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풍수와 Geography의 인식론적 기저에는 생태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라는 서로 대비되는 입장이 깔려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이러한 인식론적 영역의 차이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호 모순적일 수 있는 두 입장이 공존하는 양상도 나타나는데 풍수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의 현재적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풍수 동기감응론은 풍수 최고의 경전으로 잘 알려진 『금낭경(錦囊經)』의 「기감편(氣感篇)」에 실려 있는 내용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부모의 유해가 기를 얻으면 그 남긴 바 몸인 자식은 음덕을 받는다. 경에 이르기를 기가 귀에 감응하면 그 복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미친다. 이것은 구리광산이 서쪽에서 무너지는데 영험한 종이 동쪽에서 응하여 울림과 같은 것이다. …(중간 생략)… 봄이 되어 나무에 꽃이 피면 집안에 보관하고 있던 밤 열매도 싹을 틔운다. 장설은 이 역시 기가 서로 감응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렇듯 『금낭경』에서는 비유를 통해 동기감응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구리산과 구리종 또는 밤나무와 밤 열매 간의 관계처럼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이나 무생물 사이에도 감응이 이루어지는데 하물며 부모와 자식, 조상과 후손 관계처럼 인간 사이에 이르러서야 어떻겠는가라는 논리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설명방식을 통해 동기감응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 전제조건이 되는 인간, 자연 또는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 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 즉 인식론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인간과 자연을 ‘동일시(同一視)’할 것인지, 아니면 이 둘을 서로 성격이 다른 별개의 것으로 전제하고 그들 간의 특징적 관계를 강조할 것인지가 논의의 관심사가 된다. 이러한 구분은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거나 적어도 유사한 것으로 인식하는 전제(‘유사인식’)와 이 둘을 성격이 다른 독립적 존재로 보는 ‘이원론’적 분할이 관련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풍수 동기감응에 대한 현재적 이해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전제하고 있는 풍수 동기감응의 논리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감응의 전제조건이 되는 동기간이므로 돌아가신 부모가 땅으로부터 받은 지기(地氣)로 인해 자손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기감응의 이해 속에 깔려 있는 인식론적 전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부모-자식 간(또는 조상-자손간) 관계처럼 골육(骨肉)을 나눈 동기간은 감응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 다음으로 인간과 자연(땅) 간의 관계는 지기로 대변되는 자연이 원인이 되고 부모나 조상은 매개체로, 그리고 인간과 관련된 여러 일들은 결과가 되는 인과관계로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조상이 편히 쉴 영면의 장소를 정함에 있어서 자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명당이라고 하는 곳을 ‘찾고자’ 풍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의 풍수 동기감응에 대한 이해에는 두 개의 상이한 인식론적 전제 즉, 동일시(유사인식)와 이원론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시적 수준에서 뼈(骨)⋅육(肉)⋅피(血) 등을 나눈 인간 간은 동기 관계 즉, 비록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동일한 존재로서 인식(동일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거시적 차원에서의 인간-자연 간의 관계는 지기로서 대변되는 자연(땅⋅환경)이 원인이 되고 인간사(인간)가 결과가 되는 인과론적 결정론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