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어이! 자네 거기 있는가? 굽어진 모퉁이의 작은 다리 위에서 아득히 머언 신작로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귓전에 맴도는데
마을 앞길을 돌아 돌아 바닷가의 몽돌 구르는 소리를 품고 갯바람을 타고 천상의 길로 가셨다
수평선의 까치 노을이 바닷속으로 빠져도 장승처럼 서 계신 아버지의 환영 그 길을 걸어올 때면 아버지의 향기도 함께 걸었었다
작은 어선에 채워진 희망이 아버지의 삶의 기쁨이라며 즐거워하셨던 모습이 지금은 메아리가 되어 파도 속에서 하얗게 부서지고
하얀 모시옷이 잘 어울리셨던 아버지 소매 사이로 스며든 앞바다의 갯내음도 달달하고 시원하다 하셨거늘
잠시라도 내 눈을 속일 수만 있다면 그분을 볼 수 있을까 그 길 위에는 아직도 어머니를 부르시는 아버지가 서 계신다
샐러리맨과 COVID19 / 이미옥
문을 열었다 순간 벽에 비치는 알 수 없는 그림자 어질러진 탁자 위에 작은 먼지들이 바람을 일으킨다 바쁜 셀러리맨은 바닥 닦을 시간도 없다고 한다 까만 의자에 앉은 가방은 말이 없다 코와 입을 상실한 채 불안정한 표정으로 검은 박쥐를 증오한다 우완 수입품 이름은 COVID19 두꺼운 서류부터 잡다한 메모까지 COVID19 증후군에 걸려 있다 에어컨을 켰다 쏟아져 나온 찬바람은 달궈진 몸을 설빙 속으로 끌고 간다 순간 검은 볼펜이 머리를 맞대고 COVID와 놀고 있다 이대로 가는걸까? 벽에 붙은 둥근 시계는 초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소리를 무시한 채 벽속으로 흐르고 있다 검은 박쥐는 동굴 속 바위 틈으로 숨고 날개가 굳어 더이상 날 수 없다고 한다 종식되는 COVID19 승리의 하얀 깃발은 무중력 상태 입술에 빨간 루주를 바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