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은 없지만 자연과 벗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이들을 만나는 여정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개그맨
윤택이 쉰아홉 번째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늘 그렇지만 자연인과의 인연이 닿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해발 900미터에 산다는 자연인을 만나기 위해 길조차 나 있지 않은 험준한 산길을 두 시간 쯤 올랐을까.
그때 마치 성곽을 연상케 하는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바로 자연인 박정호(51/ 입산 7년) 씨가 3년 째 돌을 쌓아 만든 그만의 성(城)이자 보금자리이다.
어떻게 어마어마한 돌들을 쌓아 올렸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광경! 100kg가 훌쩍 넘는 돌은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쌓고, 1m 50cm가 넘는 돌 벽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을 정도이며,
지붕은 탱크가 지나가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데…
아직 미완성이지만 서두를 일 없으니 하루에 하나씩 돌을 얹으며 행복을 쌓아가고 있다는 자연인.
그런 자신을 보고 누군가를 미쳤다고 말할지 몰라도 욕심 없이 사는 산속생활을 만족한다는 박정호 씨.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한때 자신의 처지를 불평하고 세상을 원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방 끈이
짧다는 이유로 사회에 마땅히 설 자리가 없었고 화물 운반, 트럭 운전, 막노동까지 돈을 벌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었단다. 하지만 그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였다. 오토바이
사고로 동생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자연인.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후배들을 보면 친동생처럼
잘해주곤 했지만, 그의 마음과는 달리 돌아온 건 배신뿐이었다. 사람도, 세상도 싫어 술로 세월을
보내다보니 결국 몸도 망가지고 마는데… 그때 전국을 떠돌다 정착하게 된 산. 7년이 지난 지금,
벼랑 끝에 선 자신을 보듬어준 자연이 있어 건강도 되찾고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게 됐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돌과 나무를 나르고, 요즘은 버섯 산행을 다니느라 낮엔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자연인.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밤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매일 같이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는데… 스케치북 마지막 장에 그려져 있는 한 여인. 모든 걸 내려놓고 택한 삶이지만 누군가를
잊지 못해 그린 듯한데. 그림 속 여인은 누구일까. 바로 그의 딸이다. 15년전에 헤어진 딸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래야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연락이 안된지 벌써
오랜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으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록 돌로 만든 볼품없는 집이지만 그 어떤 웅장한 성보다 좋다는 자연인. 아픔을 뒤로하고 해발
900m에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어가는 자연인 박정호 씨의 이야기는 2013년 10월 23일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