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죄는? 나에겐 묻곤 한다. 우리의 가장 큰 죄는? 살인인가? 도둑질인가? 간음인가? 거짓말인가? 심정과 마음으로 범하는 죄인가? 하나씩 죄들의 항목을 떠올린다.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내가 범한 죄 중 가장 혐오하는 죄는 뭘까? 워낙 많은 죄를 범하기에 딱히 뭐 하나 지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나는 묵상하고, 기도하고, 간구한다. "주여, 주님께서 가장 혐오하는 죄가 무엇입니까?" "교만인가요? 거짓말인가요? 심정을 범하는 오만, 음욕, 자랑, 신성모독인가요?" 끊임없이 간구하고 울고 있을 때 나의 어깨에서부터 흐느끼는 심정의 소리를 듣는다. "네게 맡긴 양 떼를 돌보지 않은 것이다!" 모든 죄를 범하여 얼굴도 들지 못한 상태인 나에게 그분은 네게 맡긴 양들에 대한 무책임이다. 생명 바쳐 사탄의 세력에서 건져 네게 보냈는데 넌...? 나는 한 없이 울고 또 울었다. 어깨를 들썩이면서, 가슴이 떨리면서. 손발이 저려온다. 이것이 가장 큰 죄라는 사실 앞에 난 엎드릴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죄를 범하기에 헤아릴 수도 없고, 하루에도, 어제도, 오늘도 범하는데... 난 이 큰 죄를 범하고 있다. 이 죄의 용서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나는 다시금 기도한다. 피 흘리며 속량 한 양들을 보내신 그분의 은혜를... 나는 얼마나 사랑하는가? 나는 얼마나 이끌고 있나? 나는 어떻게 양육하고 있나? 나는 과연 내 몸처럼 사랑하나?
당신에게 가장 큰 죄가 뭘까? 많은 죄를 범하기에, 수많은 죄를 기억조차 못할 정도이니 그냥 암 수술을 위해 배를 칼로 갈랐다가 덮어버리는 의사의 심정인가? 얼마나 많은 암세포가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단 말인가? 하며 스스로에게 한심한 생각이 들진 않는가? 나는 내 가족의 가장으로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아들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자녀로서, 직분자로서, 이웃으로서, 연장자로서, 연소자로서, 친구로서, 어느 하나 마땅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내 영과 몸에 관해 책임을 다하고 있나? 이것도 아니다! 여러 핑곗거리와 변명을 털어놓으면서 난 게으르다. 그러면, 무엇이 가장 큰 죄인가?
무책임이다. 무책임에서 무지가 나온다. 무지에서 불순종이 나온다. 불순종에서 불신이 나온다. 불신에서 죄가 나온다. 모든 죄가 전가된 의로 용서 됐다는 사실은 믿는데 맡거나 맡아야 하는 어떤 임무든지 간에 난 게으르다면 그것이 가장 큰 죄이다. 물론 부수적인 수많은 죄도 여전히 증오하며 혐오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죄는 무책임이다. 한 목의 교회의 지체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이 죄가 가장 크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죄가 가장 크다. 아니, 더 큰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죄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분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부패한 자신이 자신을 이기적으로 사랑하는 것과 용서받은 자가 자신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리스도께서 나를 사랑하는 그 경이로운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면, 그렇지 않는 사랑은 가장 큰 죄이다. 사랑엔 책임과 의무가 따르지만 난 그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큰 죄가 아니면 뭣이란 말인가? 무섭고 두렵다. 나 자신에게 충실하거나 정직하지 못해 범하는 부메랑을 어떻게 감당할까? 하나씩 덤벼들지 않고 한꺼번에 몰아치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인데 그렇다고 딱히 방안도 없다. 닥치지 않았기에 태연한 것인가? 평강의 은혜를 받아서 평안인가? 아니면 무지해서 얼간이처럼 명청한 것인가?
오늘,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네게 맡긴 책임과 그것에 따른 의무는 무엇이냐? 무엇이냐? 그것에 충실하고 성실한가? 하루를 이렇게 살아가리라! 이렇게 살아가리라! 이렇게 살리라! 이렇게 살 것이다! 게으른 종으로 슬피울며 가슴 치며 통곡하고 울부짖는 외침과 고함 소리를 들어야 한다. 온몸이 얼을 정도로 두려운 저 한 맺힌 소리에 난 주저앉고 만다.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