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여름, 오감기행
방송일 2018년 8월 06일(월) ~ 8월 10일(금), 458번
매일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떠 지옥철과 붐비는 버스를 뚫고 출근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일탈을 꿈꾸게 된다.
하루종일 흰 종이에 인쇄된 검은색 글씨들을 읽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파랗고 빨갛고 노란색으로 미모를 뽐내는 꽃들과 눈 맞춤하고 싶고,
숨 막히게 빽빽한 빌딩숲에서 벗어나
살랑대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무작정 걷고 싶어지는 계절.
잊고 있던 감각들을 깨우는 여정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제1부. 청각기행, 지리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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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거운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자연이 숨긴 소리를 찾아 떠나는 두남자의 하동 여행기.
담뿍 물먹은 하동의 녹음은 이들에게 어떤 악상을 건네줄까?
“길을 천천히 걸어오니까 빗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빗소리가, 굉장히 쉬게 해줘요. 귀를”
지리산과 섬진강에 둘러싸여있는 전라남도 하동군.
여름이 내려앉은 초록의 대나무 숲을 걸으며
도시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아닌 자연이 들려주는 숨소리를 느껴본다.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과 바람에 스쳐 흔들리는 대나무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절로 자연에 스며드는 것만 같다.
“물소리, 나무 타는 소리.
딱 가장 완벽하게 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 같아요.”
땅을 두드리는 빗소리 따라서
도착한 곳은 산골 비탈길의 그림 같은 민박집.
산장지기 노부부가 권하는 비뚤배뚤한 나무의자에 앉아
따뜻한 녹차 한 잔에 담긴 온정을 마신다.
부부는 두 사람을 위해 지리산 만찬도 선물하는데...
인심 좋은 산장지기 노부부를 위해서 열린 두 남자의 숲속 콘서트.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바람타고 멀리멀리 메아리친다.
제2부. 시각기행, 스님의 꽃차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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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줄기인 망미산맥.
그 남쪽 산자락에 거안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작은 산골 마을의 꼭대기에는
꽃으로 가득한 신비스러운 암자가 있다.
“비비초가 ‘스님! 이제 오세요,
이제 오세요.’ 하잖아요. 인사하는 거예요.”
산비탈 울타리 너머엔 스님의 비밀정원이 펼쳐진다.
색색의 꽃으로 가득한 스님의 마당은 오색나비와 벌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비비초와
항상 겸손하게 고개 숙이는 초롱꽃,
연꽃을 닮아 더 사랑스런 한련화까지.
신비로운 정원에선 오늘도 꽃들이 찬란하게 피어난다.
스님의 다실에는 수많은 꽃들이
두 번째 만개를 꿈꾸며 잠들어 있다.
투명했던 찻잔에 고운 꽃물이 들 때면,
잠에 취해있던 꽃들이 다시 깨어난다.
“진짜 내가 꽃이 돼요. 꽃은 내가 되고.
둘이 하나가 되는 거예요.”
산속에서 소담하게 피었던 산수국은
스님의 손끝에서 푸른빛의 만다라로 피어난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스님의 비밀정원으로 떠나보자.
제3부. 후각기행, 그리운 어머니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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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물줄기 흘러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나주 영산포.
우연 속에서 탄생한 명물, 삭힌 홍어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옛날에는 주로 부뚜막이라든지,
감나무 밑에다가 숙성을 시켰어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홍어를 삭히는 김영수씨 부부.
오늘도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방식 그대로
항아리에 짚을 깔고 그 위에 홍어를 올려서 푹 삭혀낸다.
“홍어를 냄새를 맡는 순간 어머님이 그려지고, 보고 싶어지기 때문에
홍어 냄새가 어머니 냄새라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홍어 냄새를 좋아합니다.”
어머니의 홍어 향이 늘 그리운 아들이 고향을 찾는다.
그런 아들을 위해서 어머니는 세월이 담긴 손으로
홍어요리 한 상을 준비하는데.
특유의 코끝 찡한 홍어냄새 속에 진하게 배어있는 어머니의 향내.
지독하게 그리운 그 향내를 따라가 본다.
제4부. 미각기행, 민어 복달임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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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섬, 암태도.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한 익금마을은
요즘 손님맞이로 섬 전체가 떠들썩하다.
섬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반가운 방문객은 누구일까?
“민어야~!!”
20여년 경력의 김성암 부부.
오늘도 푸른 물살을 헤치며 바닷길을 달린다.
한참을 달려 망망대해에 우뚝 멈춰선 배.
선장은 바다에 장대 꽂고서 귀를 기울인다.
부욱부욱 민어울음 들리는 그 길목에 그물을 드리우는데-
부부의 그물에 큼지막한 민어들이 줄줄 딸려온다.
“살, 복피, 부레, 뼈, 지느러미, 껍질.
다 먹지. 내버릴게 하나도 없어.”
두툼한 살점은 회로, 지느러미는 무쳐서, 껍질은 데쳐서,
머리뼈와 알은 뜨끈한 탕으로, 버릴 것 하나도 없는 민어.
진하고 맑은 민어탕 한 모금이면 무더위가 날아간다.
특히 민어 부레는 가장 귀한 부위로 친다는데-
상에 올리는 족족 사라지는 통에 젓가락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옛날 맛이 있구만. 옛날 그 맛. 막 잡아가지고 이렇게
또 썰어묵어. 그라믄 꿀맛이여 꿀맛.”
초복을 맞은 익금마을 주민들이 모여
올해 첫 민어로 복달임 한상을 차렸다.
고소한 민어회 한 점은 늙은 어부의
치열했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데.
민어 한 마리로 더없이 풍성한
익금마을의 복달임 잔치를 들여다보자
제5부. 촉각기행, 갯벌이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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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보령, 갯벌과 맞닿아 있는 장은마을.
이곳에는 갯벌을 터전 삼아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수십 년간의 도시생활을 접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박창교, 최정숙 부부.
이들이 갯벌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너머 모래톱으로 바지락을 캐러 온 최정숙씨.열심히 갯벌을 뒤적이지만 아직은 서툰 모습이 역력하다.보다못한 이웃동생이 바지락캐는 비법을 알려주는데...어린시절 친구들과 돌게잡던 추억을 곱씹으며박창교씨는 아들과 갯벌로 향한다. 부자는 과연 돌게를 잡을 수 있을까?
갯벌에서 막 잡아온 바지락과 돌게로 준비한 해산물 잔치!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과 동네 할머니들 초대해서 해먹는
만찬들도 옛날의 그 맛과 다를 게 없다.
갯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처: 자연 치유를 추구하는 모임, 귀연별서(歸然 別墅) 원문보기 글쓴이: 귀연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