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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분석
1. 메세지
시간: 놀이공원 관람시간 중
장소: 동물원과 숲, 주차장이 있는 ㅇㅇ대공원
사건: 밀착, 연결이 잘 되지 않은 코끼리와 교량,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는 숲과 대관람차와 대조를 이룬다.
메시지 : 밀착, 연결되지 않은 전체와 부분, 안과 바깥(코끼리, 숲, 다리의 이미지)- 헤체된 가정, 헐렁한 공동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구/제도, 남녀 갈등, 은둔형외톨이 등등 1대 다의 상징
ㅇ 볼트의 개념: 기계의 부품을 연결하는 역할, 거대한 건축물, 다리의 뼈대가 되는 부분을 연결, 작은 기계의 연결. 볼트가 없으면 물체는 부분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사회도 여러부분이 결합되고 연결되어야 하는 역할(사람, 돈, 정책 등)이 미비하면 사회은 해체되고 인간관계도 무너지고 약자층의 피해. 한 개인과 사회 조직원을 연결하여 온전한 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음. 너트와 볼트
ㅇ 안과 바깥, 전체와 부분
-소통, 밀착, 결합되지 않는 안과 바깥(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 연결이 끊어지고 해체되는 관계
2. 이미지의 연쇄와 교차
ㅇ (이미지 연쇄)안과 바깥, 전체와 부분
- 코끼리의 거죽과 바깥. 몸 안과 거죽인 바깥이 달라붙지 않은 분리,해체의 이미지
(달라붙지 않다,끌려다닌다, 헐렁헐렁하다, 부서진다, 무너진다)
- 동물인 꼬끼리와 기계의 볼트를 연결하는 이미지 결합방식은 이종결합의 낯선 방식
- 전체가 아니라 다리, 거죽 등 부분을 보여줌
ㅇ 숲과 나뭇잎, 가지, 숲에 사는 원숭이, 눈, 붉은색(끝말 잇기에서 유추-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ㅇ 대관람차의 이미지, 하품, 회전
ㅇ 숲, 원숭이, 원숭이의 눈, 대관람차의 연결방식 - 인접성인 환유의 방식 *숲에 가면 ㅇㅇ 이 있고 그 옆에는 ㅇㅇ이 있고...
ㅇ 이미지의 연결
- 코끼리-숲-다리
- 원숭이의 눈과 대관람차(크다란 눈,런던아이)의 이미지의 연결
ㅇ (이미지의 교차)
- 다람쥐 쳇바퀴, 원숭이와 대관람차의 이미지를 교차 - 바람의 원숭이, 완전한 불의 형태로 시간을 태우는 대관람차, 오전의 하품 같은 간격
ㅇ 시간의 공간화 - 오전의 하품 같은 간격
ㅇ 주차장의 이미지
ㅇ 다리의 이미지 - 하천, 다리, 교량
ㅇ 에로스의 이미지 - 다리, 하천, 유혹, 격렬하게, 흔들거린다,아래, 구멍
3. 리듬(반복은 리듬감과 강조 효과)- 리듬감을 유쾌하고 쉽게 반복
보라, 코끼리, 바깥의 반복
코끼리의 끼리를 변주 - 끼리, 꼬리, 다리, 끌려
ㅇ 의혹과 매혹, 유혹의 '혹'의 라임감
ㅇ 나무의 반복
볼트 / 임후성
코끼리를 보라
(거대한 유기체를 먼저 보라. 부분도 제시하겠다.)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끼리끼리의 반복 사용으로 리듬감 부여)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유기체는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꼬리에 인접한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머리에서 가장 바깥에 있는 부분을 보라)
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발의 거죽인 바깥과 안의 살이 잘 연결되어 있지 않다.)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바깥인 거죽이 달라붙지 않고 안에 의해 끌려다닌다. 우리 사회의 바깥인 소외계층도 지배계층에 의해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중심에서 벗어난 바깥이 우리의 난제다.모든 것이다 그렇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데 실제로는 헐렁하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지배계층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무형의 폭력적 걸음으로 기관을 해체한다)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이론과 달리 눈 앞에 있는 실체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이것을 인식하라 사람들이여. *정말 그런가? 유기체는 걸을 때마다 부서질 수가 없다.작위적 비유일 수 있다)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어금니 꽉 물고 버티고 있으나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어금니와 볼트의 이미지 연쇄를 위한 표현이다)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지배계층과 소외계층은 반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물론 안을 지배계층이 아닌 동등한 부분으로 볼 수도 있다)
뒤쪽 숲을 보라
(코끼리는 숲에 살므로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연결된다. 전체인 숲을 먼저 보라. 곧 부분들도 제시하겠다)
나뭇잎들이 가지에 붙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한다(숲의 부분인 나무, 또 그 나무의 부분인 나뭇잎이 가지에 붙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한다.참 유기적으로 잘 작동한다)
나무 주위를 맴돌며 탈출이 어려운
바람의 원숭이들을 보라
(또 나무의 부분인 원숭이를 보라.)
가장 가까운 붉은색을 볼 수 없는 원숭이의 눈을 보라(원숭이의 부분인 눈을 보라)
저 영특한 종족은 의혹의 못에 박힌 매혹이다
(원숭이는 영특해서 나무에서 바람같이 멀어졌다 다시 돌아온다.보통 부분끼리 착 달라붙어 기능하는데 원숭이는 자유롭게 연결되어 있다.의혹의 못에 박힌 매혹이다. 숲은 이렇게 전체와 부분이 유기적으로 잘 기능한다)
이때 고개를 돌려 완전한 불의 형태로 시간을 태우는 대관람차를 보라
(숲 근처에 있는 대관람차를 보라. 그것은 큰 눈처럼 생겼다. 원숭이의 눈에서 인접성으로 연결 즉 환유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의 대관람차는 런던아이로 불린다.유기적으로 기능하므로 완벽하다)
오전의 하품 같은 간격을 보라
(완벽하게 기능하므로 오전부터 하품이 나온다.조치할 일이 없다)
회전의 무의미 아래 네게 권해지는 네 머릿속을 보라
(대관람차를 무심히 보고 있는 너의 머릿속에서 뭔가 떠올려 보라)
주차장에서 마주친 사 년 전 그 사람을 보라
(자금 대공원 주차장에서 마주친 그 사람은 사 년 전 너가 알던 그 사람이다)
하천이 흐르는 대로변에서
다리 아래로 유혹해
교량의 접합부마다 극렬하게 박힌 볼트를 해가 질 때까지 함께 보았던 그 사람을 보라
(교량 접합부 부분들이 연결되어 있는 다리 밑에서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볼트 하나를 빼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을 보라
(한 커플로 작동하던 그 사람의 볼트를 빼서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던 그 사람을 보라)
그가 너를 찾아 나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볼트 하나를 갖고 있다
(그는 연결되기를 원할지 모른다. 바람의 원숭이처럼 돌아와서 연결되어야 유기적으로 기능한다)
그와 상관없이 혼자서 한 번 더 다리를 건너라
다리는 흔들거린다
(유기적 사회에서 혼자서는 기능할 수 없다)
그 아래를 보라
조그만 구멍을 남기고 녹슨 생략이 있다
(아래에 소외 받는 사람들이 조그만 구멍을 남기고 구멍에서 빠져있다. 이 사회 또는 너가 흔들린다. 유기적인 조직체에서는 볼트가 빠지면 우주도 흔들린다. 모든 것으로 승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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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볼트/ 임후성
볼트
임후성
코끼리를 보라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뒤쪽 숲을 보라
나뭇잎들이 가지에 붙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한다
나무 주위를 맴돌며 탈출이 어려운
바람의 원숭이들을 보라
가장 가까운 붉은색을 볼 수 없는 원숭이의 눈을 보라
저 영특한 종족은 의혹의 못에 박힌 매혹이다
이때 고개를 돌려 완전한 불의 형태로 시간을 태우는 대관람차를 보라
오전의 하품 같은 간격을 보라
회전의 무의미 아래 네게 권해지는 네 머릿속을 보라
주차장에서 마주친 사 년 전 그 사람을 보라
하천이 흐르는 대로변에서
다리 아래로 유혹해
교량의 접합부마다 극렬하게 박힌 볼트를 해가 질 때까지 함께 보았던 그 사람을 보라
볼트 하나를 빼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을 보라
그가 너를 찾아 나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볼트 하나를 갖고 있다
그와 상관없이 혼자서 한 번 더 다리를 건너라
다리는 흔들거린다
그 아래를 보라
조그만 구멍을 남기고 녹슨 생략이 있다
심사 평
신해욱 · 오은 · 정끝별 시인
코끼리와 사회의 연결, 그 상상력과 호흡에 감탄
“한 명.” 신춘문예는 한 명을 찾는 일이다. 인파 속에서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 예년보다 응모작이 많은 데다가 수준 또한 높아서 심사장은 후끈후끈했다. 한 명이 될 수 있는 이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793명이 응모한 3001편의 시들을 집중하며 읽었다. 팬데믹의 여파가 경기 침체, 청년 실업 등의 양상으로 응모작에 나타났다. 삶의 피로와 미래에 대한 비관이 진득하게 느껴졌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고 기후 위기를 염려하는 시도 눈에 띄었다.
본심에 올라온 세 명의 응모자는 개성으로 빛났다. 개와 오리와 코끼리 등 동물이 시를 이끄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공통점이었다. ‘여름의 잠’(외 2편)을 보낸 응모자는 정적인 장면을 상상으로 부풀리는 데 거침없었다. 상상이 끝나고 질문이 바닥나도 여운은 오랫동안 현장에 머무를 수 있음을 담담하게 보여 주었다. ‘문에 기대지 마시오’(외 2편)를 쓴 응모자는 예사로운 풍경에서 움직임을 그려 내는 데 능했다. 골목길과 지하철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아름다운 날들”을 복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가만히 설득해 냈다.
토론 끝에 ‘볼트’ 외 2편을 응모한 임후성을 그 ‘한 명’으로 결정했다. ‘볼트’는 코끼리 다리에서 볼트를 연상하고 코끼리 몸집과 사회 구조를 빗대어 전개하는 시다. 코끼리를 알기 위해서는 코만 만져 봐서는 안 된다. 펄럭이는 귀, 네 개의 튼튼한 다리, 길쭉한 코, 단단한 상아까지 만져 봐야 한다. 그의 시 쓰기가 톺아보기를 지향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막힘없는 상상과 내달리듯 호흡하는 문장은 읽는 맛도 더해 주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코끼리처럼 성큼성큼 나아가되 주변의 작은 존재들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응모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 신해욱(왼쪽부터)·오은·정끝별 시인
당선 소감
고향을 떠난 모든 ‘미사일’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이 기쁨에 아득함이 있다. “‘볼트’는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 있었을까.”
당선 소식 후 잠시 자리를 피해 줬던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날짜를 확인한다. 겨울이 느리게 가는구나. 일상은 왠지 사소한 일에도 조금 더 책임을 요구하는 것 같다. 무반주 첼로를 들으니 코끝에 저수지가 생기는 기분이다. 세계 안에서 파편인 나는 이제 새롭게 비행해야 한다. 상승과 하강의 난류(亂流)를 지나며 나는 시의 이름으로 호명될 것이다. 착빙하는 동체에 닿는 빛의 차가움은 문학의 신경인가. 고향을 떠난 모든 미사일에게 시를 읽어 주고 싶다.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하는 편지 한 통이 와 있다. 읽어 보고 싶은데 그 전에 내게 자꾸 다른 일이 생긴다. 그럴 줄 알았어. 편지는 또 다른 이에게 가 버릴 거야. 그러면 나는 읽지 못한 편지의 말을 대신 써 나가도 좋겠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그립습니다. 존경하는 극작가이신 아내 김성민님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늘 저를 보호하고 삶과 문학을 위한 수공업적 자세를 길러 주셨습니다. 저는 문학과 예술의 동료로서 당신에게 속합니다. 외롭고 높게 인문 연극하는 극단 피오르에 감사드립니다. 서현과 진서에게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나의 변증법입니다. 예선을 거쳐 최종심까지 질식의 시간을 견뎌 준 ‘볼트’에게 감사합니다. 당선의 영광을 주신 서울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아름답고 절실하고 성스러운 모국어에 감사합니다. 어쩌면 영원히,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는 오늘의 관습 앞에서 순결한 존재의 먼 얼굴을 회상한다.
■임후성
▲1968년 전남 진도 출생 ▲세종대 일반대학원 예술학 석사 ▲2021년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
https://naver.me/GsPDLokO
볼트/임후성<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시 당선작>(감상 홍정식)
신춘문예는 감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추상화쯤 되겠죠. 풍경화나 정물화는 이미지가 쉽게 마음에 다가오는데 추상화는 그 결이 다릅니다. 제가 이런 말을 서두에 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이 시는 만만하게 해석이 되거나 감상이 되는 시가 아닙니다. 그래도 일단 적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코끼리를 보라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걸음을 뗄 떼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 시인이 남겨 둔 단서가 보이시나요? ‘코끼리끼리’에서 ‘코’를 빼 보아요. 그러면 뭐가 남나요? ‘끼리끼리’가 남지요. ‘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끼리’. 우리는 끼리끼리 문화에 익숙하잖아요. 학연, 지연, 혈연 말이지요. 거기에 매달린 한 개인(꼬리)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거기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하나의 ‘볼트’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러다가 어느 날 느슨해져서 빠져버린 ‘볼트’ 말이지요. 어떤 하나의 거대한 코끼리 같은 집단을 생각해 봐요. 꼬리를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 번째와 세 번째의 볼트. 물론 심사위원의 말씀처럼 코끼리의 다리가 볼트를 닮기도 했습니다. 볼트가 하나 툭 빠지니까 그 실체는 헐렁헐렁한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볼트가 빠진 코끼리의 세계는 걸을 때마다 부서집니다. 볼트로 간신히 연결된 어금니도 너슨해져서 조금씩 무너져 내립니다. 볼트와 너트가 서로를 붙들고 있으려니 통증이 끝이 없었을 겁니다. 그 거대한 실체 속으로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군요.
뒤쪽 숲을 보라
나뭇잎들이 가지에 붙어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한다
나무 주위를 맴돌며 탈출이 어려운
바람의 원숭이들을 보라
가장 가까운 붉은색을 볼 수 없는 원숭이의 눈을 보라
저 영특한 종족은 의혹의 못에 박힌 매혹이다
코끼리가 이젠 숲으로 바뀌었네요. 숲에서도 마찬가지죠. 가지에 붙어있는 나뭇잎(볼트)이 벌어졌다가 오므라들었다 하죠. 거대한 실체에 붙어서 하나의 볼트가 되어 살아가는 원숭이(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바람의 원숭이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원숭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녹슬어 붉어진 볼트를 보지 못하고 바람의 원숭이를 동경하는군요. 바람의 원숭이란 매혹적이긴 하지만 그저 의혹의 못(녹슨 볼트)일 뿐인데 말이죠
이때 고개를 돌려 완전한 불의 형태로 시간을 태우는 대관람차를 보라
오전의 하품 같은 간격을 보라
회전의 무의미 아래 네게 권해지는 네 머릿속을 보라
완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불완전한 대관람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느슨해 집니다. 오전의 하품은 느슨해지기 마련이죠. 느슨해지는 간격 말이에요.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 우리에게 권해지는 일탈이 아닐까요?
주차장에서 마주친 사 년 전 그 사람을 보라
하천이 흐르는 대로변에서
다리 아래로 유혹해
교량의 접합부마다 극렬하게 박힌 볼트를 해가 질 때까지 함께 보았던 그 사람을 보라
사 년 전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교량의 접합부에 틈이 없이 박힌 볼트 중 하나였던 자신을 돌아보는 거죠.
볼트 하나를 빼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을 보라
그가 너를 찾아 나섰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볼트 하나를 갖고 있다
그와 상관없이 혼자서 한 번 더 다리를 건너라
다리는 흔들거린다
그 아래를 보라
조그만 구멍을 남기고 녹슨 생략이 있다
4년 전 사는 게 너무 팍팍해서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럼(여유, 동경, 꿈) 살고 싶었던 그가 다시 찾아왔어요. 그는 지금은 볼트 하나를 가지고 있어요. 이제 이 다리를 건너면 자유로운 인간이 되겠습니다. 다리를 지탱하던 수많은 볼트 중 하나인 나였죠. 바깥으로 내가 빠져나오니까 다리가 흔들립니다. 아, 그리고, 다행입니다. 한 번 더 다리를 건너라고 하니까요. 다리 아래를 보기만 하라는군요. 다리 아래로 몸을 던져서는 안 될 일이죠. 볼트가 빠진 곳에 녹슨 생략이 있습니다. 내가 빠진 곳에 녹슨 구멍이 보입니다.
코끼리에서 숲으로 숲에서 다시 대관람차로 그리고 다시 다리로 이어지는 환유가 숨이 가쁩니다. 거대한 사회 속에서 하나의 볼트로 살아가는 당신이 느껴지시나요? 거대한 역사 속에 한 개인의 삶이 보이시나요? 비록 ‘녹슨 생략’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삶은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채워 온 사회와 역사가 헐렁헐렁하고 흔들려도 우린 그 속에, 비록 녹슬어 사라지겠지만, 조그만 구멍으로 남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