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2021.1.23) 오후 5시 30분쯤 갑자기 집안에서 엄청난 경고음이 울린다. 불이 났다는 것이다. 집사람은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나는 일주일전에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진짜 불이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월패드라는 이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일주일전 혼자서 집을 보고 있는 나는 정말 혼비백산했다. 그때는 오전 8시반쯤이었다. 이 경희궁 자이 아파트로 이사온지 4달째인데 벌써 두번이나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있던 직원들이 신속하게 달려왔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닌 듯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다른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왕왕 있었던 모양이다. 보통 고기를 구워먹을 경우 연기감지기가 예민하게 반응해 이런 현상이 간혹 일어날 수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우리집에서는 저녁 반찬으로 된장국을 끓이는 것이 전부여서 연기는 전혀 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동안 요리를 한두번 해먹은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일주일 전에는 일절 요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화재 경보장치가 울린 것을 보면 기계 고장이 분명한 것같다. 하지만 기계 고장탓 만으로 돌리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였다. 노약자들이 혼자 집을 보고 있다가 이런 엄청난 경보음을 들으면 놀라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하긴 나도 일주일전에는 놀라서 속옷바람으로 계단을 이용해 무려 15층아래로 뛰어내려갔다. 불이 났을 경우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였다. 그날은 날도 무척 추웠다.
물론 기계 오작동과 관련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경희궁 자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책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면 아파트 입주민 개개인에게 월패드에 연락해 점검받으라고 할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점검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신고를 해야하기에 상황후 즉시 월패드 회사(1588-9770)에 전화했지만 토요일이여서 일을 하지 않는다며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라고 한다. 자신들의 기계가 입주민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식의 대응에 짜증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밤새 또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또한 집에 아무도 없었다면 하루종일 비상경고음이 울려퍼졌을 것 아닌가. 그리고 진짜 화재가 발생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한 아파트라며 대대적인 선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주민들이 그런 시스템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입주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첨단 기계를 설치했으면 그것에 합당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어떤 일이 생기면 자꾸 관리사무소를 들먹이는 것이 뭐한 것같이 느껴지지만 그런 일을 하라고 입주민들이 비싼 관리비를 내는 것 아니겠는가. 명품 아파트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주민도 노력해야겠지만 전체를 콘트롤하는 관리사무소가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가를 찾아내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아파트 이름에 걸맞는 관리사무소일 것이다. 더 나은 거주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쓴소리로 받아드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