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단체로 떠나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가방하나 들 수 없는 신체적 여건에서
혼자 3박 4일의 일본여행을 떠나기까지는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그겠다는 결단으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기는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했고,
기간동안에 일본 3대 항구(요꼬하마, 오오사카, 고베) 중 하나인 요꼬하마의 습하고 강한 바닷바람 속에서
썬캡으로 아예 얼굴을 다 가리운 채 챠이나타운과 공원등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챠이나타운 거리에서는 아이들처럼 군밤을 받아먹으면서 다녔고,
하늘 높이 뿜어져 오르는 공원 분수 벤치에 쌍쌍이 얽혀있는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임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후지산이 반사되는 가와구찌 연못(모두가 화산폭발로 인하여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연못)이 있는 가와구찌 호텔에 묵으며
연못에 반사된 후지산과 아침에 일어나 연못 너머로 보이는 후지산을 감상했습니다.
화산폭발로 생긴 산으로 언제 또 폭발하여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는 산을 일본인들은 신성시하여
평생 그 산을 화폭에 담는 일에 일생을 바치는 화가와 그 산을 촬영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는 사진작가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후지산은 일본의 3대 길몽(후지산,독수리,가지)에 속하며 지금도 산에 오르면 여기저기에서 하얗게 연기가 오르고 있어
거기에서 구웠다는 껍질이 까만 달걀이 한 개를 먹으면 수명이 3년 연장된다는 말과 함께 팔리고 있었습니다.
차로 오를 수 있는 한계인 3/2까지를 오르니 세차게 부는 찬바람에 머리가 온통 갈래갈래 흐트러지고 날려
어쩔 수 없이 가게에 들어가 모자를 하나 사서 쓰고 신사들을 몇 군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신사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난히 종교심이 강한 일본인들,
그러나 어디에도 교회당 십자가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그 땅에서 나는 문득 사도 바울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의 강한 종교심이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쓴 단까지 만들어 섬길 정도였던 것처럼(행17: 22-23)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취향대로 생활 곳곳에 수많은 신사들을 만들어 놓고 인생만사를 거기에 빌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신으로 만들어 섬기는 그들의 신앙을 보면서 나는 참으로 엉뚱하게도
그곳에 예수신사(?)를 만들어 놓고 선교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동경으로 들어서자 습한 바람 대신 건조한 가을햇살이 한결 개운했습니다.
고가도로로 동경시내를 돌아보고 밤에는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신쥬큐 거리를 긴 머리를 묶고 악세사리를 파는 남성,
초미니 스커트 차림의 아가씨들이 물결을 이루며 붐비는 인파를 헤치고 걸었습니다.
천황이 산다는 황궁 앞 넓은 잔디밭은 소나무들이 일품이었는데 그 소나무 그늘마다 노숙자들이 누워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을 하지 않고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식품만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햇살 아래 늘어져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추구하는 삶은 무엇일까를 잠시 생각해보고 있는데
천연염색 개량한복을 입은 내 모습을 가리키며 벤취의 여학생들은 저희들끼리 “조센?”하면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명국이지만 건물구조마다 작고 타이트했고,
아파트 베란다마다 지진이 날 위험 때문에 샷시를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건물처럼 그들의 사고도 타이트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군데 둘러본 복지 시설도 자동문과 자동목욕기계 등 편리하게 기계화는 되어있었지만
노약자들이 생활공간에 자연친화적인 정서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쓰다 보니 부정적인 면만 말한 것 같지만 일본인들, 그들은 검소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기간 동안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버스로 다녔는데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내리고 오르는 일을 도우면서도
기사와 안내양은 늘 상냥한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안내양은 처음에 리프트로 휠체어를 내리 오를 때마다 일본어로 하다가 다음부터는 한국어 책을 사서 공부를 했다면서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로 깎듯이 안내를 했습니다.
그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가 반대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도 했지만
그녀는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피곤하고 지칠 무렵, 그리고 우리 땅이 그리워질 무렵에 여행은 끝이 나고 그림움의 날개라도 단 것처럼 귀국을 했습니다.
여행이란 시작할 때에도 설레임과 기대로 행복하지만 끝날 때에도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으로 행복하듯이
이 세상 여행도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04년!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여러 가지 은혜와 함께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첫댓글 좋은 곳을 다녀 오셨네요. 우리 한국인들도 인제는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들을 하시는 줄 알고 있지요. 우물안 개구리 보다도 밖의 세상이 어떻다는 것도 보아야 하니까요. 나는 일본에 가긴 했지만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한국이나 미국으로 왔습니다.비행기가 어느정도 높이 올라가니 기다란 누예같은 섬 일본이 태평양 쪽과 동해쪽 바다가 보이 더군요. 그들의 예절과 친절은 우리들이 배워야 하지요. 잘 다녀 오셨습니다.
네... 촛불님, 지난번 정팅에서 올리기로 약속했기에 올려봤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은 좋지 않지만... 그런 선입감을 버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긍정적으로 보면서 그들에게서도 배워야 할 점들을 볼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일본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몇년전인데도 기억을 잘 하시네요. 시간 만드셔서 가끔 해외여행도 다녀오시면 좋겠어요. 요즘은 장애인선교회에서도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던데 저두 시간만 되면 참여하고 싶은데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 때 다녀와서 정리해 놓은 거랍니다... 디카를 가져가지 못한 게 좀 아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