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량 중심 성적표란 무엇인가?
이 성적표는 미국 사립학교협회(NAIS)의 130여 학교가 참여하고 있고, 20억원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사업입니다. 미국 언론의 관심과 조명도 받고 있습니다.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결과가 점수나 등급, 학점의 형태가 아니라 아래 [그림]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성적표에 나타난 각 역량을 클릭하면, 학생들의 발표자료, 보고서, 교사의 평가, 동영상 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답니다. 8개의 알록달록한 색깔로 표현된 것이 상위 역량이에요. 그리고 상위 역량은 하위 역량으로 구성되는데요. 하위 역량은 ‘구체적인 능력’의 형태로 기술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상위 역량이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라면, 하위 역량은 ‘복합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관리하며 처리하는 능력’,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 ‘의미있는 질문을 도출하는 능력’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사는 이러한 구체적인 능력을 학생들이 수업과 평가 장면에서 보여줄 때, 체크 해두는 것이지요. 이러한 결과들은 교사별로 모두 합산되어 [그림]처럼 보여진답니다.
[그림] 역량 중심 성적표 (류태호(2018))
상위 역량이나 하위 역량, 그리고 이것들을 평가하는 세부적인 기준들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데요. 학교 자체적으로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랍니다. 중요한 것은 성적 없는 성적표에는 학점과 점수 표기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역량 중심 성적표가 다음과 같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1. 학점이나 점수, 과목명이 없는 성적표
2. 종이 성적표에서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디지털 성적표
3. 기존 과목의 통폐합과 과외 활동의 역량 포함
4. 학생 중심 학습, 선생님의 역할은 티칭에서 코칭으로
5. 학생 개인별 수업 일정에 따른 등하교 시간 자율화
6. 출생 연도별 학년 구성이 아닌 숙련도나 이해도에 따른 학년 구성
이러한 성적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가 운영되어야 겠지요.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역량 중심 교육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학습자 중심
2. 연속적인 역량 관리
3. 역량 평가의 공정성
4. 과정 위주 평가
5. 수업의 개인화
6. 학습 시간의 자율화
2. 역량 중심 교육과정 및 평가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지금 학교 현장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교과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 과목이 개설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야만 위와 같은 교육과정, 수업, 평가, 성적표가 발행될 수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저는 교과 안에서도 이러한 수업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평가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있는 교사들도 존재합니다. (우리 동아리 선생님들과 같은) 즉, 현재 상황에서도 역량 중심의 교육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역량을 키우는 수업과 평가를 점수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글평가인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교과세특)’으로 보완하고 있지요.
교과세특은 점수로 보여질 수 없는 학생들의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교사의 평가 역량에 따른 불공정 시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단점이 있어요. 또한, 수업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을 글로 평가한다는 것은 교사에게 지나친 업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글평가가 학생들에게 입시 이외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실제 평가과정에서 교과세특이 어떻게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되는지도 파악하기 어렵지요.
만약, 교과세특을 성적이 없는 성적표에서 제시하는 역량 다이어그램으로 대체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어요. 지금 학교 현장이 교과세특 작성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에너지라면, 차라리 학생들에게 피드백도 줄 수 있고, 교사와 대학에게도 명확한 평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역량 다이어그램 평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역량중심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학교는 먼저 역량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위역량에 따른 하위 역량도 설정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참고할만한 8개의 상위역량과 61개의 하위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는 이 역량들을 살펴서 선택, 변형, 추가할 수 있을 거에요. 이러한 과정은 학교 공동체에서 정하며 학교교육과정에도 반영되야 합니다. 물론, 현재 만들어진 상위역량과 하위역량을 그대로 사용해도 될 거에요. 다만 해당하는 역량과 그것을 구성하는 하위 역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공동체에서 역량을 만드는 행위는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이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역량에 대한 이해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획된 하위 역량들을 바탕으로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평가합니다. 책에서는 일순간의 모습보다는 지속적인 학생의 모습을 바탕으로 역량을 판단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발표, 보고서, 토의토론 모습, 모둠활동 모습, 프로젝트 등 다양한 교수학습 활동 과정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교육과정에 담긴 하위역량을 태그합니다(해당 책에서는 하위 역량과 관련한 디지털 배지를 발급한다고 나타나있다).
역량을 태그할 때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이나, 교사의 관찰 기록, 동영상, 대화 내용 기록물 등을 첨부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교사별, 학기별, 과목별로 축적이 되면,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분포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강신청을 하거나 자신의 진로, 학업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학년 1학기가 끝난 학생은 역량 다이어그램을 보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학업 계획, 수강신청 계획 등을 세울 수 있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서 이러한 정보가 축적되면, 학생은 자신의 진로 선택 및 학업 계획에도 참고할 수 있을 거에요.
학생의 활동은 학교활동과 방과후활동으로 구분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방과후 활동은 개인의 학습 환경에 따라 그 정도가 심해질 수 있고,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이 지점은 학교장 허가 활동이라는 형태로 진행을 해야할지 애초에 방과후 활동의 평가는 금지해야할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사의 수업과 평가 결과들이 누적된다면,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수업과 평가가 어떤 역량을 주로 키워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학생들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키우고 싶은 역량이 반영된 수업을 선택하고 수강하게 될 거에요. 이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과 고교학점제라는 미래 교육의 방향성과도 부합합니다.
축적된 학생의 정보는 상급학교의 평가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어요. 상위역량으로 표현된 다이어그램과 연결된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학생의 모습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할 수도 있을 거에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자료가 학생 자신에게 피드백을 주어 학업이나 진로 계획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또한, 더 이상의 한 줄 세우기 평가가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해나가는 성장 중심의 평가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참고: 류태호(2018). 성적없는 성적표.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첫댓글 뭔가 새롭고 신기한 것 같으면서도 멀지만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하지만 막상 한다고 하면 갸우뚱하게 되는 역량 중심 성적표에요. 샘~ 윤리샘 글은 뭔가 어려운 이야기도 편하게 늘어놓아주어서 읽기 쉬우면서도, 그 내용의 깊이가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침, 수행평가에서 정보를 잘못 찾아 열심히 했지만 틀린 학생이 있었거든요. 학생에게 믿을만한 정보를 찾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얘기해주었는데, 여러 역량 중 하필 오늘 얘기한 능력이라 눈에 돋보였어요. 😊😊
작년에 함께 들었던 연수가 생각나 반갑네요. 책을 읽어봐야지 하고 바쁘게 사느라 잊었는데 다시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