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보상자
흑백 테레비 시절,
인기 드라마‘여로’가 방송되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테레비가 있는 집에 모였다.
그때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으면 되겠는가?
“바보상자!”
길거리 뱀장수 외치는 소리다.
“애들은 가!”
공부 방해 이유도 조금은 있겠지만, 결론은 어른들이 드라마, 뉴스, 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해서다.
테레비는 억울하게 매도당한 것이다.
오늘날은 컴퓨터, 패드,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가 등장했다.
이제 테레비는 중년들 차지다.
바보상자의 대상도, 건강을 볼모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어 버렸다.
방송사마다 건강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자 구성은 종합병원 전문의, 연예인 패널, 쇼닥터 그리고 홍보용 비포 애프터 마루타, 음향효과 지원용 방청객 등이다.
진행을 살펴보면, 대학병원 전문의 교수가 출연한다.
특정 질환의 증상 및 원인 그리고 치료법 등을 설명한다.
아주 유익한 내용들이 많다.
프로그램에서 유일한 올바른 출연자며, 제대로 된 설명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 전체가 참인 양 착각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후 쇼닥터는 각종 구석진 의학 논문 및 통계자료까지 인용한다.
극단적 예까지 들며 건강염려증을 유발시킨다.
공포마케팅 수준이다.
이어서 몸신이란 허명을 달고 어설픈 몸이 출연한다.
해법이라고 몸부림친다.
엄청난 효과를 보이는 결과를 보여준다. 연
예인 패널들의 리액션이 뒤따른다.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주부 일상을 소개한다.
요식적 운동이 끝나면,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거나 바른다.
자기만의 비법이라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쇼닥터 병원을 방문해 개선된 수치적 결과를 보여 준다.
연예인 패널들이 또 한 번 탄성을 지른다.
여기에 한의사, 식품영양학 교수까지 가세하여, ‘듣보잡’식품을 과대포장한다.
끝으로 방청객들 합창하듯 음향효과를 낸다.
‘아… 아하….’
일말의 양심은 남았는지, 방송 중 반드시 한 번 이상,
‘본 사례는 개인의 경험일 뿐 반드시… 아니다’,‘다른 사람에게는 효능이 없을 수…, ‘어쩌고저쩌고’ 등
다양한 면피성 문구가 자막 처리된다.
그 후 채널을 돌리다 보면, 홈쇼핑에서 쇼호스트가 그 식품을 소개한다.
팔랑귀 시청자들 100% 눈 뜨고 지갑 털린다.
모든 건강 프로그램 패턴은 대동소이하다.
왜 이런 방송이 장수하는 것 일까?
데이비드 리는 걸으며 생각해 본다.
프로그램 하나에 최소 3개사 이상 외주 제작사를 선정한다.
목적은 제작의 질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제작비 절감과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외주사 역시, 제작비 충당의 수단으로 방송 아이템 선정 및 출연자 섭외 등을 이용하는 게 아닐까?
정규방송과 종편 사이마다 홈쇼핑 채널이 있는 이유는 뭘까?
모두가 여러분 지갑을 털려고 공모한 것은 아닐까?
방송사와 홈쇼핑은 여러분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다.
돈벌이에 관심이 클 뿐이다.
건강 바보상자 역할 때문인지, 건강식품 시장은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도 TV 건강 프로그램을 넋 놓고 바라보는 엄마에게 애들이 말한다.
“엄마…. 저거 믿지 마”
해운대라이프 독자 여러분!
건강에 왕도는 없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자!
불로장생 불로초는 그 이후 찾는 게 어떨까?
다음 칼럼은 ‘남자의 갱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