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경북서지방회가 김천 모암교회에서 있었다. 많은 안건들이 상정되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중 내가 관심 갖고 지켜보고 또 의견을 밝힌 것은 지방회 대의원 자리 배치에 대한 것이었다.
그 전에 달리 자리 배치가 되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1999년 말 경북서지방회 소속 교회로 부임한 이후 대의원 자리 배치는 변함이 없었다. 그것은 뒤에서 볼 때 좌편에 목사 우편에 장로로 나누고 안수 받은 순서대로 앉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몇 가지 부자연스러운 것이 눈에 띄었다. 첫째, 급변하는 시대 조류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에 근거한 것도 아닌데 15년 넘게 자리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좋게 보아 줄 수는 없다. 사회는 변화를 요구하는데 교회는 귀를 틀어막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둘째, 회의의 효율성 면에서의 문제이다. 안수 순으로 앞자리부터 앉다보니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앞자리 안수 순이 빠른 소수의 목회자들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위치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면 된다고 강변하지만 앞자리에 포진해 있는 선배 목회자들을 제치고 발언대에 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셋째, 우리 일의 기준은 성경이 되어야 한다. 성경 어디를 보아도 교회 크기로, 나이나 연수 순으로 차례를 정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사람이 관심 두는 서열에 예수님은 전혀 관심이 없으시다는 것이다. 세상의 관심은 상좌(윗자리)지만 하늘나라는 오로지 바른 믿음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교단 지방회 자리 배치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문자 설문을 실시했다. 아무리 좋은 의견도 독불장군식이 되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회를 달리하는 30명의 목회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제64회 경북서지방회(2월 16일, 내일입니다)에서 상정될 대의원 좌석 배치에 대해 귀 지방회의 상황을 알고자 급히 문자를 올립니다. 바쁘신 줄 알지만 다음 내용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지방회 이름 ( )
2.대의원 자리 배치
1)앞에서 안수순대로 ( )
2)뒤에서 안수순대로 ( )
3)감찰별로 ( )
4)기타 ( )
*귀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 1)~4) 중 어떤 것입니까? ( )
*위의 4)기타라면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기록해 주세요.
*본문을 복사해서 해당 사항 체크하시고 카톡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북서지방 덕천교회 이명재 목사"
30명의 목회자들에게 질문을 한 결과 15명이 답장을 보내왔다. 대의원 자리 배치에 대해 안수순(앞에서부터) 5개, 안수순(뒤에서부터) 1개, 감찰별 개7, 전입순 1개, 부서별 1개 지방회로 나왔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60개 지방회 중 고작 15개 지방회 소속 목사들에게서 답장을 받고 논지를 전개하는 데는 부족함이 따를 것이다. 이것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흐름의 일부를 파악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 보아주면 좋겠다.
답장으로 받은 15개 지방회 대의원 자리 배치를 보면서 몇 가지 특징을 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설문에 응답한 15개 지방회 자리 배치 현황을 보면 감찰별이 1위(7개 지방회), 안수 순(앞자리에서부터)이 2위(5개 지방회)를 차지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뒷자리부터 안수 순으로 앉는 부산서지방회이다. 이것은 안수가 늦은 후배 목회자들이 발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또 충서지방회에서는 전입 순으로 앞에서부터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고, 부산동지방은 부서별로 앉았다. 전입 순 자리 배치도 안수 순과 같이 순서를 정해 차례대로 앉는 것이기 때문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충서지방회 소속으로 설문에 응한 목회자도 감찰별로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부산동지방의 부서별 자리 배치의 경우 혼란을 피하기 위해 회의장 입구에 공천부에서 확정한 부서표찰을 찾아 달고 자신의 부서를 찾아가 앉게 했다. 독창적 자리 배치로 여겨진다.
여기서 파악할 수 있는 흐름 한 가지는 위의 자리 배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의 물음에서 감찰별 11, 안수 순(앞에서부터) 2, 안수 순(뒤에서부터) 1, 부서별 1로 감찰별 선호도가 절대 다수였다. 지금 감찰 별로 앉고 있는 9개 교회 모두 감찰 별 자리 배치를 선호했고 안수 순(앞에서부터)과 전입순으로 앉고 있는 지방회의 응답자도 감찰 별 자리 배치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것은 자리 배치가 안수 순에서 감찰 별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찾는 기준은 많다. 나이도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다. 우리 교단 지방회 나아가 총회에서 안수 연도도 분명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뜻은 세상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의 기업(基業)이 보통 연령순으로 주어지지만 천국의 기업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다.
나이나 안수 순서가 자신의 권위를 보강시켜주는 요소가 분명 된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 나라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께 충성하는 믿음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세상 사람들처럼 나이와 안수 순으로 자리다툼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이 사회가 목회자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한다면 어떻게 대답하려 하는가.