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감동적으로 첫 번째 까미노(2001년 6월-8월. 여름길)를 했는데,
어차피 책으로 나온 것이니 여기서는 그 얘기를 다루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 뒤, 귀국부터 이어지는 얘기이지만, 그래서 나에겐 늘 되풀이 되는 현상이지만, 이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외국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에게 반복되던 일은, 그래서 이미 '정상적인(?) 생활'이라는 소설을 써놓은 다음인데도(앞으로 그런 일은 더 이상 반복되어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스페인에서(이번엔 까미노를 끝내고) 돌아오니, 당연한 것처럼 나는 또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나는 까미노에서 있었던 흔적들을 모아 뭔가 한 덩어리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가, 한 달 반여에 걸쳐 그 길에서 찍었던 많은 사진들과, 편지글로 끼적였던 100 가지 제목도 넘는 글과, 그렸던 80 여 점의 그림을 묶어서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그 것은 결국 책을 한 권 내 보자는 마음까지 생겨서(허기야 그건 까미노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날더러 책을 내 보라고 하긴 했었다.) 책을 내는 일을 시도하게 되었고,
아무튼 그 일이 이뤄지고 안 이뤄지는 것은 나중 문제였지만,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무리 해 놓은 걸로도 만족한 상태이긴 했다.
그런데 어디 세상 일이 그렇던가?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다 보니, 정말 책을 내야만 할 것 같았고, 그 책을 내야만 내 힘든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일한 '희망'으로까지 여겨져,
최선을 다 하면 왜 아니 되겠는가? 하는 '헛꿈'까지를 꾸게 되었던 것인데......
물론 애당초 쉽게만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그 일이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었다.
세상사에 어눌하기만 했던 나에게, 그 일의 첫 걸음인 출판사를 찾아다니는 일이 그토록 높은 장벽이라는 걸 깨닫는 건 시작과 함께 바로 이어진 일이었고,
정말 일의 시작과 함께 책을 만들어 보겠다던 내 의욕은 몇 군데의 출판사를 찾아간 것만으로도 기가 꺾인 건 물론, 점점 그 탄력을 잃어가게 되는데......
위) '혼란'. A3. 수채. 2001
아래) '거울보기도 미안해서...'. A3. 펜, 수채.2001
위) '입지조건'. A3. 수채. 2001
아래) '가을 꿈'. A3. 수채.2001
그 즈음의 '내 자리'
위) '자화상'. A3. 수채. 2001
아래) '자화상'. A4. 펜, 2001
아래) '외출'. A3. 수채.2001
위) '종이 같은 밤'. A3. 수채. 2001
아래) '겨울 밤'. A3. 수채.2001
그렇게 불안한 상태로 해를 넘기긴 했는데,
위) '커뮤니케이션'. A3. 수채. 2002
아래) '하늘의 문'. A4. 수채.2002
그러다 몇 달만에,
당시에 썩 잘 나간다던 한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내주겠다고 계약서까지 쓴 일이 발생했는데,
기쁨도 한 순간,
어째, 뭔가 일이 내 예상하고는 자꾸만 빗나가는 모양새로 이어져 갔다.
책 작업에 모든 열정을 다 쏟아 부으려던 내 의지에 그들의(출판사) 태도는 엇박자를 내는 것도 모자라 이따금 찬 물을 끼얹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책의 내용을 출판사 자체적으로 각색하려고 덤볐고(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도 거침없이 바꾸려 했고), 거기에 내가 난색을 표명하자, 그들은 일방적으로 책 작업을 중단해버렸고, 나는 그 사실도 모른 채 혼자 애만 태우고 있는 과정이 두어 번 반복되고 있었다.
끝내 그들은 그 상태로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나를 괴롭혔으며,그 일과 생활고로 나는 또 다시 장출혈이 도져(더 심하게)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아래) '출혈'. A3. 수채.2001
위) '커뮤니케이션'. A3. 수채. 2002
그러다 보니 그 해 상반기에 책을 낸다던 계약은 물 건너 가고 있었고, 내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나는 점점 기진맥진해 갔고, 그들은 대놓고 나를 무시하거나 약속을 어겨 결국, 책 문제는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아래) '자화상'. A3. 수채.2002
위) '자화상'. A4. 수채. 2002
아래) '내 생의 기록'. A4. 수채.2002
위) '한 번뿐인 인생'. A4. 수채. 2001
아래) '암울한 나날'. A4. 펜, 수채.2001
그런데 그 당시에 나는 호구지책으로 한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었는데,
그 일에도 흥미를 잃게 되어,
1 학기가 끝나가면서는 그나마 공식적인 수입원이었던 그 일을 다시(그 다음 해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여름은 지나갔다. 딴에는 참으로 힘든 여름이기도 했다.
물론 여름이 되면서 이전 출판사와는 그 계약 자체도 깨끗이(?) 정리가 된 상태로, 나는 그대로 물러 설 수만은 없어서 또 다른 몇 군데의 출판사와 계속 접촉을 시도하다가 9월을 맞게 되었는데,
죽지는 말라는 건지, 여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출판사에서 내 글에 흥미를 느껴,
다시 출판계약을 맺게 된다.
돈 세는 사람
위)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가?'. A3. 수채. 2002
아래) '생물'. A3. 수채. 2002
위) ''아라비안 나이트' 이야기처럼...'. A4. 수채. 2002
아래) '생물'. A3. 수채.2002
위) '실루엣'. A4. 수채. 2002
아래) '밤'. A4. 수채. 2002
아래) '자폐'. A3. 펜, 수채.2002
그런데 책 문제는,
이전 출판사에 비해 나름대로는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역시 출판사 자체적으로 다소의 각색은 하기 시작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그게 너무 싫었지만, 이미 전력이 있던 나는 많이 닳고 단 모습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으로 변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즈음의 나는 또 다른 모험이거나 도전(?)을 할 결심을 하는데...
전주에 사는 한 친구 E가 늘 나에게 그러기는 했지만,
거기 임실군 운암면에 있는(마암분교 가까운 마을) 통나무 집에 와서 살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작정을 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면에선 이미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면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도시에서 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나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때까지의 나는 시골에서 정식으로(?) 살아봤던 기억은 없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겁도 없었다. 어차피 어디에 살든 힘들게 살 거라면(?), 한 번은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었다. 아니, 일단 서울을 떠나는 게 더 큰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럴 바엔, 아예.. (어차피 내년엔 대학에 시간 강의를 나가지도 않을 거니까.)1 년을 통째로 시골생활을 해 보자! 하는, 이전과는 다른 만용(?)이 생겼던 것이다. 물론 내가 그런 얘기를 주변 사람 몇몇에게 하자, 오히려 그들이.. 뭘 먹고 살아갈 거냐며 걱정을 하며 말리는 식이 돼 버리기는 했지만... (지난 글에서 발췌)
그 즈음의 자화상들(아래)
위) '검은 옷의 자화상'. A4. 수채. 2002
아래)'자화상' A4. 수채. 2002
위) '자화상'. A4. 연필. 2002
아래)'자화상' A4. 수채. 2002
위) '짧은 머리의 자화상'. A4. 수채. 2002
아래)'자화상' A4. 수채. 2002
아래)'컴퓨터 중독' A3. 수채. 2002
그 즈음의 '내 자리'
그렇게 또 한 해(2002)가 갔는데,
연말까지 나오기로 했던 책이 며칠을 넘겨 2003 년 초에 나왔다.
제목도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쓴 편지'에서 '아름다운 고행 '산티아고 가는 길''로 바뀌어...
물론 그 책에도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내용들이 그 안에 첨가가 되었거나, 어떤 것은 빠진 것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일반적인 것인가 보았다. 물론, 나는 그런 게 싫었지만, 싫어도 너무 싫었지만 '소 닭보듯'(?) 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책작업을 중단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몇 년 뒤(2008), 그 출판사와 계약이 다 끝난 뒤, 자비를 들여 각색 없는 '여름 까미노' 책을,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하게 된다. 그래봤자 결과는 그 전 것과 다름없는 '실패'였지만. )
책이 나온 뒤
나를 그토록 힘들게 했던(중간에 죽을 수도 있었던. 그런데 이 내용은 내 또 다른 소설 '책 한 권'에 나오는데, 그 책은 이미 몇 년 전에 마무리를 지은 상태다.) 책이 나오고 나니,
나에겐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서울을 떠났던 것이다.
그게 '몽상(夢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