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주의보 / 김지은
담장 밑에 표정이 떨어져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가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입을 맞추고 바람을 불어넣으니 달입니다
빗자루로 마당을 쓸면 구름도 집을 떠납니다
두 손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씻어도 닦이지 않는 표정이 있습니다
혀를 입술에 대보지만 나는 맛이 없습니다
나는 내 맛을 알고 싶습니다
입을 벌리고 달콤한 생각을 하며 달콤해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달을 보며 수박이라고 말하면 달에도 줄무늬가 생길까요
눈을 감고 손을 더듬거리며 이건 냉장고 이건 티브이 이건 의자
모서리에 등을 기대앉으면 불안도 나를 지탱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입을 맞춘 달이 언제 저곳까지 차올랐는지
봄이라고 말하는 동안 봄이 오고
지구의 모든 목련나무 꽃들이 달로 한데 모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나를 본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보일까요
내가 다시 지붕이나 마당, 골목에 내려앉습니다
2015 창비 신인상
《 심사평 》
... 중략
김지윤을 당선자로 뽑는다. 그의 시는 다른 응모자들의 작품에 비해 소탈하다. 그래서 천천히 마음을 움직이는 개성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기계적으로 학습된 수사에 기대지 않고 문장의 흐름 위에 자신의 정념을 위치시키는 방법론이 인상적이었다. 만약 이것이 반복된 학습의 결과라면 그의 시는 시적 기술을 극복한 사례이며, 반대로 절실한 표현의 효과라면 그의 정서는 자체로 시적인 결을 이룬다고 할만하다. 요컨데 그의 시가 거대하거나 완벽하거나 새롭게 때문에 심사자들이 그의 시를 꼽은 것은 아니다. 시적 전략과 과잉의 포즈가 만연한 시단에 비추어, 그가 보여준 직정과 낮은 어조와 소박한 도달이 좋았다. 당선자는 이 점에 대한 반성과 자부를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독자가 없으면 시는 존재할 수 없다. 시를 두고 벌어지는 수많은 논의 속에서 가끔 잊게 되는 말이다. 심사자들은 첫 독자로서 작품에 감동하기를 원했다. 아쉽게 당선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는 격려를,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낸다
- 심사위원 : 김소연. 백상웅. 신용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