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을 찾아 가던 날의 기록
-서울 강서문협 월말 문학탐방기-
정성영
올해는 간지(干支)로 병오년(丙午年), 기후변화 때문인지 요즘 한낮은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삼복(三伏) 더위의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중복(中伏)이었다. 티브이 방송에서 폭염경보 소식이 들리고, 한낮에는 야외 활동을 중지하고 특히 나이 많은 노인들은 외출을 삼가며, 어쩌구 하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길을 나섰으니 만용(蠻勇)이 아니라 나름대로 철저히 계산된 계획과 어느 정도의 자신감에서 출발한 것이고, 냉철한 판단하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발로 움직여 집을 나선다. 점잖게 지팡이를 들어도 과히 어색하고 눈살 찌푸릴 정도로 볼썽사나운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자존심은 시퍼렇게 살아있어 그냥 부모님이 주신 내 두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 다닐 정도는 된다.
그저께는 지하철을 네 번이나 갈아타면서 고향에도 다녀왔다. 길을 나서는 일은 항상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낯선 경치를 보고, 때로는 모르는 사람들도 먼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증거다. 고인 물이 썩듯 변화없는 삶이란 결국 숨만 쉴 뿐 삶의 가치가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도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의 내 생활 신조는 몸을 움직이는 활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계도 안 쓰면 녹슬고 망가져 폐품이 되듯 우리네 인체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팔과 다리는 제 기능에 맞게 걷고, 붙잡고 끌어당기며 제 할 일을 하게 해 줘야 한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벗을 지음(知音)이라 한다.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문우(文友)들은 같은 길을 가는 지음의 동료다. 인생길은 빨리 가는 급행열차가 아니다. 즐겁고도 멀리 행복한 인생길을 걷기 위해서는 문우들과 어울려 함께 걸어야 하는 이유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면 다 새롭다. 별것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배부른 소리다. 대문 밖이 천리처럼, 한 발짝 밖을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쌔고 쌨는지 알게 되면, 대문 밖을 나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능력을 기지고 있슴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행복이 어떤 다른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날이 새면 일어나고 내 손으로 밥 먹고 내 발로 걸어서 외출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범사(凡事)에 감사할 뿐이다.
등잔 밑이 어둡고 지척이 천리라더니, 서울의 강서구에 살면서도 <서울식물원>은 말만 들었지 부끄럽게도 아직 찾아 가 본 적이 없었다. 마침 오늘 강서 문인협회에 소속된 문우들이 집 가까이에 있는 <서울식물원>에 간다기에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험한 길도 아닌 평지 길이라 큰 부담은 없을듯해 염치 없지만 용기를 내어 숟가락 하나를 더 얹었다.
문밖을 나서니 햇살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가끔 검은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어디서 오는 바람인지 부끄러운 듯 귓가를 스치고 달아나며 흐르는 땀을 제법 식혀 주는 여름 한낮의 시간은 활기차게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지하철 객차 안은 냉방이 잘 되어 시원했다. 김포 공항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마곡나루역에 내리니, 약속 시간 2시30분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지하철은 모든 국민들에게 꼭 요긴한 대중교통이지만 특히나 나이든 노인들에게는 웬만한 효자 효녀보다 낫다. 돈도 안 받지, 시원하지, 자리도 맡아 놓은데 다가 빠르기까지 하니 이 아니 덩더쿵인가?.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다고 가만히 서 있어도 에스컬레이터가 실어다 주지, 그것도 아니면, 수족같이 말 잘 듣는 비서 처럼 저쪽에서 엘리베이터가 언제나 대기하고 있지, 이쯤되면 세상 참 살만 하다. 게다가 오늘의목적지 <서울식물원>마저 어려운 발 걸음 했다고 그냥 무료로 입장하라니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 아닌가.
무엇을 더 바라랴. 분수를 지켜야지. 젊어서나 늙어서나 과욕은 경계해야 할 덕목이다. 즐거운 하루를 신나게 적다 보니 어느 순간에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 식물원>은 첫인상이 대단히 크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천정이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거대한 구조물은 현대의 발전된 토목공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넓은 공간에 열대와 지중해 기후에서 자라는 낯설고 신비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2층 3층 높이의 스카이워크에 올라 내려다보는 식물원의 조망은 또 다른 이색적인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는 완전히 딴 세상이고 별천지였다. 지금 찌는듯한 여름이라 느낌이 크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흰 눈이 펄펄 날리고 잎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지나 가는 바람에 울고 섰을 엄동설한의 겨울이라면 또 어땠을까 자못 궁금해 진다.
염치없이 흐르는 땀을 식힐겸 커피숖에 들렸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생각외로 손님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는 사실 기호식품이다. 생존을 위하여 삼시 세끼처럼 꼭 먹어야 할 음식은 분명코 아니다. 조석걱정에 절량 농가가 수두룩하던 시대를 살아온 세대로서 풍요로운 세태를 보는듯해서 발전된 나라의 위상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다정하고 단란한 외출도 목격되어 휴일을 보람있게 보내려는 핵가족시대의 현장도 놓칠수 없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세상은 넓고 볼 것도 아직 많으며 할 일도 쌨는데, 슬프도다! 다만 세월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조물주가 내게 허락한 촌음(寸陰)을 아껴 쓸 뿐이라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지음의 문우들과 함께 후회없이 보냈다.
<끝>
서기 2026년 7월26일 일요일 <중복 나음날>에 쓰다.
첫댓글 선생님, 오시길 잘했죠?
저도 올봄에 처음 식물원에 들어가보고 우리 강서구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디는 것에 놀랐어요.
허준축제 할 때만 가서 잔디광장만 봤지
식물원 안에 온갖 식물도 예쁘고
온실 안은 어느 정글에 온 듯했죠.
삼복 중이니 더운 건
당연한 거고 땀 흘려가며
얻은 글이 더 소중하고
마음에 가까이 다가와요.
8월은 계곡에 발 담그는
곳으로 가니 그때도
꼭 함께해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복터진 날 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이사님 어제 함께 했던 탐방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인생길을 행복하게 동행 할 수 있도록 마음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준비하여 베푸신 손길 참 따뜻했습니다
지금은 탐방 초기라 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천리를 동행하는 행복을 주는데 참 고맙습니다.
회장님의 도타운 은덕이 온 누리에 봄 햇살처럼 따스합니다. 우리 강서문협의 발전이 크게 기대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