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매일 반복되는 똑 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3박 4일 일정으로 몸이 아픈 친지를 찾아뵙기 위해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에 관한 예약이 다 되어있으니 즐겁게 다녀오라는 딸의 인사를 받으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 공항으로 향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탐승절차를 위해 여행사 후론트 로가 여권을 내미니 직원이, 아 저기 지정된 미싱으로 가셔서 탐승 권을 빼가지고 오라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감했으나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 미싱을 찾아갔다.
탐승 권을 구입하기위해 미싱에서 요청하는 단어들을 읽으며 보턴을 꾹꾹 눌러대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미싱사용이 서툰 점도 있었겠지만 도무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을 하라고 하는 것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리 없이 나는 지나는 청년에게 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세요 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고 청년의 친절한 도움으로 탐승 권을 손에 쥐고 다시 후론트로 갔다.
예전에는 여행 시 여행사 후론트로 가서 여권만 건네주면 그들이 다 알아서 탐승 권과 짐을 부쳐주었는데, 지금은 절차가 달라진 것이다. 먼저 지정된 미싱에서 본인이 직접 탐승 권을 구입한 후 여행사 후론트로 가서 여권과 탐승 권을 제시한 후, 짐을 부치는 절차였다. 새롭게 경험 하는 절차를 거쳐 나는 비행기에 탐승을 했다. 탐승해 안도의 숨을 쉬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살아온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스스로 문을 잠근 채 마치 잠이 든 사람의 꼴 이였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택시를 타라고 딸은 일러주었지만 택시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리무진 버스를 타기로 했다. 도시외각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는 방향에 버스를 타기위해 나는 또 누군가에게 물어야 했다. 어느 여인이 알려준 대로 걸어가 내가 타야할 정류장에 섰다. 마침 버스가 도착해 승차하려니 기사님께서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구입해 타셔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버스에 오르지 못하고 바로 매표소로 갔다. 승차권을 부탁 합니다 라고 말하니 직원이 여행사 직원과 똑 같은 말을 했다. 옆에 미싱에서 승차권을 빼시라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도 한 여인에게 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했고 여인의 도움으로 차표를 손에 들고 버스에 올랐다. 세월은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허물어 뜨려 나를 무력하게 했다.
이곳저곳, 이런 환경, 저런 환경, 이런 변화, 저런 변화 두루 경험해본 사람이 좀 더 내공 있게 잘 사는 경우라고 하는데 삶의 끄뜨머리에 걸터앉아 좀 도와주세요를 연발하며 여행하는 내 모습은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바닷가를 덮치는 해일처럼 끝도 없이 밀려왔다.
마치 밤길을 홀로 걸으며 도와주세요 라고 외쳤을 때 누군가 햇불을 들고 나타나 이리오세요 하고 손짓해준 그런 3박4일의 서울 여행을 마치고 제주 공항에 안착했다.
정류장에는 공항을 나온 젊은 사람들이 길게 열을 지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줄 끝에 서 있었다 그때 외국인 남성이 내게 다가와 어느 동네에 있는 E-MART를 가는 방향의 버스를 타야 하는 데 이 장소가 맞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잘 모르겠으나 버스가 도착하면 기사님께 물어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마침 버스가 도착해 기사님께 물었더니 이 정류장이 아니라고 다른 곳을 알려주셨다. 나는 외국인에게 기사님이 알려주신 대로 설명을 했고 외국인은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 순간 열 지어 섰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했다. 아마도 할머니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신기했던 것 같다. 좀 도와주세요만 연발하던 내가 몇 달 만에 영어를 사용하며 외국인에게 도움을 준것이 큰 기쁨였다.
정보사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 중 예정에 없던 타인에게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간청했던 지금과 다르게 살려면 신기술을 습득해야한다. 자녀들은 엄마 나이에도 다시 배움을 시작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지만 날로 감퇴되는 기억력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내 현실의 문제이긴 하나 희망은 늘 낙심의 맨 밑바닥에 숨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용기를 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어둠에 처하고 구차한 데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배려하는 마음이 충만한 사회이기를 바래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