경기도 일대의 독채 펜션이나 넓은 숙소는 주말은 1월 마감이 다 돼 버렸고, 2월까지도 깨끗해 뵈는 곳은 다 차있었다. 우리들은 문화 강국인 우리나라의 펜션 파티 문화가 참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랬다.
그런데 광주에 사는 두 동생들의 결혼 20주년 기념일이 그 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오랫동안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잘 살아와준 동생 남편들이 고맙고, 또 즈이들끼리도 오붓한 시간도 필요할 터, 나는 동생들에게 결혼 기념 여행으로 부부 둘만의 시간들을 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동생들은 언니들과 하룻밤 수다 힐링 타임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엄마는 생전에 형제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아셨으니 함께 모여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좋을 일이긴 했다. 특히 극세사급 섬세표 카리스마를 소유하신 아래 아래 동생님께서 유독 남편과의 여행이랑, 자매들과의 밤샘을 둘 다하고 싶어서 어찌할 줄 몰라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생님이 신경 레이더를 저쪽으로 보내시면 냉큼 그쪽으로 달려가서 그쪽을 살펴보고, 이쪽으로 보내시면 재빨리 이쪽을 탐색하며 살펴보고 있었다.
극세사 동생님께서 오랜 고민 끝에 드디어 하명하시기를, 평택 나의 집에서 다 모이되, 남편들과 자녀들은 취침 시에만 근처 호텔로 보내자고 하는 것이었다. 아파트라 모두 재우기엔 힘들 것이니 묘책을 생각해낸 것이었다. 나는 동생님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근처 10분 거리 호텔방 4개를 예약했고, 이렇게 추모 프로젝트는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자매들이 모두 모여, 내 방에 가로로 세로로 밤샘 수다용 잠자리를 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다. 동생은 같이 모이면, 라면만 먹어도 배부르다지만 뭘 어떻게 먹고 재미있게 보낼 건지 벌써 의왕 사는 큰 언니랑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 형부께서 안면도에 있는 예약가능한 독채 펜션을 극적으로 찾아내서 재빠르게 가격 협상과 예약까지 해주시는 센스를 발휘하셨다. 형부의 끈질긴 탐색과 민첩한 행동력 덕분에 극세사 동생님께서 매우 흡족해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엄마기일 추모 작전을 짜면서, 형제들과 수백 개의 카톡이 그동안 오갔다. 일을 하다 보면 카톡 수십 개가 튀밥 바구니처럼 그득 그득 쌓이곤했다. 행사 날 쓸 신박한 현수막과 형부에게 드리는 코믹 감사패 문구 등의 아이디어나, 준비물 목록을 공유하면서 참 이러한 과정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서는 여러 자식을 낳아 자신을 위해 맛있는 것 한 번 입에 자연스레 넣지 못하실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시고, 희생적인 삶을 사셨다. 나도 자라면서 식구가 많아 늘 양보해야 했고, 엄마가 속상해 하실까봐 학교 준비물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해 힘든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같이 나누는 순간들이 있으니 부모님께서 여러 자녀를 생산하신 일이, 우리에게 최고로 잘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가고 나면, 후 세대들의 파티 문화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자녀나 조카들이 VR로 만나는 시대가 올지라도, 추모 때만큼은 체온을 느끼며 같이 추억하고 담소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노래방 마이크도 미리 미러링이랑 스마트 쉐어기능을 익혀 놔야겠다.
첫댓글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길~~
자매들이 많으면 재미있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