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공원은 공사 중
손 원
아파트 숲속의 근린공원은 안마당과도 같다. 닭장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 틈틈히 활보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부근에는 이런 소공원이 두 곳이나 있다. 역세권이라 주민들의 통행이 많아 이용도가 높은 편이다. 두 곳 공원은 몇 달째 공사를 하고 있다. 주변을 가림막으로 가렸고, 주위 인도는 겨우 교행할 정도로 비좁다. 한동안일지라도 휴식처를 잃었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벚꽃이 질 무렵 공사를 시작하여 7월에 완공 예정이었으나, 무슨 사정인지 9월로 연기된다고 한다. 가림막 너머의 공사장 모습이 흉물스럽다. 주민들의 쉼터가 파헤쳐진 체 진척 없는 공사에 숨이 막힌다. 주민께 인기 있는 알짜배기 소공원을 장기간 폐쇄하여 안타깝다. 오가며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이웃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공간이 어느 날부터 공사장이 되었다. 새 단장을 하고 있다지만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니 무척 아쉽다.
도심 속 소공원은 주민밀착형 편의시설이다. 편의시설 관리가 잘 되면 그만큼 주민 편익이 증진된다. 잘 정비되고 청결한 편의시설은 도시의 얼굴이다. 이런 편의시설은 연중무휴로 주민이 애용한다. 이웃이 함께하는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랑방 같은 공간을 수개월째 막은 것은 지나치다. 여름이면 시골 마을 정자나무 그늘은 주민이 땀을 식히고 이웃과 함께하는 곳이다. 이런 공간을 폐쇄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도심 속 소공원도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정비를 위한 일정 기간 폐쇄는 불가피하겠지만 폐쇄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 되면 주민의 불편은 커진다. 문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관리기관의 태도다. 주민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부득이할 경우에 불편을 최소화해야 함이 주민편의시설 관리의 기본이다. 한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하필 이때 파헤쳐야 할 까닭이 궁금하다. 공사를 해야 한다면 적절한 시기에 해야 한다. 묻지마 공사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오랜 장마로 곳곳에 호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장마가 임박해서 재해예방 한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평상시 방치하다가 장마가 임박해서 공사를 하기도 한다. 공사장은 재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사 중인 인근 두 곳의 소공원도 이번 장마 때 토사가 흘러내려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갈수록 자치단체의 행정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해마다 공무원을 충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의 효율적 운영으로 인력난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이 단체장의 경영 능력이다. 사회 전반을 관장하는 행정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그럴 필요조차 없다. 행정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여름 근린공원 공사는 주로 어린이 물놀이용 분수 시설이다. 집 근처 또다른 소공원에도 3년 전 분수가 설치되어 가끔 손자를 데리고 간다. 그곳도 공사 때문에 한 해 여름을 놓친 적이 있다. 그때의 불편이 지금도 반복되어 행정서비스 개선이 의문스럽다. 돈을 들이면 시설은 개선되겠지만 주민편의를 고려한 공사 시기, 시설개선에 신중해야 한다. 유용한 시설을 갖기 위하여는 주민들의 협조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어떤 시설이든 성수기가 있다. 비수기때 공사를 완료하여 성수기를 맞이하면 좋겠다.
정부 공사는 진행 과정이 다소 복잡하여 일정이 미루어 지기도 하여 비수기 공사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충분한 예산과 공기확보를 위한 절차 개선도 필요하다. 당해년도 예산집행은 2월에야 가능하고, 설계, 계약이 되려면 수개월이 더 소요되어 제때 공사가 어렵다. 천편일률적인 경직된 사업 과정을 탈피하여 사업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도 있다. 개인 사업처럼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절차를 중요시하고, 절차마다 중론을 거쳐야 하기에 신속한 집행이 어렵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도를 잘 정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든 사업은 시의성이 적절해야 효과적이다. 절차에 얽매인 고질적인 방법으로는 변화에 적응이 어렵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어쨌거나 애용하던 공간이 명품 소공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 2023. 7. 31. 영남경제신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