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바나나 한 송이
며칠 뒤였다.
인자는 등에 아이를 업은 한 여성을 만났다.
아이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진료 결과 심한 탈수 증상이 있었고 고열도 있었다.
인자는 아이에게 필요한 수액과 약을 준비했다.
한참 뒤 아이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졌다.
그러자 여성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나나 한 송이였다.
껍질에는 붉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
여성은 그것을 두 손으로 인자에게 내밀었다.
“당신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습니다.”
인자는 손을 내밀지 못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러자 여성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이를 살려줘서…… 고맙습니다.”
인자는 결국 두 손으로 바나나를 받아들었다.
화려한 선물도 아니었다.
비싼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바나나 한 송이에는 그 가족이 가진 모든 감사가 담겨 있었다.
인자의 눈가가 붉어졌다.
“저희가 더 고마워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태수도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날 밤, 마을 추장이 숙소를 찾아왔다.
그는 직접 만든 투박한 도자기에 허브차를 담아 내밀었다.
“당신들은 우리 마을에 신이 보내준 선물과 같습니다.”
태수가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의사와 간호사일 뿐입니다.”
추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는 그 차이가 없습니다.”
그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아파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살아서 웃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진료가 계속되면서 태수와 인자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아침에는 아이들이 먼저 찾아왔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어제부터요?”
“네.”
태수는 아이의 배를 천천히 눌러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열과 탈수 여부도 확인했다.
또 다른 아이는 귀가 아프다고 했다.
어떤 아이는 기침이 며칠째 계속된다고 했다.
인자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와 체중도 확인했다.
“먹는 것은 잘 먹고 있어?”
통역이 질문을 전달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먹을 것이 많지 않습니다.”
인자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영양보충을 위한 식품을 챙겨주었다.
오후에는 농부들이 찾아왔다.
발에 가시가 박힌 사람.
농기구에 손을 베인 사람.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친 사람.
상처가 곪아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
태수는 환자의 상처를 하나하나 살폈다.
“상처가 오래됐습니까?”
“열흘쯤 됐소.”
“왜 이제 오셨습니까?”
“처음에는 나을 줄 알았소.”
태수는 상처를 깨끗하게 씻고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필요한 약과 드레싱 방법을 설명했다.
저녁 무렵에는 노인들이 찾아왔다.
관절이 아프다는 사람.
숨이 차다는 사람.
어지럽다는 사람.
태수는 청진기로 심장과 폐의 소리를 들었다.
인자는 혈압과 맥박을 확인했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산소를 공급했다.
그리고 이상이 발견되면 기록해두었다.
“이분은 다음에 꼭 다시 오셔야 합니다.”
인자가 말했다.
“혈압이 너무 높습니다.”
통역을 들은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하지만 태수는 그날 밤까지도 쉬지 않았다.
진료가 끝난 뒤에도 환자 기록을 정리했다.
인자가 말했다.
“태수 씨, 오늘은 좀 쉬어요.”
“조금만 더 하고.”
“오늘 벌써 몇 명을 봤는지 알아요?”
태수가 웃었다.
“나중에 세어보자.”
“몸이 먼저예요.”
태수는 잠시 인자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쪽에 아직 기다리는 환자가 많아.”
그 말 이후에도 태수는 며칠 동안 무리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환자를 보았다.
밤늦게까지 기록을 정리했고 새벽이 되면 다시 진료소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