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보고 뽑자
정당공천 = 당선이 아닌 지역생활정치 역량 살펴야
2004년 6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행정부시장 출신인 O후보와 정무부시장 출신인 H후보가 나섰다. O후보는 실질적인 부산시장의 역할을 맡은 시장권한대행으로서 H후보에 비해 고시로는 5년 앞서는 공직의 대선배로서 객관적으로 O후보의 시장 당선이 자연스러웠다.
더욱이 H후보는 당시 지역사회를 흔들었던 동성게이트와 관련하여 불기소는 되었지만, 부산시 공무원노조에서 도의적 이유로 사퇴 압박을 가하자 시장 출마를 명분으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H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수 있었고, O후보는 시장권한대행으로서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았다. 결국 시장선거에서 H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거뜬히 시장에 당선되었다.
2015년 총선을 앞두고 해운대 좌동 주변에 나선 K예비후보는 장산역 부근에 커다란 붉은 바탕의 현수막에“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구호와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을 붙여 놓아, 길 가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피붙이인 친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골수 친박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당시의 후진적인 선거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다. 역대 해운대구청장과 시의원의 경우도 한나라당(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모두 당선되었으며, 국회의원, 시장, 다른 구의 구청장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친박 패거리당의 몰락을 보면서 금년 지방선거는 과거와는 전혀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의 활동무대인 정당과 달리, 선거 때의 공천 외는 구청장, 시의원은 당선 전후에 정당활동과 별로 연관이 없는 것 같은데도, 정당의 선택이 곧 구청장, 시의원의 당선이 결정되는 퇴행적인 정치문화에서 진정한 지역일꾼을 뽑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이라는 구조는 공천 헌금, 패거리 공천의 폐해를 불러올 소지도 많기 때문이다.
● NGO연대, 지역당 설립운동과 녹색당, 민중당 등 후보 나설듯
다행히 최근 분권강화 움직임과 함께, 지역정치를 개선하는 NGO들의 연대 또는 숨쉬는 부산당이라는 이름으로 동천살리기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지역당 설립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민중당, 녹색당 등 소수 정당들도 생활정치를 내걸고 지방선거에서 단 한 석의 구의원, 시의원이라도 당선시키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금년 지방선거에서는 과거처럼 중앙당의 정쟁에 매몰된 거대정당의 공천 즉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생활정치에 역량을 갖춘 소수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들 중에서 선택받는 사람이 나올 것인가.
/ 김영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