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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소식 몰아보는 코너
1. 미얀마에서 낙엽을 보게 될 줄이야~~ 12월의 미얀마는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그나마 잠을 잘 잘 수 있답니다. 한 낮에는 30도를 웃돌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땀을 조금만 흘리면 된답니다.
일교차가 심하니까 앞마당에 있는 망고나뭇잎이 떨어져서 한동안 아침운동을 했답니다. 나뭇잎 쓸어 모으고 아침 일찍 낙엽을 태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나뭇잎을 모으다보니 점점 많아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여, 이웃집에 물어 보았답니다. 아침 일찍 태우면 연기가 다른 집으로 가지 않고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니 태워도 된다고, 그리고 그 재는 거름이 되니까 화단에 뿌리라고 알려주셨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불꽃을 보고 싶어 밤에 태워보기도 했어요. 뭔가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고, 예전 고등학교 다닐 때 배우던 노래도 생각나더라고요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 다시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나이다.” 부족한 제 자신의 내적자세를 자극하는 듯이 다가왔어요.
2.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한 활동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으니 아이들이 무척 지루해 하는데 바느질을 하고 싶다고 하여 제가 전주 금암동에 있을 때 기초로 배운 퀼트 실력으로 바늘꽂이를 만들었습니다. 바늘 잡는 법, 스티치 하는 법도 전혀 몰라 처음에는 들쭉날쭉 이더니 나중에는 꽤 잘하더라고요. 완성된 물품을 보고 어찌나 기뻐하던 지요!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이 내 놓은 중고 냉장고를 구입했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소형 냉장고가 성능이 안 좋은데다가 냉동실 문이 떨어져 나가 성에가 끼는 바람에 그동안 애로가 많았거든요. 그분 댁에 갔는데 퍼즐이 있기에 제가 말씀드리고 집으로 가져왔어요. 1000pieces 퍼즐이었는데 이것을 처음 보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맞추어야할지 몰라 헤매더군요. 하지만 일단 시작을 하니 하루 종일 퍼즐 맞추기에 열을 올려 며칠 만에 끝을 냈어요. 그때 캐롤라인이 한 말이 참 재미있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엄마가 밥을 먹으라고 불러도 움직이지도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이해를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퍼즐을 맞추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밥 먹으라고 해도 몸이 안 움직여져요” 그 후 저는 앞으로 건전한 놀이도구들이 필요하겠다 싶어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정말로 흔한 것들이 여기서는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지요. 아이들이 놀다가 성장하여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참 많은데 말이지요!
3. 채소 가꾸기 저의 아버지는 농부이셨기에 저는 땅에서 하는 일들을 곧 잘 한답니다. 지난 추석에 선물을 보내주시겠다는 분이 있어 저는 열무, 상추, 얼갈이 씨앗 등을 신청했어요. 마당 한쪽에 씨앗을 뿌리고 안부 인사를 자주 물어보면서 관리를 하고 있어요. 최근 저의 “자기 돌봄의 시간”이 바로 손에 흙을 묻히며 식물과 채소를 돌보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일교차가 크다보니 열무가 자라지는 않으면서 억세어지기만 하여 뽑아서 물김치를 담았어요. 외국에서 열무 물김치라니요!
이제 성탄이 다가옵니다. 정부에서 30명 이하의 집회를 허가하여 성탄미사를 하러 성당에 갈 수 있게 되었어요. 현지 신부님은 25일 성탄절에 6대의 미사를 계획하여 현재 미리 신청을 받았어요. 저희도 정말로 오랜만에 성전에서 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
첫댓글 여건에 굴하지않고 땅과 식물과 아이들과의 소통을 만들어가시는 수녀님의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지네요~~^ ^
점점 미얀마의 여인이 되어가는군요!^^ 아이들은 좋겠다! 수녀님이 놀아주고... 근데 말은 좀 배웠나요?^^
한국에서는 흔한 것들이 그곳 아이들에겐 처음보는 것들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찡하네요
참으로 한국 아이들은 넘쳐 나는 물질들에 귀한줄도 모르고 낭비하는데요~ㅠ
주어진 환경에 즐거워하고 감사하며 지내시는 수녀님 모습에 반성이 되요.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면 시골 할머니댁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저녁밥을 먹을 땐 어김없이 모깃불을 피웠던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